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향 2018,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황제' (2.1)
서울시향이 '신년음악회'에 이어 또 다시 선사하는 명연주의 향연
스타 피아니스트 예브게니 수드빈의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제5번 '황제'
■ 공연명 :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황제'
SUDBIN PLAYS BEETHOVEN'S EMPEROR
■ 일시 및 장소 : 2월 1일(목)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 지 휘 : 안토니 헤르무스 Antony Hermus, conductor
■ 피아노 : 예브게니 수드빈 Yevgeny Sudbin, piano
■ 프로그램
바게나르, '말괄량이 길들이기' 서곡 Wagenaar, De getemde Feeks (The Taming of the Shrew) Overture, Op. 25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제5번 Beethoven, Piano Concerto No. 5, Op. 73
브루크너, 교향곡 제6번 Anton Bruckner, Symphony No. 6 in A Major
■ 티켓가격 : 70,000원(R), 50,000원(S), 30,000원(A), 20,000원(B), 10,000원(C)
* 공연문의 : (재)서울시립교향악단 1588-1210
모두를 놀라게 한 청량한 음색의 깜짝 스타
피아니스트 예브게니 수드빈이 들려줄 베토벤 '황제'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황제'>(2.1)
● 오는 2월 1일(목) 저녁 8시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는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황제'>가 무대에 오른다. 이번 공연에는 청량한 음색과 뛰어난 음악성으로 단숨에 스타 반열에 오른 피아니스트 예브게니 수드빈이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제5번 '황제'를 연주한다. 지휘에는 긍정적 에너지의 해석으로 사랑받고있는 네덜란드 출신 지휘자 안토니 헤르무스가 무대에 오른다.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는 음색의 소유자
피아니스트, 예브게니 수드빈
● 이날 공연의 하이라이트인 베토벤 협주곡 제5번 '황제'를 연주할 피아니스트로 예브게니 수드빈(1980년생)이 무대에 선다. 특유의 청아한 색깔의 음악과 세련된 해석이 특징인 그는 BIS 음반사의 전속 아티스트로써 다채로운 레퍼토리의 음반으로 사랑받고 있다. 특히 세계적인 지휘자 오스모 벤스케와 함께한 베토벤 협주곡 음반은 듣는 이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기 충분하다. 그중 벤스케가 이끄는 미네소타 오케스트라와 함께 이번에 연주할 '황제'를 녹음하여 큰 사랑을 받아오고 있다. 청량한 음색을 중심으로 다양한 레퍼토리를소화하는 수드빈은 런던 필하모닉, BBC 필하모닉, 로얄 리버풀 필하모닉, 체코 필하모닉 등 세계적인 오케스트라와 협연하였고, 네메 예르비, 한누 린투,블라디미르 아쉬케나지, 샤를 뒤투아 등 마에스트로들과 함께 무대에 서왔다.
유쾌함으로 뭉친 음악에 대한 열정이 가득!
지휘자, 안토니 헤르무스
● 지휘에는 네덜란드 출신의 인기 지휘자 안토니 헤르무스(1973년생)가 서울시향을 다시 찾는다. 독일 안할트 필하모닉 음악감독을 지낸 실력파인 헤르무스는 현재 북네덜란드 교향악단에서 수석 객원 지휘자로, 네덜란드 국립 청소년 오케스트라에서는 예술고문으로 활동 중에 있다. 그의 레퍼토리 중심에는낭만과 후기낭만주의 교향곡부터 20세기 현대음악, 영화음악까지 다양하게자리잡고 있지만, 이번 공연에서 소개되는 초기 네덜란드 작곡가인 요한 바게나르의 작품에도 열중하고 있다. 유쾌함으로 똘똘 뭉친 헤르무스는 오는18/19 시즌에도 특유의 화려하고 열정적인 지휘법으로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 로테르담 필하모닉, 에센 필하모닉 등 세계적인 오케스트라와의 무대에설 예정이다.
