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들었던 영화 OST 중에
가장 무섭게 기억에 나는 음악이다.
영화 앞뒤로 엄청난 음악? 배경 소리가 있다고 친구가 평을 해서 보게 된 영화가 바로 영화 '존 오브 인터레스트(The Zone of Interes, 2024)'다.
영화 시작에 검은 화면에 불편한 음악이 계속 흘러나온다. 대략 영화의 내용을 알고 갔다면 계속 불편한 느낌으로 앉아있을 수 밖에 없다. 홀로코스트(제2차 세계대전 중 나치 독일이 자행한 유대인 대학살을 의미) 영화라고 알고 갔으니, 대학살에 대한 얘기가 나올 거라 예상되기에 더 불편했다.
그런데...밝은 화면으로 바뀌면서 물가에 소풍을 나온 듯 즐겁게 나들이를 즐기는 한 가족이 등장한다. 바로 독일 장교 루돌프 회스(크리스티안 프리델 분)의 가족이다.
아내 헤트비히(산드라 휠러 분)는 집 앞에서 정성스럽게 가꾼 꽃이 만발한 정원을 즐기고, 아기에게 꽃을 설명하고, 또 다른 아이들은 수영장에서 물놀이에 한창이다. 아내 헤트비히는 멀리서 방문한 어머니에게 "저보고 아우슈비츠의 여왕이래요"라는 말을 하며 현재의 삶에 엄청난 만족을 표현하고 자랑한다. 화면을 보면 이 독일 장교 가족의 삶은 만족할 수 밖에 없을 정도로 평안하고 즐겁기만 하다.
그런데, 중간 중간 군인들이 장교 집앞에 모였다가 흩어지기도 하면서 자세히 이 가족 사는 곳을 보여주는데, 이 가족이 사는 곳은 아우슈비츠 수용소 바로 옆 사택에서 살고 있다.
그러고 보면 점점 이상하다... 이 장교 가족이 사는 집의 담을 뒤 넘어로는 연기가 매일 피어오르고 있다. 괴성도 들린다. 그리고 가족의 일상을 보면, 어디선가 가지고 온 여성의 옷들을 사택에 사는 가정부들과 나눠가지고, 아이들은 가져온 물건 등을 관찰하기도 한다.
아무것도 모르고 이 영화 '존 오브 인터레스트'를 보기 시작했다면 아마도 평온한 삶을 사는 좀 부유한 독일 가정의 이야기일까 하고 시작했을지 모른다. 그러면 아마 더 충격적이지 않았을까? 오히려 알고 시작한게 더 나은 정도 여도 충격이 큰데 맣이다. 가히 충격적이다. 영화 중간중간 괴성이 들리고, 감옥을 청소 하는 게 보이고, 대학살을 가능하게 하는 건물의 구조를 논의 하는 장면들, 그리고 누군가의 옷과 이빨 등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불편함은 극치를 이른다. 뒤통수를 맞은 것 같다고 해야하나? 지옥 옆의 천국?!이라 할 수 있을 것인가?
영화 '존 오브 인터레스트'는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일어났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수용소 옆에 실제로 존재했던 장교의 집을 배경으로 만든 영화다. 이 모든 것이 실제라는 것이 더 충격적이다.
잔인한 학살을 하고 있는 장면이 나오지 않아도 홀로코스트 영화로는 최악의 불편함과 당시의 잔인함이 다 담겨있다. 누군가는 지옥 옆의 천국이라고 표현하지만, 보는 관객은 지옥 만을 느끼게 된다. 알고 봤기에 충격이 덜했지, 만약에 모르고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면 그 충격은 오히려 더 스스로를 책망했을 수도 있다. 평온한 가족에 매료되어 죄가 죄인지 모르게 지나갈 수도 있다는 현실적인 이야기.
이 영화가 나치, 유대인 대학살 이런 얘기를 다시 이야기 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현재 나에게 주는 교훈은 다른 거 같았다. 혹시 지금 나도 우리도 인지하지 못하면서 죄인지 모르고 죄를 지으면서 사는 건 없나?하는 생각.
지금 보여지는 삶은 평온한데, 혹시 다른 한쪽에서 일어나는 비극으로 평온한 건 아닌지 그런 충격을 던져준 영화다... 그냥 그런 생각이 자꾸 들게 하는 아주 불편한 영화다. 감독이 바란 것이 보는 이들에게 그런 불편을 주고 싶었다면 성공이다.
스포일러가 되는 부분이니 영화 볼 분은 아래는 그만 읽으시길...
개인적으로 하이라이트는 장교가 다른 곳으로 발령이 난다고 하는데 아내의 반응이다. 자기가 가꾸어둔 이 천국같은 사택을 떠날 수 없다고. 결국 장교는 떠나고 아내와 아이들은 이 곳에 남는다. 남편 때문에 살게된 곳인데 남편도 없이 결국 사택에 남는다?는 설정이 더 한번 충격적이었다. 무엇이 우선인지 잊고 살다보면 저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 했다. 이기적임의 극치인 아내의 모습이었다.
추가로, 존 오브 인터레스트 즉 The Zone of Interes의 의미가 "금전적 이득을 취할 수 있는 지역"이라는 뜻인데 그런 이득을 취하는 곳에서 살고 있진 않나 자꾸 생각하게 된다. 아주 불편한 영화...
근데 잘 만들었다. 잔인한 장면은 하나도 없는데 너무나 잔인한 기억을 만들어주는 아주 잔인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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