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걸 꼽으라면 역시 식도락하고 사진 아닐까 싶다. 먹는 게 남는 거라고,
https://www.youtube.com/watch?v=I7sNpXhET8w
새로운 지역에 갈 때마다 뭔가 그 지역의 특산품으로 먹음직스러운 걸 먹고 싶은 게 또 사람 마음
이니까. 저도 이번에 함께 방문한 일행들하고 뭔가 괜찮은 곳이 없을까 찾았었는데, 마침 공항
근처에 한 끼 푸짐하게 때울만한 곳이 있다는 현지 친구의 추천을 받고서 반신반의하면서
제주시 맛집을 찾았다. 처음에 들어가면서 살짝 의심했던 게 미안했을 만큼 일정의 시작점으로
만족했던 순간이었다.
당시 공항에 도착하고 나서 정신없었던 차, 숙소 예약 확인하고 렌트한 차를 확인하고서 가장
먼저 떠난 곳은 바로 근처에 있는 도두항이었다. 저희가 현지 친구한테 소개받은 제주시 맛집은 도두항
근처에 있는 유람선 선착장 바로 맞은편에 있었는데, 바로 앞에 시원하게 뚫려있는 바닷가가 새삼
관광하러 왔다는 사실을 다시 상기시켜 주었다. 거기에 바다를 마주하고 있는 하늘색 빛
건물이 멀리서 봐도 우리가 제대로 찾아왔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앞쪽은 시원하게 방파제가
펼쳐져 있는 곳이었는데 항구이니만큼 소화하러 나와서 가볍게 산책하기에도 괜찮았던 기억이 난다.
등대와바당이라는 곳이었는데, 이름만큼이나 아름다운 정취와 맛에 푹 빠질 수 있었다.
차는 바로 앞에 주차장으로 마련되어있는 공터가 있어서 별다른 어려움 없이 무사히 댈 수
있었다. 아무래도 사람이 많으면 매우 복잡할 것 같았는데, 저희가 막 도착하고 잠들고 숙소
바로 직전에 오는 일정이라 식사 시간대와는 한참 떨어진 타이밍이었었다. 다행히 여유로운
만찬을 즐길 수 있었는데, 여길 소개해준 다른 친구 말로는 평소에 식사 때 사람이 많은 곳이라
운이 좋았다며 신기해하다. 자기도 종종 오는 곳이라면서 꼭 한번 들렀다가라고
당부해줬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덕분에 괜찮은 제주시 맛집을 만날 수 있어서 고마웠다.
일단 차도 무사히 주차했겠다 대략적인 확인을 끝나고 드디어 출출한 배를 안고 안으로 들어
섰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대기석과 더불어 제주 사투리에 대한 설명이었다. 특별자치도
지정 음식 분야 우수관광업체라는 문구와 더불어 빼곡하게 붙어있는 사투리들은 한눈에 보기에도
쉽게 구분하기 힘든 단어들과 어휘들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실제로 관광하면서 종종 현지인분들게
들을 수 있는 종류들이라서 나중에 소소하게 생각나는 거 있죠. 같은 나라에 다른 지역일 뿐인데도
섬으로 분리되어있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사투리가 다를 수 있나 읽으면서도 새삼 신기했었다.
확실히 여기 인사는 혼저옵서예부터 시작해서 손쉽게 알아듣긴 힘들었다.
카운터를 지나 좀 더 안으로 들어가자 아늑해 보이는 실내가 눈에 들어왔다. 둥근 테라스를 따라
들어오는 채광도 그렇고 바로 앞이 바다라 먼 해안선의 경치가 눈에 띄었다. 자리도 엄청나게
많았는데 아무래도 단체 관광으로 오는 손님들이 많은 모양이었다. 식사 시간대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미 몇몇 자리에서는 다른 방문객들이 앉아 오붓하게 만찬을 즐기고 있는 게 눈에
보였다. 여기 영업시간은 오전 9시부터 시작해서 오후 10시까지였는데, 별도의 쉬는 시간이
없어서 여유롭게 즐기기에는 안성맞춤이었다. 그렇다 보니 아침 식사로도 괜찮은 구성들이
많았는데, 당시에 잡았던 저희 숙소가 여기서부터 다소 먼 편이라 브런치로 먹진 못했다.