베토벤의 마지막 피아노 협주곡, 최대의 걸작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제5번 '황제'
● 이번 공연에서는 피아니스트 예브게니 수드빈의 협연으로 베토벤의 역작인피아노 협주곡 제5번 '황제'가 연주된다. 베토벤이 작곡한 다섯 개의 피아노협주곡 중 마지막을 장식하는 이 곡은 과감한 표현력과 오케스트라의 웅장함으로 꾸준한 사랑을 받는 작품이다. 출판 당시 작품의 장엄함을 표현하기 위해 출판 담당자가 직접 '황제'라는 표제를 붙였다고 널리 알려져 있다. 기존의협주곡 형식을 벗어나 베토벤이 직접 쓴 카덴차가 곡의 첫머리를 장식하여 화려하고 깊이 있는 음악을 만들어 나간다. 피아니스트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협주곡 레퍼토리 중 단연 상위를 차지하고 있는 작품이다.
브루크너가 그토록 사랑했던 교향곡
브루크너 교향곡 제6번
● 2부에서는 브루크너 교향곡 제6번이 연주되어 이날 공연의 대미를 장식한다. 2년에 넘는 오랜 기간 동안 작곡된 대작으로 브루크너가 가장 사랑한 교향곡으로 알려져 있다. 장대한 숲과 같은 스케일과 브루크너 특유의 짜임새가돋보이는 대위법이 특징이며, 초연 당시에는 많은 관심을 이끌어내지는 못했지만 이후 많은 지휘자와 관객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특히 신비롭고 아름다운분위기의 2악장은 대중적인 분위기로 브루크너 교향곡 중 가장 아름다운 악장으로 손꼽힌다. 오르간의 음향을 닮은 오케스트레이션과 평온한 분위기 속펼쳐지는 장엄한 스케치는 브루크너 교향곡의 특징을 잘 나타내주고 있다.
● 이외에도 네덜란드 작곡가 바게나르의 '말괄량이 길들이기' 서곡이 첫 곡으로 연주되어 국내 관객들에게 소개될 예정이다. 지휘자 안토니 헤르무스가 사랑하는 레퍼토리 중 한 곡으로 밝은 에너지가 가득한 작품이다. R. 슈트라우스, 바그너, 베를리오즈의 작품을 연상시키는 바게나르의 음악은 독일 음악의정수인 베토벤과 브루크너의 감상 전 분위기를 끌어올리기에 안성맞춤인 곡이다.
● 한편, 지난 1월 개최된 서울시향의 <신년음악회>는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서울시향 2018 시즌의 문을 활짝 열었다. 서울시향을 한결같이 사랑해주시는관객들의 뜨거운 열정으로 이번 공연 또한 합창석 추가 오픈과 함께 기대를한껏 높이고 있다. (티켓가격: 1~7만원)
<연주자 프로필>
- 2.1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황제'
■ 지휘_안토니 헤르무스_Antony Hermus, conductor
네덜란드 출신 지휘자는 안토니 헤르무스는 자신의음악과 삶에 대해 긍정적으로 접근하는 음악가로, 연주자와 성악가로부터 최선의 실력을 이끌어내는데 천부적인 재능을 지녔다. 이는 콘서트홀, 오페라하우스 등 장소를 막론하고 그의 연주 특성과 강렬함을 통해 입증되고 있다.
안토니 헤르무스는 2009년부터 2015년까지 안할트 필하모닉(Anhaltische Philharmonie)에서 음악감독으로 활동하면서 2010, 2011, 2012년에 걸쳐 3년동안 오페라 전문잡지 <Opernwelt>에 의해 '올해의 지휘자'로 선정되기도했다. 2015년 그의 첫 '반지' 사이클을 완성 하며 안할트 필하모닉 음악감독으로서의 마지막 시즌을 마무리한 그는 곧이어 안할트 필하모닉의 명예 지휘자로 임명되었다. 그는 드라마틱한 지휘 능력과 섬세함, 작품에 대한 명석한접근으로 필하모니아,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로테르담 필하모닉, 네덜란드라디오 필하모닉, 네덜란드 필하모닉, 밤베르크 심포니, 라이프치히 방송교향악단, 파리 오페라 오케스트라와의 무대에서 성공적인 반응을 이끌었다.
안할트 필하모닉에서의 임기 이전에 그는 하겐 필하모닉의 음악감독으로 활동하며 다수의 상을 수상했다(2003년, 29세의 나이로 오페라 코치에서 음악감독으로 승진).
