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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s/Movies

영화 '리틀 포레스' 명대사 리뷰: 바쁘게 산다고 문제가 해결될까?

by HyggePost 2021. 9. 4.

임순례 감독의 영화 '리틀 포레스트(Little Forest, 2018)'는 인기 만화가 이가라시 다이스케의 '리틀포레스트(リトル・フォレスト)'를 원작으로 하는 영화다.

시골의 풍경과 청춘들의 여유로운 노닥거림을 담은 이 영화는 바쁘게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쉼에 대해 생각하게 하고, 쉼을 통해 삶의 방향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 계절에만 먹을 수 있는 신선한 과일과 야채, 그리고 그것들로 만들어지는 음식들이 즐비하게 등장하는 영화 속 많은 장면은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음식과 함께 여유로운 삶이란 어떤 것인지 사색하게 한다. 그리고 그 선명한 잔상은 현실을 사는 우리의 삶을 돌아보게 하고 변화하고 싶게 만든다. 그래서 영화 '리틀 포레스트'는 개봉당시 "퇴사하게 만드는 영화"라고 불리기도 했다.

시험, 연애, 취업…

뭐하나 뜻대로 되지 않는 일상을 뒤로 하고 고향으로 돌아온 혜원(김태리 분)은 아무도 없던 집을 정리하고, 어릴 때 친구인 재하(류준열 분)와 은숙(진기주 분)과 함께 1년을 농촌에서 보낸다.

남들과는 다른, 자신만의 삶을 살기로 결정하고 도시에서 고향으로 돌아와 농사를 지으며 지내는 친구 재하와 시골의 평범한 일상이 싫은, 그래서 도시로 탈출?을 꿈꾸는 친구 은숙이 있는 고향. 이들은 오랜만에 함께 지내게 된 혜원과 약간의 썸?도 보여주며 청춘들의 즐거운 하루하루를 선보인다.

직접 키운 농작물로 한끼 한끼를 만들어 먹으며 겨울에서 봄, 그리고 여름, 가을을 보내고 다시 겨울을 맞이하게 되는 혜원은 자신이 살던 과거의 삶을 순간순간 떠올린다.

그 주인공의 과거 삶은 우리 삶을 투영하고 있었다. 바쁘고 정신없게 사는 우리의 삶을 말이다.

영화 초반에 자신은 취직이 안되었는데, 취직한 남자친구의 전화 받고 통화하기 싫었던 혜원이 잘 안들린다고 거짓말을 하면서 남친의 전화를 끊는다. 그리고 자신에게 이런 말을 한다.

"넌 뭘 그렇게 어렵게 사냐..."

 

그냥 통화하기 싫으니까 '나중에 통화하자'도 아니고, 그냥 통신 상태가 안좋다고 하면서 전화를 끊는 혜원의 모습은 우리가 솔직하지 못하게 상대를 대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약속도 없으면서 약속이 있다며 가고 싶지 않은 모임에 가지 않거나, 싫은 사람과 밥먹기가 싫어서 다이어트 중이라고 하거나 하는 일들 말이다.

이렇게 현대인들이 표현하는 것은 자신의 감정을 다 표현하게 되면 상대방이 상처받을 수도 있으니까 그렇게 둘러서? 얘기하는 것도 있다. 자신도 그렇게 상처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러나 결국은 그런 회피는 처음에는 상대에게는 상처가 되지 않겠지만 자신에게는 힘든 일이 될 수 있다. 그리고 결국 그런 거짓말이 자신에게 돌아올 수도 있게 된다.

그렇게 어렵게? 자신을 돌보지 않고 살던 혜원은 어릴 때 자라던 집에서 편안하게 음식을 만들어 먹고, 밭도 갈고, 벼도 심으면서 몸은 고되지만 맘은 편한 시간을 보낸다.

음... 어딘가로 떠난다는 것은 어떤 의미 일까?

무언가를 찾아서 고향을 떠난 혜원은 떠남에 대해 생각하면서 자신을 두고 갑자기 떠났던 엄마에 대해 생각한다. 그리고 자신에게 혼잣말 처럼 말을 한다.

"무언가를 찾아 떠났다.
그리고 나만 돌아왔다.
아무것도 답을 찾지 못한 채...
엄마는 찾았을까?"


우리가 어디론가 떠날 때는 현실을 잊고 싶을 때이다. 혹은 새로운 것을 찾고 싶을 때이기도 하다. 우리는 과거에 과연 어떤 이유들로 수많은 떠남을 선택했을까?

영화 속에서 뿐 아니라 현실에서도 겨울을 제외하고 모든 계절이 바쁜 농사일은 쉴 틈이 없이 돌아간다. 혜원은 그렇게 일을 하면서 생각한다.