일단 뭐든 시키기 전에 손부터 씻고 봐야 할 것 같아서 화장실을 찾다 보니 2층도 마련되어
있다는 안내판도 보이었다. 전망 좋은 2층이라는 말에 솔깃했는데 1층 전경도 괜찮은 것
같아 굳이 옮기진 않는 거로 결정했다. 사실 이날 찍진 않았는데 바로 앞에 등대와 방파제가
보여서 낭만적인 바다 풍경을 즐기며 식사하기 좋았다. 거기다가 시설도 쾌적해서 편하게
이용하기에도 적당하었다. 먹느라 정신없어서 별도로 촬영하지 못한 건 다소 아쉬웠지만,
나중에 시원한 바람을 맞으면서 방파제 위를 걷는 낭만은 충실하게 겪었기 때문에 미련은 없다.
화장실도 갔다 왔겠다 본격적으로 적당한 자리에 앉아서 드디어 메뉴판을 살펴보기 시작했는데,
먹을만한 구성이 너무 다양해서 도통 뭘 시킬지 감이 안 잡히는 거 있죠. 활어회 코스 메뉴부터
시작해서 식사도 따로 주문할 수 있다는 점도 맘에 들었는데, 코스로 아예 고급스러우면서
푸짐하게 먹을 수 있다는 점도 솔깃했다. 앞에 향토 음식 전문점이라고 되어있어서 특산물들을
맛볼 수 있겠구나, 설레면서 들어왔었는데 과연 그에 관련된 종류들이 다양했다. 처음에는
워낙 먹음직스러운 게 많아서 다들 도통 의견을 모으기가 힘들었는데, 그래도 시간에 맞춰서 가장
합리적인 선택을 한 것 같다.
아침 점심 특선 메뉴의 경우 한 명당 11,000원 정도의 구성이라서 솔깃했는데 마침
저희가 갔던 시간이 아슬아슬하게 맞아서 점심 특선으로 주문할 수 있었다. 그렇게 등장한
상차림은 그야말로 상다리 휘어지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위용이 대단했다. 얼마 전까지
비행기 타고 오면서 배고프다고 했던 투덜거림이 싹 사라질 정도의 비주얼이었다. 솔직히 한
명당 불과 만원 좀 더 되는 정도에 이 정도 구성을 만난다는 게 여간 쉽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제주시 맛집의 풍성함에 반했다.
일행 수만큼 주문해서 그런지 각자 편하게 먹을 수 있는 구성이 다양한 편이었는데, 특히 여기에
간장게장부터 시작해서 뚝배기와 돔배, 거기에 해초 비빔 구성과 밑반찬에 이르기까지 어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감질나는 상차림이었다. 다들 보면서 시작부터 이렇게 휘황찬란하게 먹으면
나중에 돌아보면서 어떻게 만족할 거냐며 우스갯소리로 그러는 거 있죠. 물론 먹을거리도
풍부했지만 동시에 각각의 또렷한 개성과 손맛이 고루 느껴져서 오히려 나가는 길에는
다소 아쉬웠다.
뭐 아무렴 나중 일은 그때 가서 생각하기로 하고 일단 뭐가 올라왔는지 찬찬히 살펴보기로
했는데 가장 먼저 제 눈에 들어온 건 흔하게 접할 수 있는 멸치볶음이었다. 사실 이건
도시락 반찬으로도 워낙 인기가 많은 편이라서 평소에 소소하게 접하는 편이었는데, 여기서 먹는
건 또 다르었다. 까슬까슬하면서 동시에 은근 달달 짭조름하게 볶인 멸치의 향긋함은 밥
한술에다가 떠먹어도 괜찮을 만큼 적당하게 잘 조리되어있었다. 사실 이것만으로도 밥반찬은
충분했지만, 워낙 다른 찬들 역시도 만만치 않은 솜씨를 자랑했기 때문에 여기에만 매여있기에는
다소 아까웠다.
