영화 '킹콩'을 보고 나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여운은...
킹콩이 뉴욕시에 잡혀 와서 공연장에서 모습을 들어내기 직전, 극중의 칼 덴햄 감독의 소개말입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하면서 어렵게 만든 불가사의한 세상을
여러분은 단지 표 한장을 사서 만날 수 있습니다"
그 대사를 듣는데, 그 대사 속에는 '킹콩'을 또하나의 신화를 만들어내며 제작한 피터잭슨 감독의 울부짖음이 감춰져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말 킹콩은 피터 잭슨 감독이 해골섬에 가기도 하고, 킹콩의 공격을 받기도 하면서 만든 것 같은
"역시, 피터잭슨" 이란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영화였습니다.
우린 경험해보지 못했던 세상을 경험해보기 위해 영화를 봅니다.
자신이 과거 경험했던 것이 영화 속에서 나올때는 어떤 뿌뜻함 같은, 안도감 같은 것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환타지 영화들을 보는 이들은 영화가 시작되면서
영화 속의 주인공들과 함께 다른 세상으로 날라갔다가 영화가 끝나면 다시 주인공들을 환상속에 남겨두고 홀로 조용히 극장문을 열고 나오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영화 '킹콩'에서는 그런 불가사의한 세상에 속에서 불가사의한 사랑도 함께 느끼게 해주는 영화라 눈물없이는 볼 수 없는 영화라 추천드립니다.
영화를 촬영하기 위해 칼 덴햄 감독은 삼류 코미디 여배우 앤과 희곡작가 잭을 배에 태우고 미지의 섬인 해골섬으로 출발합니다. 그런데, 섬에 도착하자마자 섬 원주민들은 킹콩에게 바치기 위한 제물로 앤을 납치해가게 되는데요.
다른 제물들과는 달리 금발의 미녀 앤에게 이상한 감정을 느끼기 시작한 킹콩은 식인 공룡들로부터 앤을 보호하게 되고, 앤도 킹콩이 자신을 보호해 주는 것에 신뢰를 갖게 됩니다. 그러면서 뉴욕으로 킹콩이 끌려오게 됩니다.
킹콩이라는 야수는 한 여인을 사랑하게 됩니다. 그 여인은 같은 야수도 아니고, 인간입니다.
그런데, 킹콩은 대상이 누군지 상관없이 그 대상을 사랑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사랑하는 이를 위해 자신의 몸에 상처를 내가면서 그녀를 지킵니다. 다른 괴물들로 부터 그녀를 보호하기도 하고, 그녀를 위해 귀여운 몸짓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정말 귀엽습니다.
킹콩은 사랑하기 시작하면서 자신의 세상밖으로 나오게 됩니다.
원주민들이 갖다주는 제물을 먹던 그가 이제는 그것보다 한 여인을 보기 위해 자신의 세상을 박차고 나오게 되는 것이죠.
그러고 보면, 사랑을 하게 되면 결국 자신의 세상밖으로 나와야 하나 봅니다.
원시 해골섬을 킹콩이 버리고, 자신과 어울리지도 않은 도시로 나올 수 밖에 없었던것 처럼...
진정한 사랑을 하는 사람은 자신의 세상 속에 있지 못합니다.
사랑하는 상대의 세상을 따라가기 때문인데요.
결국 그 자체가 불가사의한 세상이 되는 것 같습니다.
경험해보지도 못했던 곳을 아무런 두려움도 없이 성큼 들어가게 되고,
만나보지도 못했던 일들이 자신에게 닥치더라도,
그런 것들은 사랑앞에서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으니까요.
킹콩이 사랑을 위해 자신의 세상을 버리고 앤을 찾아 킹콩에게는 불가사의한 세상 속으로 뛰어든 것 처럼,
진정 사랑한다면 자신의 세상밖으로 뛰어 나오는 불가사의한 일을 해야합니다.
한사람이 사랑을 하고 또 그 상대방이 사랑을 하고,
짝사랑이 아닌 이렇게 서로간의 사랑이 이루어지는 것은 기적이라고 하는데요.
결국 그 자체가 불가사의한 세상을 만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오늘은, 사랑이 있는 불가사의한 세상에 빠지고 싶어지는 날입니다...
표한장으로 그런 경험에 빠져보시기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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