"이놈의 잡초는
뽑아도 뽑아도 계속 자라난다.
걱정도 자꾸 다시 자라난다."


잡초를 뽑으면서, 자신의 걱정을 뽑고 있는 혜원. 그녀를 보면서 깨달았다. 걱정을 뽑아 버리려고 노력하지만, 뽑아 버린 걱정이 지나가면 또 다른 걱정이 계속 올 것이라는 것을 말이다. 걱정없는 세상은 우리 생애에는 오지 않을거라는 사실을 알면서 우리는 걱정을 그냥 지우려고만 하고 있는 건 아닌지...

그러나 이런 걱정들이 돌고 도는 삶이지만, 우리에게는 매번 새로움을 주는 새로운 계절이 온다. 그래서 새로운 그 계절에 누릴 수 있는 삶이 있기에 우리는 걱정이 많아도, 무언가 답을 찾지 못해도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시간이 주는 선물...
밤 조림이 맛있다는 건
가을이 깊어간다는 것이다."

"겨울이 와야
정말로 맛있는 곶감을 먹을 수가 있다."



그 계절에만 볼 수 있는 것이 있어서 그 계절을 느낄 수 있고, 그 계절을 보내고 다시 계절을 맞이하면 또 새로운 느낌을 느낄 수 있게 되는 것이 계절 뿐 아니라 우리의 삶이 아닐까...

비가 많이 오고 난 다음날 넘어진 벼를 세우면서 "하늘이 하는 일을 무슨 수로 대적하겠냐..."라고 하면서 힘들다고 투덜대는 혜원에게 큰고모가 말한다.

"입 놀릴 시간에 몸 놀리면
언젠가 끝이 나게 돼 있어."


시간이 지나도 해결되지 않는 일과 시간이 지나면 해결되는 일이 있다. 시간이 지나면 해결되는 일은 그냥 시간만 보내면 되지만, 시간이 지나도 해결되지 않는 일은 무언가는 하고 있어야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해결되기도 한다.

그런데 우리는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일을 위해 애쓰거나, 혹은 시간이 지나도 해결되지 않는 일을 그냥 두고 있는 건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삶의 근본적인 질문이 있었다. 친구 재하가 혜원에게 말한다.

"그렇게 바쁘게 산다고
문제가 해결이 돼?"


그래, 바쁘게 산다고 문제가 해결되진 않는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바쁘게 살아야 한다. 그냥 둬도 시간이 지나면 해결되는 일들을 위해서 걱정하거나 시간을 들이지 말고, 해결해야만 걱정이 없어지는 일들을 위해 시간을 들여 고민하고 해결해야 한다.

정말 나에게 하는 말 같았던 명대사가 있다.

"중요한 일을 외면하고
그때 그때 열심히 사는 척...
고민으로 얼버무리고 있다."


정작 해야하는 중요한 일이 있는데 자꾸 피하면서 다른 걸로 바쁘게 시간을 보내는 내 모습 같았다. 바보 같이 우리는 고민과 걱정을 피하면서 해결되길 바랄 때가 너무 많다.

영화가 주는 하나의 팁Tip이랄까...

살면서 나만의 작은 숲, 리틀포레스트를 찾아야 한다. 그래서 그런 숲에서 다시 중요한 일이 무엇인지, 지금 그 일을 잘 하고 있는 건지, 그냥 무의미하게 바쁘게 살고 있지 않은 건지 점검 하면서 살아가야 한다.

그래야 문제가 해결된다. 문제를 덮고 잊고 있어서는 문제가 해결되지도 않는다. 만약, 떠나서 해결 될 수 있는 문제라면 떠나야 한다.

인스턴트 음식만을 먹던 혜원...

그녀가 고향으로 돌아와서 시간을 들여 음식을 만들어서 먹는 모습을 보면서 쉽게 얻어지는 것은 쉽게 소비되고 잊혀지고, 정성을 들여서 얻은 것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음식이든 삶의 목표든 말이다...

영화 '리틀포레스트'는 원천적인 삶의 문제를 던진다. 자신에게 무엇이 중요한지, 지금 무엇을 위해 살고 고민하고 있는지, 그리고 쓸데 없이 바쁘게만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닌지 말이다.

고민이 많고, 바쁘게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꼭 봐야할 영화 '리틀 포레스트'는 개인적으로도 퇴사하고 싶게 만든 영화였다. 무엇보다 이 영화는 우리나라의 사계절의 아름다움을 농촌의 모습으로 담아내며 그 계절에 맞는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먹는 소박한 삶을 느끼게 하는 영화다. 완전 멋지게 만든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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