그는 슈트가르트('돈 지오바니' 지휘), 베를린 코미쉬 오퍼('피가로의 결혼', '쿠한델' 지휘), 파리 오페라('비밀결혼' 지휘), 네덜란드 투어링 오페라('가면무도회', '트리스탄과 이졸데' 지휘)에서 활동 했다. 그는 올해(2016) 베를린코미쉬 오퍼에서 마르슈너의 '뱀파이어'를 협연했으며, 예테보리 오페라에서베르디 '맥베스'로 데뷔무대를 가졌고 스트라스부르크의 라인 오페라에서 야나체크의 '교활한 작은 암여우'로 데뷔 한 바있다.
또한 안토니 헤르무스는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 로테르담 필하모닉, 레지덴티 오케스트라, 에센 필하모닉과 협연 할 예정이며, 스위스 로망드 오케스트라, 로열 플레미시 오케스트라, 그리고 서울시립교향악단과의 데뷔를 앞두고있다. 그는 최근 북네덜란드 교향악단에서 수색 객원 지휘자로, 네덜란드 국립 청소년 오케스트라에서 예술고문으로 활동중에 있다.
안토니 헤르무스의 교향악 레퍼토리 중심에는 낭만주의 교향악곡과 20세기마스터피스가 있지만, 그는 필하모니아의 '오늘의 음악' 시리즈를 지휘하고스톡홀름 콘서트홀에서 열린 2013 스웨덴 작곡가 페스티벌에서 노르쾨핑 오케스트라와 함께 진은숙 작곡가의 작품을 협연했으며, 임펄스 페스티벌에서라이프치히 방송교향악단과 현대 음악을 협연하는 등 현대 음악 레퍼토리에있어서도 뛰어난 해석 능력을 자랑하고 있다.
그가 CPO 레이블을 통해 발매한 음반으로는 안할트 필하모닉과 함께 녹음한 후기 낭만주의 작곡가 클럭하르트와 20세기 초기 네덜란드 작곡가 바게나르의 작품, 오베르의 오페라 '포르티치의 벙어리 처녀'가 있다. 하겐 필하모닉에 있는 동안 그는 오페라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교향악 버전을 녹음했으며, 말러 '교향곡 1'번으로 높이 평가 받았다.
홀란드 출신 안토니 헤르무스는 여섯 살 때 피아노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그는 틸부르흐 음악원에서 쟈크 드 티게를 사사하며 피아노를 공부하고, 자크반 스틴과 게오르그 프리취를 사사하며 지휘를 공부했다.
■ 피아노_예브게니 수드빈_Yevgeny Sudbin, pianist
피아니스트 예브게니 수드빈은 영국 텔레그라프에 의해 "21세기 최고의 피아니스트 중 한명"으로 정평 난 바 있다. 음반사인 BIS 레코드의 유일한 전속아티스트로서 녹음한 음반들은 명실상부한 BBC 뮤직 매거진에 의해 '이 달의 음반'으로 선정되고 그라모폰지의 '에디터의 초이스'에 오르는 등 그 뛰어난 연주력을 입증해왔다. 또한 그가 연주한 스크리아빈의 음반은 영국 주요언론사인 텔레그라프로부터 '올해의 음반 상'을 수상하는 등 수많은 상을 거머쥐며 세계적으로 인정 받아왔다.
예브게니 수드빈은 세계적으로 명망 있는 공연장에 초청받아 정기적으로 연주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가 오른 주요무대에는 취리히 톤할레 극장, 로열 페스티벌 홀, 퀸 엘리자베스 홀, 위그모어 홀, 암스테르담 콘서트허바우 홀, 데이비스 심포니 홀 등이 있다. 그는 뉴질랜드 심포니 오케스트라, 밴쿠버 심포니 오케스트라, 오스트레일리안 심포니 오케스트라, 미네소타 오케스트라,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오케스트라, 루체른 심포니 오케스트라, 체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베르겐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BBC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로열 리버풀 필하모닉오케스트라 등 세계 정상급 오케스트라들과 협연을 펼친 바 있다. 특히 그가BBC 프롬스에서 선보인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제1번은 텔레그래프에 의해 '숭고한 연주'로 평가받기도 했다.
