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고 나서 줄거리를 다 말하고 싶은 영화가 있다. 그래서 늦게 리뷰에 올리는 영화가 바로 '아이 캔 스피크(i Can Speak, 2017)'다.
누군가의 아픔을 같이 한다는 거, 그런데, 아픔을 느끼는 사람보다 지켜보는 사람이 더 마음 아파할 수도 있다는 것, 그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나는 그렇게 누군가의 아픔을 나눈 적이 있었는가 돌아보게 되는 영화. 바로 '아이 캔 스피크'다.
온 동네를 휘젓고 다니며, 무려 8천 건에 달하는 민원을 넣어 ‘도깨비 할매’로 불리는 옥분(나문희 분) 할머니. 그녀는 새로 발령받아 구청으로 온 원칙주의 9급 공무원 민재(이제훈 분)에게 자신의 수많은 민원을 접수한다. 원칙대로 민원 접수를 해야 한다며 서류를 요청하는 민재에게 그 규칙을 지키면서 다량의 서류를 작성해서 들고 온 옥분 할머니.
이렇게 서로 옥신각신 하던 옥분 할머니와 민재.
"외로워서 그래..."
할머니가 민원을 제기하는 이유가 외로움 때문인줄 생각할 때쯤 영어 공부를 하는 할머니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수업을 하게 되면서 친구이자 가족으로 서로를 이해하고 소통하는 관계가 되어가던 중 옥분이 영어 공부를 하려는 이유를 알게 된 민재는 옥분을 더 적극적으로 돕게 된다. 위안부였던 옥분 할머니는 자신이 겪은 고통을 알리기 위해 영어를 배우고자 했던 것이다. 미국에 입양된 동생과의 대화를 위해서라기 보다 위안부의 사실을 알리는 것이 영어를 배우는 최종 목표였다.
결국 영어를 배워 위안부에 대한 실체를 말하게 되는 옥분할머니..
이 영화가 담은 깊은 의미의 위안부 문제에 대한 부분도 우리가 기억해야 하지만, 난 마지막에 같이 지내던 슈퍼가게 아주머니가 옥분할머니가 위안부였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슈퍼 아주머니와 할머니가 나누는 대화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옥분할머니가 자신이 위안부였기에 이제 슈퍼아주머니가 피하는 걸로 생각해서 "왜 피하냐"고 따지듯이 말하는데, 슈퍼아주머니는 말한다."엄청나게 힘들었을 텐데 왜 그걸 말도 안해줬냐"고, "혼자서 얼마나 힘들었냐"고, "나를 못믿냐"고 그걸 말을 안해줘서 "서운해서 그런다"고.... 그러면서 펑펑 우는 장면이 있었다. 그러자 할머니가 말한다.
"아픈 건 난데
네가 왜 울어…"
우리는 자신의 아픔보다 다른 사람의 아픔 때문에 울때가 있다. 상대의 아픔이 얼마나 큰 거인지 정확하게는 모르지만, 얼마나 힘들었을지 상상만 해도 눈물이 나기 때문에 그렇게 울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아픔을 나눌 수 있는 이야기가 들어있는 영화가 바로 '아이 캔 스피크'다. 그리고, 보상을 받기 위해서라며, 돈을 벌기 위해 위안부 할머니들을 치부하는 일본인에게 울분을 감출 수가 없었다.
영화 ‘아이 캔 스피크’는 말하고 싶지만 말 할 수 없었던 아픔을 지닌 위안부 할머니의 비참한 이야기를 세계에 알리고 사과 받고자 기획되고 제작된 영화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차원을 넘어서 우리가 우리 자신의 아픔보다 더 아파하고, 울고 있는, 그런 아픔을 같이 하는 일들이 얼마나 있는지 생각하게 하는 영화였다.
함께 한다는 것... 그것은 아픔을 나눌 수도, 상대의 아픔에 더 아프게 울 수도 있게 한다. 영화 '아이 캔 스피크'가 다른 이들의 아픔을 다시 한번 더 돌아보게 했다. 개봉이 많이 지나 모든 이야기를 푼다.
"아픈 건 난데 네가 왜 울어…"
우리에게 함께 한다는 것, 그리고 아픔을 같이 한다는 것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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