사실 뭐니 뭐니 해도 사람은 고기에 가장 먼저 눈이 가게 마련이다. 흔한 멸치 다음으로 제가
주목한 것은 바로 돔베고기였다. 이건 제주 생돼지를 수육으로 삶아서 내놓은 거라고 하는데
한눈에 보기에도 육질이 도톰하면서도 보들보들한 게 절로 확인될 정도였다. 이건 그냥 먹기에도
좋았지만, 개인적으로 다른 김치나 쌈하고 먹는 게 더 궁합이 좋았다. 소복하게 올려둔
비주얼이 저뿐만 아니라 다른 일행들도 궁금하다며 먹고 싶어하는 눈치였다. 이건 나중에
쌈부터 시작해서 해초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를 한데 곁들여서 싸 먹기도 했었는데, 비린 맛
하나 없이 뒷맛까지 깔끔해서 감동이었다.
바로 옆에 놓여있었던 이건 간장게장이었는데, 신기하게 여기서는 온갖 채소들은 물론이거니와
레몬이 같이 들어있었다. 거기다가 막 그렇게 조려지지 않은 하얀 비주얼이 오히려 더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사실 이건 그냥 하나씩 몸통을 가져다가 먹기에도 짭조름하면서도
밥도둑으로 딱 맞았지만, 저는 그보다는 비벼 먹는 게 더 제 입맛에 맞았다. 처음에는 껍질을
푹 누르자 밀려 나오는 게살을 발라 먹느라 정신이 없었지만, 이렇게 다 먹었다가는 나중에 다
같이 넣고 밥에다가 섞을 때 다소 아쉬울 뻔했다. 오히려 양이 많은 편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인기가 많아서 금세 사라진 것 중 하나다.
상한 쪽에 그득하게 올라온 퀄리티 역시 만만치 않았는데, 자극적이지 않을 정도의 짭조름함은
물론이거니와 숙성된 정도가 절묘하게 살이 배 들어있는 달큼함이 느껴지는 상태라 어떻게 맛을
이렇게까지 맞추셨는지 오히려 그 방법을 전수하고 싶을 정도었다. 집에서 이런 반찬 하나
있으면 매번 밥 한술 뜨는 건 문제도 아닐 텐데 그만큼 맛깔나는 음식인 데다가 중독성까지
낭낭해서 은근 다른 것들을 먹다가도 한 번씩 집어들게 만들었다.
그런가 하면 색색으로 올라온 이것은 해초 비빔의 재료들이었다. 처음에 보면서 뭐 이렇게
찍어 먹을 게 많지 싶었는데 직원분께서 세팅해 주시면서 비벼 먹기 좋은 구성이니까 나중에
이것저것 찬으로 곁들여 먹고 나서 괜찮으면 대접을 가져다주시겠다고 그러시었다. 한눈에
보기에도 싱그러우면서도 먹음직스러운 요소들이 많아서 한 젓가락씩 먹고 싶어졌다. 이건
반찬으로 간단하게 어울리기에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나중에 비벼 먹거나 같이 싸 먹기에도 워낙
쏠쏠해서 어느 하나 딱 추천하기에는 너무 용도가 많은 구성이었다.
특히 개 중에서는 평소 흔히 보는 예쁘게 물든 초 생강이나 채를 썬 오이, 그리고 샛노란
단무지 외에 신기한 게 놓여있었는데, 정체를 여쭤보니 이게 바로 세모 가사리라고 하었다.
이게 바닷가에서는 약초로 불릴 만큼 몸에 좋다는데, 꼬도독 거리면서도 오들거리는 식감이
그냥 이 자체를 무쳐 먹기에도 좋겠다 싶을 정도의 식감이었다. 거기다가 슴슴하면서도 간이
되어있지 않은 깔끔함 덕분에 이런 게 다 있냐며 인기가 많았던 찬이었다. 제주시 맛집에서
맛볼 수 있는 밑찬들 중에서도 개인적으로 꺼들거림과 더불어 오돌오돌한 감촉 덕분에 계속
입안에 감돌았다.