그는 네메 예르비, 블라디미르 아슈케나지, 오스모 벤스케, 한누 린투, 바실리 시나이스키 등 거장 지휘자들과 호흡을 맞췄다. 실내악 활동에도 남다른열정을 갖고있는 수드빈은 힐러리 한, 일리아 그린골츠, 율리아 피셔, 칠링기리안 콰르텟 등 다양한 음악가들과 실내악 무대에 오른 바 있다. 그가 출연한주요 페스티벌로는 아스펜 국제 음악제, 모스틀리 모차르트 뮤직 페스티벌,티볼리 페스티벌, 베르비에르 페스티벌 등 권위적인 음악축제들이 있다.
이 시즌 그의 주요 활동으로는 타피올라 신포니에타(지휘 오스모 벤스케), 네덜란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지휘 이보르 볼튼), 시티오브 버밍엄 심포니 오케스트라(지휘 마이클 실)와의 협연이 있으며, 위그모어 홀, 모스크바 국제음악당 등 세계 각국의 공연장에서 독주회를 연다.
러시아 상태페테르부르크에서 태어난 수드빈은 상태페테르부르크 음악원영재 음악 학교에서 다섯 살 때부터 류보프 페브스너와 함께 음악을 공부했으며, 이후 1990년 독일로 넘어가 한스 아이슬러 음악원에서 수학했다. 음악공부에 대한 수드빈의 끊임없는 갈증은 그를 런던 퍼셀 음악원과 왕립음악원으로 이끌었다. Hattori 재단과 Pulvermacher 재단, The Wall Trust 재단의 후원을 받았던 그는 현재 The Wall Trust 재단의 부회장으로 활동하며 음악 인재 양성에 이바지하고 있다.
예브게니 수드빈은 현재 런던에서 그의 가족과 함께 지내고 있다.
<상세 프로그램>
■2.1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황제'
SUDBIN PLAYS BEETHOVEN'S EMPEROR
<프로그램>
바게나르, '말괄량이 길들이기' 서곡 (7')
Wagenaar, De getemde Feeks (The Taming of the Shrew) Overture, Op. 25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제5번 (38')
Beethoven, Piano Concerto No. 5, Op. 73
I. Allegro
II. Adagio un poco mosso
III. Rondo. Allegro ma non troppo
-Intermission-
브루크너, 교향곡 제6번 (54')
Anton Bruckner, Symphony No. 6 in A Major
I. Majestoso
II. Adagio. Sehr feierlich
III. Scherzo. Nicht schnell
IV. Finale. Bewegt, doch nicht zu schnell
<프로그램 노트>
글: 황장원 (음악 칼럼니스트)
최고의 피아노 협주곡과 숨은 보석들
베토벤의 마지막 피아노 협주곡은 음악사에서 가장 눈부시게 빛나는 걸작 중하나이다. '황제 협주곡'이라는 별명으로 알려졌지만, 작곡 배경을 돌아보면'영웅 협주곡'이라는 별명이 더 어울릴 것 같기도 하다. 러시아 출신으로 독일과 영국에서 성장한 예브게니 수드빈의 연주는 어떤 이미지를 부각시키게 될까?
다른 두 작품은 그늘 속에서 반짝이는 보석과도 같다. 먼저 우리에게 생소한네덜란드 작곡가 바헤나르의 흥미진진한 서곡을 네덜란드 지휘자 안토니 헤르무스가 애정을 담아 들려줄 것이다. 그리고 브루크너 교향곡 중 덜 주목받지만 대단히 아름다운 '교향곡 제6번'은 유명세가 작품을 판단하는 기준의 전부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일깨워줄 것이다.
■ 요한 바헤나르(1862-1941) : '말괄량이 길들이기' 서곡, Op.25 (1909) <약7분>
네덜란드의 작곡가들은 르네상스 시대 이후 오랫동안 음악사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비록 여전히 주류의 가시권에서는 벗어나 있지만, 얀 스베일링크 사후 기억할 만한 작곡가가 등장한 것은 무려 250여 년이 지난 19세기후반의 일이다. 공히 1862년생인 요한 바헤나르와 알폰스 디펜브록이 그 주인공으로, 이 두 사람에 의해서 네덜란드 음악은 그 나라의 풍부한 예술적 자산과 인식에 걸맞은 생명력을 회복하게 되었다.
