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나의 인생은 위태로운가?
이런 생각을 하게 한 영화가 바로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영화 '로마(Roma, 2018)'다.
1970년대 멕시코시티 내 로마 지역을 배경으로 한 영화 '로바'는 한 중산층 가족의 젊은 가정부인 클레오(얄리차 아파리시오 분)의 시선으로 전개된다.
보모역할과 집안일을 하는 클레오와 중산층 가족의 삶을 잔잔하게 그리는 영화 '로마'는 흑백화면에 많은 미장센을 담고 있다. 지루하지만, 장면장면이 담고 있는 장면의 의미가 우리 삶을 돌아보게 한다.
"죽는 것도 나쁘지 않네."
빨래를 하던 클레오가 있는 옥상에 주인집 아이들이 놀다가 한 아이만 남게 되고, 그 아이가 클레오가 물어보는 말에 죽어서 말을 못한다고 하고. 클레오와 같이 평상 같은 곳에 눕자 클레오가 같이 누우면서 하는 말이다. 빨래에서는 물이 떨어지고 있고, 다른 집들의 옥상에서는 일하는 사람들이 모두 빨래를 하고 있는 시간, 클레오와 한 아이가 누워있는 그 장면은 참 인상적이었다.
바쁘게 사는 삶 속에서도 힘든 일 속에서도 저렇게 눕기만 하고 아무것도 안하고 있어도 그것이 쉼이 될 수 있는데, 우린 그런 짦은 쉼도 없이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것도 안하고 눕는 죽는 것이 나쁘지 않다는 말이 고된 일상을 사는 우리를 위로하고 있는 느낌이라고 해야할까?
이런 장면도 있는 반면, 스토리 전체를 타고 가는 이야기도 있다.
멋진 장면인데 공개된 사진이 없어서 아쉬운 장면들이 있다. 처음 시작 부분에 주인집 남편이 차를 몰고 주차장으로 들어오는 장면이다. 차에 비해 주차장이 작은 집. 그래서 몇번을 후진을 하면서 차가 흠집나지 않게 하면서 주차장으로 들어오는 장면이다.
잔잔한 음악과 함께 나오는 이 장면에서 잠시 생각에 잠기게 한다. 저렇게 좁은 곳에 들어가는 큰 차처럼 우리도 그렇게 맞지 않는 것을 힘들게 맞춰가면서 살아가고 있는 건가... 저렇게 아슬아슬하게 맞추면서 힘들게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영화 중반에 이 부분에 반전과 생각을 다시 하게 하는 장면이 있다. 주차장과 자동차에 대한 맞지 않음을 시원하게 보여주는 장면이다. 배경에는 주인집 남편이 바람을 피는 것을 알게 된 주인집 여자가 술을 마시고 차를 몰고 들어오는 장면이다. 영화 초반에 남편이 몇번을 후진을 하면서 차가 흠집나지 않게 공을 들여 주차하던 그 차를 몰고 들어오는 아내는 들어오면서 한쪽을 박아서 자동차가 긁히고 또 다른 쪽을 박아서 주자창 기둥을 부시고 하면서 들어온다.
조심스럽게 지키던 가정이 깨지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감독이 마음이었을까? 아슬아슬하게 지켜지던 가정은 그렇게 차가 벽을 부시고, 차가 망가지고 하듯이 가정은 깨지고 있었던 것 같다. 그렇게 맞지 않던 주차장과 차 처럼 그 가정도 그렇게 맞지 않는데 유지되어 있던 것 같았다. 그렇게 맞지 않는 것은 결국 저렇게 부서지고 상처나고 깨지게 되는 것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영화의 후반에는 아내가 새 차를 몰고 주차장으로 들어오는 장면이 있다. 그 새차는 주차장에 맞는 좀 작은 차였다. 어려움 없이 쉽게 주차되는 차. 보는 이들에게도 편안함을 주는 차라고 해야하나?
"엄마는
작은 차가 좋단다."
남편이 바람피던 여인과 폭동 속에서 총에 맞는 사건이 있은 후 일어나는 이 장면은, 이제는 맞지 않는 것을 버리고 새롭게 출발하는 한 여자의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자신에게 맞는 것을 찾아서 행복한 가정을 보는 것 같았다. 비록 남편이 없는, 아버지가 없는 가정이지만 말이다.
영화는 한 가정이 불안감에 빠졌다가 다시 회복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과연 어떤 삶을 선택해야하는 지 생각하게 한다.
내 지금의 삶은 어떤가? 가정을 이루고 사는 사람들 뿐 아니라 자신이 하는 일이나 사람과의 관계 등에서 아슬아슬한가? 과연 아슬아슬하지 않고 나에게 맞게, 아니 내 자신이 편안하게 느끼게 되는 선택은 무엇일까?
그런 고민을 하게 하는 영화 '로마'다. 2018년 12월 12일 일부 영화관에서 개봉했고, NETFLIX에서 만날 수 있는 이 영화는 초반과 중반의 길고 긴 지루함을 참아내면 짜릿한 마지막의 감동을 만나게 되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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