반대편에도 색다른 해초가 같이 놓여있었는데, 저는 그냥 종류가 다 똑같은 거지 이것도 이름이
다를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었다. 근데 세모가사리를 알려주시면서 여기 있는 건 꼬시래기라고
그러시었다. 이건 가끔 다른 곳에서 무쳐 먹는 걸 종종 보곤 했는데 바다에서 나는 국수라고
불릴 정도로 꼬들거리면서 국수처럼 길쭉한 편이라 무쳐낼 때 적당한 크기로 잘라준다고
그러었다. 여기서는 비비기 좋을 정도의 크기로 미리 손질되어 있었다. 덕분에 저희도
너무 길지 않은 크기라 이차저차 편하게 가져다가 먹기 좋았다.
그렇게 완성된 상차림에는 각자가 먹기 좋은 구성으로 크게 호불호가 없었는데, 확실히 아침
식사로 이렇게 먹으면 그 날은 내내 든든하겠다 싶었다. 저희도 공항에서 바로 날아와 처음
방문한 거라고 하니까 종업원분께서 많이 먹고 괜찮은 곳들 다양하게 찬찬히 둘러보라면서
소소하게 관광 팁을 알려주셨다. 친절한 서비스 덕분에 저희도 일정을 기분 좋게 시작할
수 있었던 기억이 난다. 사실 그건 그거고 배고프니 일단 뭐든 먹고 봐야겠었다.
이 중에서 제 타겟으로 가장 먼저 꼽힌 건 바로 고등어구이였다. 처음에는 생김새 보고 그냥
가자미인가 싶었는데, 찬찬히 살펴보니 고등어 한 마리를 통째로 양옆으로 분리해둔
거었다. 이렇게 손질되는 것도 신기했지만, 확실히 통으로 구워내는 것보다 훨씬 불향이
잘 배 들어있겠구나, 살펴보면서 절로 감탄했다. 확실히 생물로 조리하신 것인지 큼지막한
크기부터가 제대로 시선 강탈이었다.
일단 적당한 크기로 살을 발라다가 조심스럽게 밥 한술 떠서 올려봤다. 그러자 적당히
짭조름하면서도 감질나는 생선의 보드라운 살의 식감이 그대로 느껴지는 거 있죠. 마침 백반도
고슬고슬하게 찰기가 살아있어서 어느 반찬이나 올려 먹어도 쏠쏠한 편이었는데, 잘 구워진
생선의 두툼한 살 한 젓가락이 올라가니 더욱 풍부한 식감을 더해줄 수 있었다.
거기다가 워낙 큼지막한 편이라서 살을 발라낼 때 그냥 통째로 뜯어낼 수 있을 정도었다.
겉면은 바삭하면서도 느끼하지 않아서 신기했는데, 안쪽의 속살은 오히려 퍽퍽하지도 않고
촉촉하게 물기가 스며있어서 부드러운 육질을 자랑했다. 사실 이 생선은 평소에도 종종
사서 집에서 구워 먹거나 튀겨먹는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고급스러우면서도 담백한 맛으로
접하는 건 간만이었다. 확실히 왜 전문점이라는 말이 붙었는지 이해가 되는 감촉이었다.
뭔가 단순히 밥 한술에다가 먹기에는 다소 아까운 퀄리티라 이번에는 바로 옆에 있던 쌈을 집어
들었다. 제주시 맛집에서는 쌈 채소 종류도 깻잎하고 상추 정도가 올라와 있었는데, 각자
싱그러우면서도 또렷한 향내가 신선해서 딱히 재료에 대한 걱정은 안 해도 되겠었다. 제
손바닥만 한 큼지막한 이파리로 하나씩 골라서 깻잎과 상추를 순서대로 얹고, 거기에 고등어
살 듬뿍 에다가 초 생강과 단무지, 그리고 세모 가사리까지 더해주니 바다내음이 은근한 해초의
향미와 꼬들한 식감까지 더해져서 더할 나위 없었다.
