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행에 늦게 뒤 따라가는 느낌으로 영화 '써니'를 보기 위해 극장을 찾았다.
그냥 재밌다는 얘기 정도의 정보로 영화를 보러가긴 처음이었다.
고등학교 친구와 함께 보기로 한 영화.
예상외로 시작부터 끝까지 고등학교 시절의 추억이 새록새록하게 떠올려졌다.
영화를 보면서 중간중간, 우리도 저 영화 속의 일들을 겪었던 거 같은데...
친구와 마주보고 엄청을 웃었다.
잘 나가는 남편과 예쁜 딸을 둔 40대 주부 나미는 무언가 부족한 삶을 살아간다. 병원에서 우연히 고등학교 때 친구 춘화를 만나고,
그녀가 병으로 얼마 못사는 것을 알게 되며 과거의 추억을 떠올린다.
어린 시절...
전라도 벌교에서 서울로 전학온 고등학생 때 나미는 사투리 탓에 날라리들의 놀림감이 되었다. 이때 뒷자리에 앉은 진덕여고 의리짱 춘화가 그녀를 도와준다.
춘화를 중심으로 쌍꺼풀에 목숨 건 못난이 장미, 욕배틀 대표주자 진희, 괴력의 다구발 문학소녀 금옥, 미스코리아를 꿈꾸는 사차원 복희 그리고 도도한 얼음공주 수지로 구성된 그룹은, 이 그룹을 경계하는 '소녀시대'라는 그룹과의 맞장대결에서 할머니로부터 전수받은 사투리 욕으로 대활약을 펼친 나미를 합류시킨다. 그리고 '써니'라는 이름의 그룹을 만든다.
일곱 명의 단짝 친구들은 언제까지나 함께 하자는 맹세로 때론 즐겁게 때론 무섭게 싸우기도 하며 학교축제 때 선보일 공연을 야심차게 준비하지만 축제 당일, 뜻밖의 사고로 뿔뿔이 흩어지게 된다.
이런 추억을 가진 나미는 춘화의 남은 인생을 친구들과 같이 보내게 해주고 싶어 친구 찾기에 나선다.
7명의 여고생들이 펼치는 이야기는 누구나 겪었을 법한 일부터 극소수만이 겪었을 일들을 포함해서 보여준다. 재미도 있게. 그리고, 누군가의 엄마로 혹은 아내로 살아오던 나미에게 자신의 인생을 찾아주는 영화이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더 기억나는 그런 에피소드는 다름아닌 'Reality'노래가 나오는 장면이었다.
음악다방이라고 할 수 있는 곳에 짝사랑하는 좋아하는 오빠를 따라 나섰던 나미는 그곳에서 세상이 멈추는 듯한 그런 음악을 듣게 된다. 짝사랑하던 오빠가 뒤에서 해드폰을 씌어주면서 음악을 들려준다. '라붐'의 주제곡인 'Reality'를 말이다.
나의 그 시절(!)에도, 당시 그 곡은 정말 인기였다. 소피마르소의 풋풋한 이미지가 아직도 떠오르는 걸 보면 참 좋아했던 그런 영화였던거 같다.
아래는 영화 '라붐'의 참고 영상. 이 음악 들려주는 장면은 표절이 아니라 오마주다. ㅎ
아직도 그 곡을 들으면 설레는데, 그 곡이 나왔던 영화 '라붐'과 상황을 비슷하게 해서 음악을 들려주는 장면은 환호성을 지르며 어린 시절의 설레임을 그대로 담아낸 장면이었다.
친구들과의 우정 외에 누구나에게 있을 그런 첫사랑과 풋사랑의 기억들을 기억하게 하는 영화 '써니'.
중고등학교 때만 누릴 수 있는 친구들과의 무모하리만큼 순수한 우정과 의리, 그리고 환하게 빛나며 설레는 그런 풋사랑이야기는 영화 '써니'가
선사한 의외의 선물이었다.
잊고 있었다.
'써니'의 포스터에 쓰인 글귀처럼
'가장 찬란했던 순간'이 우리 모두에게 있었다는 것을.
그게 행복이었던 아픔이었던 그 시절의 추억은 찬란했던 순간의 추억이다. 그 추억을 꺼내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질 수 있는 것 같다.
감동적이라서 영화의 흥겨움을 느낄 수 있는 OST도 첨부한다.
ps. 개인적인 이야기를 덧붙인다.
영화는 7명의 '써니'라는 그룹의 아이들이었다면, 나의 그룹은 '가야금 1/2'(?!)이라는 명칭의 6명의 그룹이었다.
(의미는 생략한다. ^^: ) 1학년 같은 반에서 시작된 우리의 만남은 흩어져서 다른 반이 되었던 2, 3학년에도 계속 되었다. 때론 각 반들의 반장들이 되기도 했는데, 다른 반 아이들과 몰려다닌다고 어떤 담임은 "너희가 6공주냐"라는 핀잔을 듣기도 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냥 몰려만 다녔던 기억이다.
현재도 만나는 우리 6명이 함께 모여서 영화를 본다면 다시 고등학교로 돌아가 또 이야기 꽃을 피울 것 같다. 연말 송년회에 기념으로 한번 같이 봐야겠다. ^^
'Reviews > Movies' 카테고리의 다른 글
'노장'이 되느냐 '노인'이 되느냐, 영화 '레드'를 보고... (0) | 2011.11.09 |
---|---|
'라푼젤(Tangled, 2010)' 꿈이 이루기 위해서는 탑에서 나와야지 (0) | 2011.10.04 |
'김종욱 찾기(Finding Mr.Destiny,2010)' 첫사랑이 머물던 공기와 향기 (0) | 2010.12.13 |
'부당거래' 현실은 이렇지 않길 바라며... (0) | 2010.10.26 |
"내 과거가 미래를 망치려 하고 있어" 영화 '섹스앤더시티2' (0) | 2010.08.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