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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s/Books

'못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 故박완서 작가님의 책을 보고...

by HyggePost 2012. 5. 7.

못가본 길이 더 아름답고, 못이룬 꿈이 더 절실하다.


 얼마전 작고하신 박완서 작가님의 '못가본 길이 아름답다'의 책을 들었다. 전자책으로 이미 사뒀던 터라 갤럭시탭으로 읽기 시작했다. 책을 읽으면서 에세이 속에서 삶의 진리라고 할만한 것들과 지혜를 얻었다.

 

아무리 머리가 좋고, 똑똑하다 할지라도, 나이드신 분들의 지혜를 따라 갈 순 없다. 더나아가 지식이 있던 분들이 나이가 들어 지혜까지 더해가면 그 누구도 감당하기엔 아깝기만 한 삶의 진리를 쏟아낸다.

 

그런 이야기들이 담겨있는 책이 '못가본 길이 아름답다'란 생각이 든다.

 

그런 구절구절을 이렇게 남기고 싶어서 블로그에 들어왔다. 작가님이 삶의 지혜를 쏟아주시고,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생각하게 하셨다. 그 분의 글에 나의 에세이들을 나도 담아본다.

 

'넘치게 사랑받은 기억은 아직도 나에겐 젖줄이다'

 

이 구절은 참 공감한다. 사랑받았던 기억이 어느 순간 힘이 되니까. 힘들고, 때론 외롭기도 할 수 있지만, 넘치게 사랑받았고, 아직도 사랑받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힘이 생기기도 한다.

 

'넘치게 사랑받은'라는 표현에 대한 추억이 떠오르지 않는다면 '넘치게 사랑했던'이라는 표현으로 추억해보면 어떨까? 사랑을 받는 것도 힘이 나지만, 내가 사랑했던 것도 힘이 될 수 있으니까.

 

누군가에게 사랑받았던 기억, 누군가를 사랑했던 기억....

 

삶은 사랑하고 사랑받았던 기억만으로 사는 이유를 찾을 것 같다. '넘치게' 사랑받지 못했다면 '넘치게' 사랑받고, '넘치게' 사랑하지 못했다면 '넘치게' 사랑하길 소망해본다.

 

'생동하는 가슴의 박동을 느끼며 살 수 있다는 건 크나큰 축복이다'

 

얼마 전 종영한 드라마 '시크릿가든'은 현빈의 김주원 캐릭터로 여자들의 마음에 설레임이 심어졌다. 멈췄던 심장이 다시 뛰는 느낌이 들었다는 결혼한 친구도 있었고, 자신이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설레였다는 사람도 있었다.

 

기대하고, 설레일 수 있는 사람, 혹은 열정을 쏟을 수 있는 비전이 있다는 것은 사람들에게 살아가는 힘이 된다. 그리고 그렇게 계속 살수 있다는 것 자체가 축복이기도 하다.

 

지금 나는 언제 가슴 뛰는 그런 설레임, 그런 열정을 갖고 있었는지 잊혀지고 있는 것 같다. 내 가슴의 박동을 뛰게하는 그 무언가를 찾아야 한다. 사람이든 비전이든 삶의 생동감을 찾기 위해서... 

 

'신이 나를 솎아낼 때까지는 이승에서 사랑받고 싶고, 필요한 사람이고 싶고, 좋은 글도 쓰고 싶으니 계속해서 정신의 탄력만은 유지하고 싶다'

 

정신의 탄력...

나이든다는 핑계로 생각이 굳어감을 받아들이고, 또 바쁘다는 핑계로 새로운 것들에 머리씀을 등한시했다. 나이드신 작가님은 글을 쓰기 위해, 사랑받기 위해, 필요한 사람이기 위해 정신의 생생함을 잃고 싶지 않으셨다는 글.

 

나는 아직 한참 어린데, 벌써 정신의 탄력도가 떨어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 글을 보니 반성이 되었다. 나도 무언가를 위해 정신의 탄력을 유지해야겠고, 그 정신의 탄력이 유지될 수 있는 비전을 생각하고 싶었다.

 

정신의 탄력...

왜 그게 필요한지 부터 찾아야 할 것 같다. 작가님이 나열한 이유처럼.

 

'제목만 보고도 처음 읽었을 때의 행복감이나 감동이 젊은 날 그랬던 것처럼 가슴을 설레게 하는 책은 못버린다'

 

몇권의 책이 있다. 중고책으로 넘기지 못하고 여전히 내 책장에 꽂혀 있는 책들. 작가님의 표현처럼 젊은 날에 내 가슴을 설레게 하는 책들이었다.

 

그러고 보면 책뿐 만이 아니라, 사람도 그렇다. 나에게 행복감이나 감동을 줬던 사람은 시간이 지나고, 다른 실망감이 있어도 버리지 못하고 관계를 유지하게 된다. 그런 사람이 지금 얼마나 떠오르나?

 

부모가 자식을 버리지 못하고, 자식이 잘못해도 계속 사랑하고 보살 피는 것도 행복감이나 감동을 받았던 젊은 날의 기억 때문이라고 하던데...

 

나의 가슴을 설레게 했던 사람, 그리고, 행복과 감동을 선사했던 사람, 그런 사람들을 생각하게 하는 에세이였다.

 

'가본 길 보다 못가본 길이 더 아름다운 것처럼 내가 놓친 꿈에 비해 현실적으로 획득한 성공이 훨씬 초라해 보이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지금 내가 가보지 못한 길은 어딜까? 그리고 내가 이룬 성공은 무엇일까?

 

아직도 못가본 길을 가볼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되돌아 가보고 싶어지게 만든 글이다. 그러나, 다시 가보면 아마도 지금 상상하는 것 만큼 아름답지 않을 수도 있다. 그리고 지금 이룬것이 별거 아닌 것 같겠지만, 다시 돌아가 다른 길로 들어섰을 때 지금의 모습도 어쩌면 아름답게 느낄 수도 있지 않을까?

 

미지의 곳, 돌아가지 못할 곳이라는 불가능에 대한 미련을 쌓아두기 전에 현실에 적응하고, 지금 이루고 있는 환경을 아름답게 볼 수 있는 눈을 키워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박완서 작가님의 많은 에세이의 일화들은 아마 시간이 흐르고 나서 읽으면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 올것 같다. 나이가 드신 분이 느끼신 삶에 대한 이야기로 이미 나도 나이가 한참들은 어른이 될것 같았다.

 

이제 좀 인생을 아는 나이가 된걸까? 삶에 대해 생각해보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한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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