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은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다. 이것은 명확한 진리다. 그리고 원하지 않는 대로 되어도 그게 어쩌면 더 나은 결과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이런 것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영화가 바로 크리스찬 베일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영화 '몬태나(Hostiles, 2017)'이다.
자신의 친구들이 인디언들에게 죽임을 당하는 것을 봤던 조셉 블로커 대위(크리스찬 베일 분)는 죽이고 싶을 만큼 원수로 생각하는, 병이 들어 오래 살지 못하는 추장(웨스 스투디 분)을 고향인 몬태나로 호송하는 일을 맡게 된다.
호송길에서 잔인한 인디언 부족을 만나 동행하던 훈련병을 잃기도 하고, 호송 과정에서 남편과 아이들을 잃은 부인(로자먼드 파이크 분)을 만나기도 하고, 중간 기지를 지나면서 군사재판에 넘겨질 군인을 호송하는 일까지 맡게 되면서 대위는 동료를 잃기도 하고 또 다른 동료와 길을 같이 가기도 한다.
땅을 차지하기 위해, 땅을 정복하기 위해 현지의 부족들을 몰아내면서 전쟁을 할 수 밖에 없던 당시의 상황 속에서 대위는 인디언에게 적대적 감정을 갖고 있다. 친한 동료를 죽인 것도 인디언이고, 자신이 이렇게 힘들게 사는 것도 인디언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호송길을 떠나기 시작하면서 원수처럼 생각했던 인디언에게 도움을 받기도 하고, 과거 자신의 병사이며 동료였던 군인이 자신의 그룹을 해치는 것을 목격하기도 하면서 대위는 심적으로 많은 변화를 겪는다.
함께 호송길을 가던 병사들이 주고 받은 말이 기억난다. 전쟁을 하면서 많은 사람을 죽였던 이들의 대화다.
사람을 죽이는 게
무서운 것이 아니라
사람을 죽이는 것이
익숙해질까 봐
무섭다.
...
그리고,
사람을 죽이는 걸 보는 건
익숙해졌는데,
내 동료가 죽는 걸 보는 건
여전히 익숙해지지 않는다...
우리의 인생은 관계 속에서 살아간다. 그래서 관계가 없는 사람들의 생로병사는 크게 다가오지 않는다. 그러나 가족, 친구, 동료 등의 긴밀한 관계를 가진 사람들의 아픔이나 죽음은 함께하는 사람의 인생에 큰 변화를 가져오기도 한다. 인간은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동물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 인간의 관계에 대해 생각하고 있을 때, 영화는 또 하나의 질문을 던진다.
이렇게 불안정하고 알 수 없는 전쟁 속에서는
불안정한 현실을 사는 것보다
명확하고 확실한
죽음을 선택하게 되는 것 같다.
복잡하고 알 수 없는 인생을 살아가는 우리들. 우리가 한번 쯤 모든 것을 끝내고 싶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바로 그 명확성 때문이다. 죽음은 불안정하지 않고 확실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확실한 죽음은 모든 것의 끝이다. 시작도 없고 끝도 없고 아무것도 없는 것이 죽음이다. 확실하지만 아무것도 없는 것.
인생이 살만한 이유는 그 불확실성 때문이다. 확실하고 명확하면 살아갈 이유도 재미도 없어지기 때문이다. 인생의 묘미는 불확실성이지 않을까? 그래서 살아볼 만 한 것이고.
몬태나로 향하는 사람들의 삶 속에서 우리가 살아가는 삶을 엿보게 되었다. 예측할 수 없는 사건들이 일어나는 우리의 삶과 다를 것이 없었다. 적이었지만, 위험한 순간에 동료로 같이 해주기도 하고, 과거에 동료였지만, 다시 적으로 해를 가하기도 하고...
자신이 죽이고 싶었던 적을, 그리고 자신이 용서한 적을, 그리고 이제는 동료가 된 적의 죽음을 맞게 되는 사람들... 또 동료였지만, 이제 적이 되어버린 사람의 죽음을 보게 되는 사람들...
몬태나로 향하는 사람들의 일상이 지루함이 느껴질 때쯤 영화는 서서히 입체적으로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생각하게 하는 대사들을 쏟아내면서 말이다. 그리고 그들의 인생 속으로 들어가서 같이 마음 아파하게 되고 울분하게 되기도 한다.
'크리스찬 베일'이란 배우가 선택한 영화이기에 주저없이 함께 선택했는데, 영화 본 후는 결과에 만족한다. 우리의 인생을 한번 쯤 돌아보게 하는 그런 영화다. 무엇보다 영화는 마지막까지 봐야 한다.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마지막 장면이기 때문이다. 마지막 얘기는 개봉이 좀 지난 후에 써야겠다.
인생이 맘대로 되지 않는다면, 지금 인생이 지루하다면 영화 '몬태나'를 보면서 인생이란 여정을 다시 돌아보길 바란다. 영화 속 주인공으로 한번 살아보길 바란다. 영화 속 보다는 지금의 현실이 어쩌면 더 나을 수도 있다는 약간의 희망을 갖고 극장을 나서게 될 것 이다. 4월 19일 개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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