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사도'를 이제야 봤다.
신들린 연기의 유아인을 보는 게 쉬운일은 아니기에 미루고 미뤘었다. 왜냐하면 극에 몰입하면 같이 그 흥분의 순간으로 들어가야하고 또 우울한 상황으로 들어가야하니, 몸도 힘들도 마음도 힘들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버지가 아들을 죽이는 처참한 영화 '사도'는 보기를 꺼리고 있었던 거다. 그래도 늦게 나마 보길 잘했다. 소통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었으니...
영화 '사도'에서 가장 슬픈 대사가 있다.
후에 정종이 되는 세손이 사도세자가 중전이 아닌 후궁 어머니의 육순을 치르면서 절을 하는 장면. 중전이 아니면 받을 수 없는 사배(四拜:4번의 절)를 하라고 아들과 가족들에게 외치는 사도세자. 그렇게 법도를 어길 수 없다고 반발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세손은 아버지인 사도세자의 말에 따라 사배를 한다.
그리고 나서 나중에 영조가 세손에게 묻는다. 법도를 어기며 사배를 했다는 걸 들었다고, 왜 그랬냐고... 그라자 세손이 말한다.
사람이 있고 예법이 있지
예법이 있고
사람이 있지 않습니다.
...
그날 소손은
아버지의 마음을 보았나이다.
세손은 법도를 어기며 자신을 포함한 이들에게 사배를 권했던 사도세자의 마음을 읽었던 것이다. 어린 세손이...
영조와 사도세자가 서로의 마음을 전혀 읽지 못하고 어긋나고만 있을 때 말이다.
만약 영조와 사도세자도 서로의 마음을 미리 읽을 수만 있었다면 아버지가 아들을 죽이는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 같다.
누군가의 마음을 읽고, 또 그 마음을 생각해준다면 삶의 끝까지 가는 비극을 막을 수 있지 않을까...
아들이 왕이 되지 못할 때 살아남지 못할 거라는 불안감 때문에 아들을 다그쳤던 아버지,
자신의 잘하는 것보다 못하는 것만을 보고 다그치는 아버지가 싫었던 아들...
서로의 사이에 서로의 마음을 조금만 봐줄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비극적인 영화 '사도'다.
너무 짠한 영화다.
영조가 죽은 사도세자와 나누는 마지막 대화를 올린다. 중간중간 빠지긴 했지만, 애잔한다.
대사에 나오는 것 처럼 이 부자는 죽음을 앞두고 이런 대화를 하게 되었을까 하는 안타까움과 아쉬움이 남는다.
영조:
2살 때 부터 제왕의 제법을 가르쳤다. 그런데 똑똑하던 니가
공부에는 전념을 안하고 무예에 관심을 가져서
나는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다.
신하들 앞에 널 제대로 된 왕이 되게 하고 싶었다.
왕이 되지 못한 왕자의 운명이 뭔지 아냐?
내가 죽었으면 너도 없는 거다.
임금이 대님 하나 어긋나게 묶어도 무시한다.
사도세자:
그걸 알아서
아버지를 이해하려고 노력했어.
그런데, 그 방식은
숨이 막혀서 죽을 것 같았어.
난 임금도 싫고 권력도 싫고
난 아버지의 따뜻한 눈길
다정한 말 한마디를 원했어.
영조:
너와 나는 이승과 저승의 갈림길에 와서
이런 이야기를 나눌 수 밖에 없단 말이냐...
나는 자식을 죽인 아비로 기록될 것이다.
너는 임금을 죽이려 한 역적이 아니라
미쳐서 아비를 죽이려 한 광인으로 기록될 것이다.
그래야 니 아들이 산다.
내가 임금이 아니고 니가 임금의 아들이 아니었다면
어찌 이런 일이 있겠느냐.
이것이 우리의 운명이다.
정말 그들의 비극적인 역사적 사건은 서로를 알아보는 마음이 있었다면 없었을 비극이었던 거 같다. 생각할 수록 안타까운 비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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