그런가 하면 이번에는 같은 조합에다가 꼬시래기와 쌈장을 더해서 살을 듬뿍 발라 싸 먹어보기도
했는데, 워낙 발라낸 육질이 커서 한입으로는 힘들 정도였지만 열심히 욱여넣었다. 채소의
쌉쌀함과 더불어 해초의 신선한 바다내음까지 더해지니 이게 또 새로운 별미었다. 거기에
쌈장과 고추가 매콤하면서 톡 쏘는 맛이 담백함을 살려주면서 의외의 맛이 완성되었다. 덕분에
고등어도 여러 조합으로 고루 즐길 수 있어서 만족스러웠다.
그래도 밥 한술에는 역시 게장이 빠지기는 또 아깝다. 앞서 구이를 즐기고 난 뒤에
본격적으로 장도 손을 대기 시작했는데 이게 몸통 안쪽에 살이 꽉 차 들어있는 게 그대로
보일 정도라서 절로 침샘이 폭발하겠었다. 거기다가 단순히 게만 주신 게 아니라 여러
재료를 넣고 한데 숙성시킨 건지 향긋한 꾸미들이 더해져서 은근 새로웠다.
간장 베이스의 양념에 잘 숙성된 게는 안쪽의 살도 토실토실하게 들어있어서 껍질째 깨물어
먹기에도 좋았다. 몸통을 한입 베어 물면 입안 가득히 나오는 게살의 묵직한 맛에 푹 빠져들게
되었다. 그러다가 짭짤할 타이밍에는 밥 한술 먹으면 이만한 밥도둑이 또 어딨겠나 싶은
거 있죠. 저뿐만 아니라 다른 일행들도 달큼하게 잘 여물었다면서 이거 별도로 사 갈 수 있는 거
아니냐 호들갑을 떨었다. 다만 일정이 너무 타이트해서 들고 다니기 힘들 것 같아
생각만으로 남겨두었다.
어쨌거나 일단 맛도 봤겠다 본격적으로 게장에다가 비벼 먹기 시작했는데, 마침 대접에다가
밥을 내주신 직원분의 센스가 개인적으로 너무 맘에 들었다. 위에는 고추 한두 개 송송
썰어 얹어두고 아래에다가는 감칠맛을 더해줄 김 고명까지 소복하게 얹어준 다음 몸통에서부터
열심히 짜낸 게살과 함께 비비면 완성이었는데, 여기에 별도로 다른 것들이 들어가지 않더라도
충분히 감미로운 맛을 자랑했다.
거기다가 해초까지 넣어서 슥슥 비빈 후 드디어 한술 들어봤는데, 확실히 숙성된 맛에서부터
오는 간장 베이스의 양념이 찰진 밥하고 잘 어울리면서 매력적인 맛을 자랑했다. 거기에
다소 느끼할 타이밍에 고추 하나까지 얹어 먹으면 밥 한 숟갈에서부터 느낄 수 있는 행복이
따로 없었다. 꽤 수북한 양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다들 한 숟갈씩 들고 가니 금방 없어졌다.
이미 다른 반찬들도 슬슬 사라지고 있는 사이에 맛있었다면서 먹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모르
겠었다. 여기다가 반찬 하나씩 올려주면서 음미하다 보면 바다 내음의 은은한 맛은 물론
이거니와 비린 느낌 하나 없이 깔끔한 맛으로 고루 만끽할 수 있었다. 덕분에 저뿐만 아니라
다른 친구들 역시도 지금도 종종 생각난다면서 입맛을 다시었다.
그런가 하면 여기에 같이 얹어 먹을만한 구성으로 돔배 역시 빠질 수 없는 반찬 중 하나였다.