이들 중 바헤나르는 위트레흐트 대성당의 오르간 주자를 역임한 탁월한 오르가니스트이자 헤이그 왕립 음악원의 원장을 지낸 저명한 교육자이기도 했다.작곡가로서 그는 브람스, 베를리오즈,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등의 영향을 받았고, 주로 표제음악과 오페라 장르에서 주목할 만한 작품을 남겼다. '말괄량이 길들이기'는 셰익스피어의 동명 희극에서 영감을 받아 작곡한 연주회용서곡으로 바헤나르의 관현악곡 중 (적어도 네덜란드에서는) 가장 대중적인작품이다.
'말괄량이 길들이기'는 셰익스피어 초기의 인기작으로, 이탈리아 파도바를무대로 한 부호가 말괄량이 첫째 딸 캐서리나와 온순한 둘째 딸 비앙카를 차례로 결혼시키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다룬 희극이다. 캐서리나는 베로나의신사 페트루치오와 결혼하는데, 페트루치오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캐서리나의 기를 꺾어버린다. 결국 캐서리나는 파도바에서 가장 조신하고 훌륭한 부인으로 거듭나게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바헤나르의 음악은 캐서리나의 거친성격, 캐서리나와 페트루치오의 실랑이 등을 후기낭만주의적인 음악어법으로 흥미진진하게 나타냈다.
■ 루트비히 판 베토벤(1770-1827) : 피아노 협주곡 제5번 E♭장조 '황제', Op.73 (1809) <약 40분>
이 협주곡은 베토벤의 최대 역작 중 하나이다. 그 장대한 스케일, 강렬한 추진력, 찬란한 색채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며, 심지어 베토벤 자신조차 이 정도로 대담한 협주곡은 쓴 적은 없었다. 그는 이 협주곡에서 특유의 강력한 피아니즘을 그 어느 때보다 과감하게 밀어붙였고, 나아가 '교향적 협주곡'의 전범을 제시함으로써 협주곡사에 새로운 장을 열었다. 이 곡은 분명 '협주곡'이지만 관현악 파트가 독주 파트 못지않은 중요성을 지니며, 두 파트가 긴밀하게어우러져 더없이 유기적이고 역동적인 음악세계를 펼쳐 보인다.
그런데 이 기념비적인 작품은 베토벤의 생애에서 가장 긴박했던 시기에 탄생했다. 때는 1809년 초, 베토벤의 생활은 오랜 부침 끝에 비로소 반석 위에 올라선 것처럼 보였다. 3월부터 세 명의 고위 귀족들로부터 고액의 '평생 연금'을 수령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로써 안정적인 재정기반을 확보한 베토벤은 들뜬 기분에 여행이나 결혼도 가능하리라는 기대를 품었다. 하지만 그런 희망은 얼마 지나지 않아 산산조각이 나고 만다. 같은 해 5월, '황제' 나폴레옹 군대가 빈으로 진격해왔기 때문이다. 베토벤의 상황은 절박해졌다. 귀족들의 참전과 피난으로 후원이 끊겼고, 생계를 꾸려나가기 어려운 상황에서피난도 여의치 않았으며, 적군의 포격이 쏟아지면 얼마 남지 않은 청각을 보호하려 안간힘을 써야했다. 프랑스군이 도시를 점령한 뒤에도 한 동안 오스트리아군의 반격으로 인해 전투는 계속되었고, 그는 사방을 뒤덮은 전쟁의참화와 진군의 북소리, 군화소리에 휩싸여 거의 미칠 지경이었다.
그러한 상황 속에서 잉태된 그의 마지막 협주곡은 마치 위기와 비극에 맞서기 위해 전장에 나선 영웅의 모습을 음악적으로 그려 보인 듯하다. 발터 리츨러의 말을 빌리자면, "이 작품은 첫 악장과 마지막 악장에서 영웅적 기개를과시하며, 처음부터 끝까지 경이로운 조성 전개의 극치를 보여준다. 강렬한개시 화음들은 경이로운 조성 전개의 건물 안으로 이끄는 웅장한 입구와도같다."
