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로마(Roma, 2018)'는 미장센을 앞세워 한 중산층 가정의 이야기를 보여주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전체 흐름을 통해서는 원하는 것인지 원하지 않는 것인지에 따라 사람의 간절함이 다르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영화다.
복잡하게 흘러가던 1970년대 멕시코시티 내 로마 지역에서 한 중산층 가족의 젊은 가정부인 클레오(얄리차 아파리시오 분)는 가족처럼 주인집 아이들과 지내며 살아간다.
보모로, 가정부로 일하지만 순간 순간 즐겁게 살던 클레오는 같이 일하는 친구의 소개로 한 남자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임신을 하게 되고, 남자는 자기 아이가 아니라며 떠나지만 주인집 여주인의 도움으로 검사도 받고 아이를 낳기로 하고 지낸다.
남자가 떠나도 아무런 감정의 동요도 없던 클레오. 고향에 가서 잠시 쉬는 동안도, 또 임신 시킨 남자를 찾아가서 아이에 대해 말해 무시를 당하는 순간에도 클레오는 감정의 변화가 없었다.
그러다 폭동이 일어나는 날, 양수가 터져서 아이를 출산하지만, 결국 자신의 아이가 죽게 되어 눈물을 흘린다. 유산임에도 큰 감정의 동요없이 집으로 돌아온 클레오는 아무런 일이 없던 듯 다시 묵묵하게 집안일을 한다.
이때 새로운 차를 사온 주인집 여자가 마지막 헌차를 팔기 전에 마지막으로 그 차를 타고 여행을 가자고 제안한다. 아이들이 함께 클레오에게 가자고 해서 휴가로 주인집과 함께 바닷가로 여행을 가게 된다.
그들이 바닷가에서 놀게 되는 장면...
주인집 여자가 잠시 자리를 비우면서, 아이들에게 클레오는 수영을 못하니 바다에 들어가지 말라고 말한다. 그리고 바로 아이들이 바다에 빠지게 되고...
멀리서 그걸 지켜본 클레오는 수영도 못하고, 유산한지 얼마 되지도 않은 몸으로 바다로 들어간다. 주인집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서 말이다. 그리고 아이 둘을 구해서 바다에서 나온다.
그 때 일을 마치고 오는 주인집 여자가 놀라서 아이들과 클레오에게 다가온다. 아이들이 클레오가 자신들을 살렸다고 말하자, 주인집 여자가 고맙다고 하면서 모두를 끌어 안는다. 그때 클레오가 울면서 말한다.
저는 원하지 않았어요.
그 애를 원치 않았어요.
전 아기가 태어나길 원치 않았어요
그간 클레오의 심정을 말하는 마지막 장면이었다. 뭉클하기도 했고, 우리가 이런 심정일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하는 장면이었다.
자신의 자식을 원치 않았던 여자가 자신의 자식도 아닌 주인집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서 몸을 던지는 모습은 누군가 모순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건 자신만이 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자신이 원하는 것이라면 그만큼의 애절함이 있을 수 있고, 자신이 원한 것이 아니라면 그것은 다른 이가 볼 때 큰일이여도 자신에게는 하찮은 일일 수도 있겠구나.... 그게 자신의 자식일지라도 말이다.
남편도 없이 아이를 낳는 것을 원하지 않았지만, 자신의 자식을 잃고 나서야 깨달은 한 여인의 마음. 원치 않았음을 너무나 애통해 하던 모습. 원하면 목숨을 걸고 지켰을 수도 있을 텐데... 그러지 못했음에 가슴이 너무 아팠을 한 여인...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지 못하면, 아주 소중한 것을 잃고 나서야 깨닫게 되는 어리석음을 겪게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너무 울컥한 장면이었다.
영화 '로마' 포스터에 있는 이 장면은 영화가 끝나고 나서 계속 생각나던 장면이다.
알폰스 쿠아론 감독은 자신을 키워낸 여성들에 대한 깊은 애정을 담아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만큼 감동이 담겨 있는 영화 '로마'다. 2018년 12월 12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