제대로 삶아낸 수육의 풍미가 그대로 살아있다 보니 그냥 간단하게 집어 들기에도 별로 부담이
없었는데, 포슬포슬하면서도 너무 퍽퍽하지 않은 살코기가 생고기를 가지고 조리했다는 걸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거기다가 이것저것 다른 재료들과 한데 넣고 끓여낸 것인지
신기하게도 제주시 맛집에서 주신 건 누린내가 하나도 없었다.
그만큼 신선한 육질을 썼다는 걸까 싶어서 반가운 마음에 제일 두툼한 걸로 초장에다가 듬뿍
찍어서 먹어봤다. 솔직히 별다른 걸 더해주지 않더라도 식감에서부터 나오는 쫀득한 맛과
더불어 은은하면서도 고소롬한 뒷맛은 담백함까지 고루 갖추고 있어서 계속 젓가락을 들게
만드는 중독성이 있었다. 이 자체만으로도 밥반찬으로는 충분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대로 그냥 간단하게 먹기에는 품질 좋은 살코기가 너무 아깝었다.
이왕 제대로 만난 김에 이것도 쌈으로 싸 먹어보기도 했는데, 확실히 고기는 역시 채소와 같이
먹어야 그 향미가 고스란히 살아나는 것 같다. 이대로 여러 가지를 넣고 한데 싸서
음미해봤는데, 역시 살코기의 야들야들한 촉감에 해초와 여러 반찬의 꼬들한 맛이 추가돼서
더할 나위 없는 거.
특히 개인적으로 맘에 드는 조합은 바로 세모 가사리에다가 돔배 하나를 곁들여 한 젓가락에
먹는 거였다. 여기에 다른 쌈장이나 소스를 슬쩍 더해주면 매콤함까지 추가돼서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새로운 별식이 탄생하었다. 거기다가 육질의 고소함이 해초의 싱그러우면서도
독특하면서도 오돌한 향미와 더해져서 풍부한 맛을 즐길 수 있었다.
덕분에 저도 앞접시에다가 한껏 들고 와서 여기에 이것저것 고기와 같이 올려 먹기도 했었다.
워낙에 푸짐하게 주셨기 때문에 세모가사리가 모자랄 염려는 하지 않아도 되겠었다.
점심으로 이렇게 푸짐하게 먹고서 어딜 가든 몸이 무겁지 않겠느냐 걱정하는 일행도 있었는데,
정작 여기 나와서 이곳저곳 돌아다니다 보니 오히려 이렇게 챙겨 먹지 않았다면
도중에 배고플뻔했다.
제대로 된 제주시 맛집에서의 한 끼를 즐긴 덕분에 이날 저희도 가뿐 일정을 충실히 소화하지
않았나 싶다. 특히 고기에다가 단무지와 오이, 여러 요소를 한데 넣고 같이 먹는 건 이후에
운전할 때도 종종 떠올라서 죽는 줄 알았다. 솔찬한 조합에서부터 나오는 다양한 식감과
달큰한 채즙의 궁합이 육질과 딱 맞아떨어져서 계속 먹게 되었다. 덕분에 이따금 여행
다니면서도 한 번씩 생각나게 하는 음식이었다. 요즘 들어서 이게 그렇게 당겨서 괜찮은
집을 찾아봤는데, 그래도 이 맛이 나오지 않아서 다소 아쉽다.
이따금 이 조합에 한 번씩 질릴 타이밍에는 또다시 쌈채소가 등장했는데, 이번에는 꼬스레기도
함께 더해주었다. 이 해초들이 얼핏 보기에는 같아 보이지만 조금씩 맛이나 향미가 달라서
의외로 각자 원하는 타이밍에 곁들여 먹는 재미가 쏠쏠했다. 거기다가 쌈장과 더불어 고추
하나까지 더해주면 맵칼한 맛이 더해져서 자칫 질릴 수 있는 느끼함을 잡아주었다.