- 제1악장 : 알레그로(빠르게) / Allegro
장대한 첫 악장은 시작부터 특별하다. 관현악의 힘찬 화음이 울리면 곧바로피아노가 등장하여 화려하고 당당한 카덴차를 연주해 보이며 출발하는 것이다. 이 혁신적인 개시부에 이어 관현악이 힘차고 박진감 넘치는 제1주제, 스타카토 리듬에 실려 등장한 후 유려하게 펼쳐지는 제2주제를 차례로 제시한다. 이후 피아노가 다시 등장하고 음악은 때로는 충만한 긴장감 속에서 강렬하게, 때로는 섬세하고 유연하게 펼쳐진다. 그 과정에서 통상 재현부와 종결부 사이에 놓이는 카덴차가 작곡자에 의한 짧은 카덴차풍 악구로 대체된 부분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
그런데 이 악장에서는 트럼펫과 팀파니의 활약을 통해서 팡파르 풍의 울림과행진곡풍 리듬이 유난히 부각된다. 또한 전편의 치열하고 박진감 넘치는 흐름은 다분히 전투적이라 할 만하다. 그래서인지 알프레트 아인슈타인은 이협주곡을 가리켜 '군대 개념의 변증론'으로 규정하기도 했다.
- 제2악장 : 아다지오 운 포코 모소(조금 빠른 아다지오) / Adagio un poco mosso
차분하게 가라앉은 분위기, 온화하게 이어지는 흐름, 그리고 그 위에 신중하게 얹히는 피아노 선율. 이 아다지오 악장은 앞뒤 악장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전장의 한복판에서 갖는 명상 또는 기도의 시간이라고 할까? 그 시간에는 숭고하고 성스러운 기운마저 서려있다. 베토벤의 후기음악에 나타나는 영적인 차원의 음률이 이미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이 악장은 그가 남긴 가장 심오하고 감동적인 악곡 가운데 하나라 하겠다.
- 제3악장 : 론도. 알레그로(빠르게) / Rondo. Allegro
앞선 악장의 끝부분에서 그대로 이어지는 이 피날레 악장에서 음악은 다시금첫 악장의 기세와 분위기로 복귀한다. 이 '승리를 향한 행진곡'에서 춤곡풍의주제는 마치 곡예를 펼치는 듯하며, 피아노와 관현악은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술래잡기를 하는 듯하다. 협주곡의 고유한 경쟁의 묘미와 돌파의 스릴을 만끽하게 해주는 멋진 피날레라 하겠다.
■ 안톤 브루크너(1824-1896) : 교향곡 제6번 A장조 (1881) <약 55분>
브루크너의 주요 교향곡 아홉 곡을 작곡 단계별로 분류하면, 제1번부터 제3번까지가 전기, 제4번부터 제6번까지가 중기, 제7번부터 제9번까지가 후기에 해당한다. 이 가운데 가장 잘 알려진 작품은 각각 중기와 후기의 선두에놓인 <제4번 E♭장조>와 <제7번 E장조>이며, 최고 걸작의 영예는 보통 <제8번 c단조>나 미완성작인 <제9번 d단조>에 돌아간다. 반면에 <제6번 A장조>는 아홉 곡 중 가장 덜 주목받는 존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곡은 종종 '비(非) 브루크너적'인 작품으로 간주되기도 한다. 브루크너 교향곡을 특징짓는 대표적인 수법들이 약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게네랄파우제(Generalpause, 모두 쉼표)'로 악상을 구분 짓는 이른바 '브루크너 휴지(休止)'가 별로 나타나지 않고, '브루크너다운' 심각하고 장중한 표정도 상당 부분 유화되어 있는 것이다. 아울러 현악의 긴 트레몰로로 곡을 시작하는 '브루크너 개시(開始)'도 조금 다른 방식으로 나타난다. 또한 브루크너교향곡에서 악명 높은 '개정'과 '판본'의 문제로부터도 자유로운데, 이 곡은작곡가 생전에는 제대로 연주된 적이 없으며 그에 따라 타인의 비평뿐 아니라 작곡가 자신의 재고의 여지도 적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곡은 뼛속까지 브루크너의 작품이다. 도처에서'브루크너 리듬'이 나타나며, 금관악기의 용법이나 오케스트라 전체에서 오르간풍의 장엄한 음향을 이끌어내는 수법도 브루크너의 전매특허 그대로이다. 그런가 하면 주조성 채택에 있어서 '제3번'까지 단조로 일관했던 브루크너가 '제4번'부터 '제7번'까지는 장조 교향곡을 선보이게 되는데, 이 곡의 전반에 흐르는 평온한 분위기와 밝은 색채, 쾌활한 표정 등은 그 연속선상에서파악할 수 있는 것이리라. 또 그의 중기 교향곡의 노정에서 보자면, '제4번'으로 새로운 장을 열고 '제5번'에서 한 차례 정점에 도달한 그가 후기의 문을 열기 전에 새로운 방향을 모색했던 작품으로 규정할 수 있을 것이다.
