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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s/Movies

영화 '당신과 함께한 순간들' 후기, 인공지능이 느낄 수 없는 인간의 감정과 사랑....

by HyggePost 2017. 10. 30.

우리는 사랑이야기를 좋아한다. 왜냐하면? 자신도 그런 아름다운 사랑을 하고 싶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말로 듣는 사랑과 자신이 직접했던 사랑은 다르다. 아니 비교하는 것 자체가 말도 안되는 얘기란 걸 우리는 알고 있다.



부럽군.

인생에서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었다니...


그런데 우리는 무의식 중에 자신의 이야기가 아닌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에 심취할 때가 있다. 자신의 인생에 아무런 쓸모도 없는 일인데도 말이다.


다른 사람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결국 자신에게 일어났던 다양한 경험들 속에서 자신만의 감정을 느끼고, 또 누군가와 함께 하면서 사랑했던 기억을 간직하고 사는 것이 결국 인간 삶의 본질이 아닐까? 이런 생각하게 한 영화가 바로 '당신이 함께한 순간들'이다.



"기억이란

우물이나 서랍장 같은 게

아니야

무언가를 기억할 때는

기억 그 자체가 아닌

기억한

마지막 순간을

기억하는 것 뿐이야”


점점 기억을 잃어가는 여든다섯의 마조리(로이스 스미스 분)는 먼저 세상을 떠난 남편의 젊은 시절 모습으로 복원된 인공지능 월터(존 햄 분)와 함께 있다. 마조리는 월터에게 자신이 기억하는 순간을 이야기하며, 불완전한 추억을 공유한다.


한편, 딸 테스(지나 데이비스 분)와 그녀의 남편 존(팀 로빈스 분)은 월터에게 마조리가 기억하지 못하는 새로운 이야기들을 전해 준다. 그러면서 마조리의 인생을 모두 알게 되는 월터...



여러 명의 이야기를 듣고 누군가의 인생을 안다고 생각하는 것은 가장 큰 착각이다. 그렇게 아는 건 그 사람 인생의 겉으로 들어난 일들을 아는 것이지 그 사람을 아는 것도, 그 사람이 되는 것도 아니다.


얼만큼을 알아야 그 사람을 다 알게 되는 것일까? 인공지능이 극중에서 "그 사람에 대해 더 알고 싶어"라고 말하는 것은 인간에 대해 인공지능은 다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이 과연 인간의 복잡한 감정을 어떻게 다 알 수 있고, 학습할 수 있을까?


"인간 같다"는 것이 얼마나 신비로운 것인지 인공지능은 모른다. 아니 우리도 그 신비로움을 가끔 잊고 산다.



인간이라는 존재는 같은 사건을 겪어도 다 감정이 다르고, 기억의 차이도 존재하기 때문에 같은 시간과 공간을 공유해도 각자 다른 삶을 살았다고 말할 수 있는 존재들이다. 그리고 영화에서도 각기 기억하는 것이 다 다르듯이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은 각자가 모두 다르게 느끼고 다른 감정을 가지고 살아갈 수 밖에 없다. 


인생에서

사랑을 해보았는가?

인생에서

상실을 느껴봤는가?

인생에서

불가능한 벽을 느껴봤는가?


인간의 기억은 누군가에게 말로, 혹은 글로 공유되어 기억될 수 있지만, 인간의 감정은 누군가가 전하는 말을 듣고 공유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닌 '인간의 신비로운 영역'이다. 인공지능이 인간이고 싶어도 인간이 될 수 없는 건 바로 그 부분 때문이 아닐까?


인간에 대해 더 알고 싶다고 말하면서 한 인간의 삶을 모두 알아가는 인공지능도 결국 그것은 누군가가 얘기해서 알게된 이야기에 지나지 않을 뿐, 그 사람이 겪은 감정과 느낌은 전해들은 것 밖에 알 수가 없는 것이다.


감정,

그리고 더 나아가 사랑은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인공지능이 가져갈 수 없는

신이 인간에게 준

그 어떤

'신비로운 선물'이다.


요즘 드라마를 보고, 아니면 누군가에게서 듣은 어떤 사건이나 삶에 대해 모든 것을 아는 것 처럼 말하는 것을 종종 보게 된다. 자신이 그 사건의 중심에 놓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감정들까지 같이 이야기 하면서 말이다.


영화 '당신과 함께한 순간들'에서 나오는 인공지능이 들은 것을 자신이 겪은 것처럼 말하는 장면이 가장 충격적이다. 인공지능은 단지 들어서 아는 것일 뿐이고 그걸 나누는 것이 아무런 의미가 없는 데 말이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인간이 없을 때, 그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 자체가 의미없다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준다. 이야기를 공유하는 것만 할 수 있는 인공지능...


지금 난 그렇게 인공지능처럼 살고 있는 건 아닌지...


나의 인생은

인공지능이 침범할 수 없는

그런 감정...

신비로운 영역이 있나?


자신이 직접 겪지 않았던 사랑, 아니 아픔에 대해서는 이야기하는 것은 자신의 인생이 되지 않는다. 아무리 얘기하고 얘기해도 그건 자신의 인생 이야기가 아니라 다른 이들의 삶의 부분일 뿐 내 삶도 아니다.


직접 느끼고 겪고 상처받아보기도 하고 직접 사랑해보기도 하면서 만들어가는 복잡한 감정들이 존재하는 그런 자신의 인생이 진짜 사람의 인생이고 내 인생 스토리가 아닐까? 비록 아파서 죽을 것 같아도, 비록 상처가 오래 아물지 않아 새로운 도전이 어려렵고, 때론 사랑이란 기적같은 순간에 머물러 있다해도 말이다.


 

바로 그게

살아서 존재하는

나의 인생이다.


어떤 사건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기억하는 것은 인간이 아니라 인공 지능도 할 수 있다. 숨겨진 진실을 아는 것도 누군가에게 들으면 가능하다.


그러나 누군가와 함께 했던 순간을 느끼고 그에 대한 감정을 누릴 수 있는 것이 바로 인간의 신비로움이다. 자신 스스로가 깨닫게 된 사랑의 감정, 직접 느끼는 경험의 누적치, 다쳐도 다시 아무는 상처, 복잡한 감정으로 어쩔줄 모르는 순간 등 바로 이런 감정의 쌓임이 인생을 살아가는 인간이 누릴 수 있는 축복이 아닐까?



지금 나는 신이 주신 그 축복의 감정들을 느끼고 있는지 다시 돌아보게 해준 영화 '당신과 함께한 순간들'이다. 멋진 영화.


단지, 좀 중간에 지루한 감이 없지 않지만, 마지막 반전의 장면을 위해 참아줄만 한다. 10월19일 개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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