덕분에 저도 잘 삶은 살코기에다가 이것저것 싸 먹을 수 있었던 기억이 난다. 아침나절부터
날아와서 정신없던 배를 이렇게 채울 수 있다는 것에 대해 한편으로는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새삼 여길 추천해준 현지 친구에게 고마워지었다. 나중에 물어보니 자기도 여기 와서
수육을 종종 먹곤 한다며 제 입맛에도 맞는데 이참에 같이 먹을 걸 하면서 아쉬워하면서도
좋아하는 거 있다.
이날 살코기에다가 얹어 먹을 구성으로는 김치도 빠질 수 없었다. 처음에는 그냥 새로 버무려낸
건가 싶어서 먹어봤는데, 은근하게 숙성된 매콤한 향미가 밥이든 구이든 어디에다가 곁들여도
손색이 없었다. 덕택에 저희도 이것저것 같이 올려다가 고루 얹어 먹을 수 있었다. 사실
한국인의 식사는 김치 하나만 제대로 갖춰져 있어도 밥 한 끼는 뚝딱 하니까.
그런가 하면 향긋한 제철 나물의 위용을 자랑하는 무침도 한 쪽에 소복한 비주얼로 같이
올라와 있었다. 개까지 솔솔 뿌려진 상태인 데다가 무엇보다 심심하면서도 자극적이지
않은 맛 덕분에 부담스럽지 않게 손쉽게 가져다가 먹을 수 있는 종류였는데, 확실히 무쳐낸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숨이 다 죽지 않았었다. 푸른빛이 선명하게 남아있는 게 입맛을 한껏
북돋아 주었다.
이와 더불어 편하게 골라 먹기 좋았던 거로는 어묵도 빼놓을 수 없었다. 특히나 이건 한입에
쏙 들어가는 사이즈인것도 맘에 들었지만 무엇보다 은근하게 담백하면서도 달큼한 맛으로
더해줄 수 있어서 간단하게 먹기에도 안성맞춤이었다. 이런 반찬이라면 어린아이들에게도
인기가 많겠구나 싶어서 나중에 집에서 응용해봐야겠다 생각했었다.
당시 막바지 구성으로는 드디어 해초를 넣고 비비는 거로 결정했었는데, 솔직히 중간에는
도중에 살코기에다가 얹어 먹기도 하고 밥이나 쌈에 같이 싸 먹기도 해서 얼마큼 남을지
가늠하기가 힘들었다. 그런데 워낙 여기 있는 해초들이 맛깔스럽기도 하고 이걸 또 안
비벼 먹기에는 아까울 것 같아서 대접 하나에다가 남은 밥을 넣고 비빔밥으로 먹었다.
처음에는 이렇게까지 할 필요 있나 고민하기도 했는데, 오히려 비빔으로 안 먹었었다면
아쉬울 뻔했다.
고명들부터 시작해서 남은 채소들까지 같이 올려주니 의외로 양이 꽤 많아서 놀랐다. 이미
어느 정도 배부른 참이었는데 다 먹을 순 있긴 한 거냐며 일순간 걱정되기도 했지만 워낙에
양념장과의 절묘한 조화가 너무 매력적이라 다들 한 숟갈씩 만 더 먹겠다고 하고는 어느새
빈 그릇이 훤히 드러나는 거 있다. 그걸 보고선 다신 못 먹겠다는 말은 안 꺼내기로 약속했다.
어쨌거나 채를 썬 오이와 세모가사리, 거기에 꼬스레기까지 한꺼번에 넣고 비비고 있자니
제주시 맛집 직원분께서 센스있게 위생 장갑을 가져다주시는 거 있다. 덕분에 양이 많아서 숟갈로
비벼 먹기에는 다소 버거웠는데 편하게 손맛까지 챡챡 넣어가며 성공적으로 무쳐낼 수 있었다.
그렇게 완성된 비주얼에 다들 언제 식사를 했냐는 듯 또 군침을 흘리었다. 뭔가 따로 더
추가하거나 들어간 게 없는데도 불구하고 이 자체만으로도 꼭 산채 비빔처럼 개성이 또렷한
거 있다. 여기에 고기 종류가 들어가면 다소 느끼해지기 십상인데 그런 느글거림 하나 없이
깔끔하게 입안을 환기해 줄 수 있다는 점도 꽤 괜찮았다.