- 제1악장 : 마에스토소(장엄하게) / Majestoso
첫 악장은 바이올린 파트가 3연음을 포함하는 특징적인 리듬을 동일음상에서 반복하며 시작되고, 곧이어 선 굵고 위엄 있는 제1주제가 저음현으로 제시된다. 여기에 호른의 응답이 덧붙여지고, 잠시 후 주제는 폭발적인 악센트로 힘차게 터져 나와 자신의 존재를 한층 당당히 드러낸다. 이어서 플루트 솔로를 다리 삼아 템포를 늦춰 등장하는 제2주제는 한결 유연한 모습으로 제1주제와 대비를 이룬다. 여기에 얼마 후 힘찬 제3주제가 따라붙고, 두 차례 클라이맥스를 이룬 다음 제시부는 한 대의 플루트만으로 마무리된다. 발전부는제1주제를 중심으로 전개되며, 재현부에서는 나머지 주제들이 다루어진다.코다는 관악기로 조용히 연주되는 제1주제를 기점으로 브루크너 특유의 웅장한 건축적 클라이맥스가 구축되며 축전적인 분위기 속에서 막을 내린다.
- 제2악장 : 아다지오. 매우 장중하게 / Adagio. Sehr feierlich
브루크너가 쓴 느린 악장들 중에서는 짧은 축에 들지만, 그래도 연주시간 15분에 달하는 유장한 호흡을 지닌 악장이다. 그 유려하고 온화한 흐름에는 모종의 기품이 서려 있으며, 브루크너 교향곡의 악장들 중에서 가장 따스하고풍부한 인간미를 자아내는 곡이기도 하다. 어떤 이는 이 악장의 제2주제를두고 '삶을 영위하는 자의 행복감을 노래한 것'이라고도 했는데, 빈 대학에서연봉을 받기 시작하고 스위스로 휴가여행을 떠나기도 하면서 급속히 호전되어 가던 당시 브루크너의 생활상을 떠올릴 때 무리한 추측은 아닌 듯하다.
- 제3악장 : 스케르초. 빠르지 않게 / Scherzo. Nicht schnell
브루크너가 남긴 스케르초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의 하나로 손꼽히는 악장이다. 특히 중간의 C장조로 된 느린 트리오에서 등장하는 색채적이고 환상적이며 깊은 미감을 머금은 표현들이 인상 깊다.
- 제4악장 : 피날레. 역동적이되 빠르지 않게 / Finale. Bewegt, doch nicht zu schnell
비올라의 트레몰로와 저음현의 피치카토 위에서 바이올린이 유연한 선율을연주하는 서주로 시작된다. 호른이 힘차게 불어대는 제1주제가 정열적인 흐름을 주도하고, 제2바이올린이 주도하는 제2주제의 섬세한 움직임과 반짝이는 표정이 그와 대비를 이룬다. 두 주제가 어우러지는 제시부의 클라이맥스에 이어 금관에 의한 늠름한 전반부와 오보에와 클라리넷에 의한 경쾌한 후반부로 이루어진 제3주제가 출현하고, 이후 음악은 주제들을 바탕으로 무척다채롭고 신축적인 움직임을 보이며 장렬하고 눈부신 피날레를 향하여 꾸준히 전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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