거기에 매콤한 양념장이 그야말로 신의 한 수였다. 덕분에 살짝 비릴 수 있는 재료들의
맛을 한데 모아주면서 칼칼한 뒷맛으로 입안을 개운하게 만들었다. 찰진 밥에다가 소스와
다른 꾸미들이 풍부하게 들어간 덕에 건강에도 좋고 입에도 즐거운 밥 한 끼가 뚝딱 완성
되었다. 덕분에 다들 한입씩 들고 간다고 해놓고 숟갈이 꽉 차 들도록 어마어마하게
가져갔다.
물론 여기에 국물이 빠지면 또 섭섭하다. 밥에다가는 역시 팔팔 끓는 뚝배기가 딱
맞았는데, 마침 처음부터 저희 상 위에 올라온 해물 뚝배기 덕분에 이것저것 건져 먹기도
하고 얼큰함에 새삼 반하기도 하면서 쏠쏠하게 떠먹곤 했었다. 이건 그 자체로 해장과 술을
부르는 맛이었는데, 묵직하면서도 깊이 있는 국물이 제대로 우러난 게 느껴지었다. 이건
술국으로 먹기에도 괜찮은 향미를 갖추고 있었지만 그래도 더 생각하다가는 초장부터 음주
여행을 하게 될 것 같아서 생각 정도로 간단하게 넘어가기로 했다. 나중에 차 타면서
나오는 말을 들어보니 저만 그런 게 아니라 다들 자기 입맛에 딱 맞아서 해장으로 먹고
싶다면서 비슷한 이야길 했다.
무엇보다 안에 들어있는 해물들이 너무 그득해서 별도로 앞접시가 필요할 정도였는데, 국물이
잘 우려낸 게 몸통부터 시작해서 의외로 건져 먹을 거리들이 많아서 다소 감탄했다. 이 한
그릇만으로도 솔직히 밥 한 끼는 뚝딱 할 정도의 저력을 그대로 갖추고 있었는데, 덕분에
저희도 마지막까지 뜨끈하게 식사와 더불어 속을 채워줄 수 있었던 것 같다. 아무래도 쌀쌀한
바닷가에 오면 이런 게 꼭 당기기 마련이다.
현지 특산품으로 훌륭하게 요리하는 곳이니만큼 여기는 가족 단위로 도민들도 많이 찾는
모양이었다. 저희가 한창 먹을 때도 그랬지만 소소하게 커플이나 어르신분들이 와서
뜨끈하게 특선을 주문하는 모습이 어딘가 친근해 보였다. 거기다가 나가는 길에 보니 별도로
아기 의자가 마련되어있는 게 너무 흐뭇해지는 거 있다. 요즘에는 노키즈 존이 대세인데
이렇게 아이들까지 배려한 시설을 보면 좀 더 이런 곳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싶어진다.
계산하고 나가는 길에 보니 한쪽에는 유명인들의 사인이 한가득 붙어있었다. 처음에는
너무 배고파서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디테일이었는데 선풍기 바로 양옆으로 붙어있는 수많은
인증을 보면서 우리가 제대로 찾아왔구나 싶었다. 나중에 갔던 곳이 어딘지 찾아보는
과정에서 여기가 VJ특공대 등 의외로 공중파 출연이 있었던 곳이라는 걸 발견했는데, 확실히
맛있는 곳은 사람들이 절로 모이기 마련인가 보다. 덕분에 저희도 등대와바당에서 나와 소화할 겸
바닷가도 돌고 산책하면서 다음 일정에 대한 에너지를 충분히 비축할 수 있었다.
제주시 맛집에서의 한 끼 덕분에 공항에서부터 날아와 출출했던 배를 그득하게 채울 수 있었다.
등대와바당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도두항서길 37제주시 도두항서길 37
064 - 712 - 1283
주차장 : 전용주차장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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