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연문의 : (재)서울시립교향악단 1588-1210
■ 공연명 : 실내악 시리즈5: 아메리카의 혁신가들
CHAMBER SERIES 5: THE AMERICAN INNOVATOR
■ 일시 및 장소 : 2017년 7월 15일(토) 오후 5시 세종체임버홀
■ 연 주 : 서울시향 단원
임가진, 주연경, 김민정(바이올린), 홍지혜(비올라), 김민경(첼로)
송연화(플루트), 고관수(오보에), 이창희(클라리넷), 최종선(바순)
세르게이 아키모프(호른), 한상일(객원, 피아노)
■ 프로그램
낸캐로우, 클라리넷, 바순, 피아노를 위한 삼중주 제1번 Nancarrow, Trio No.1 for clarinet, bassoon and piano
쇤필드,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누가 간밤에 고양이를 놓아 주었는가'
Schoenfield, Who Let the Cat Out Last Night for violin and piano
앤타일,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제2번 Antheil, Sonata for violin, piano No.2
거쉬인-하이페츠,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세 개의 전주곡 Gershwin (arr. by Heifetz), Three Preludes for violin and piano
바버, 목관 오중주를 위한 여름음악 Barber, Summer Music for woodwind quintet
글래스, 현악 사중주 5번 Glass, String Quartet No.5
도허티, 에드가 후버를 노래하다 Daugherty, Sing Sing J.Edgar Hoover
■ 구 성: 약 100분 (인터미션 포함)
■ 티켓가격 : 50,000원(R), 30,000원(S), 10,000원(A)
● 7월 15일(토) 오후 5시 세종체임버홀에서는 서울시향 단원들이 꾸미는 <실내악 시리즈 5: 아메리카의 혁신가들>이 개최된다.
미국 현대 작곡가들은 재즈 음악부터 컨트리, 하우스음악까지 다양한 대중음악적 요소들을 클래식 음악에 접목시킴으로써 음악사의 발전에 기여하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평가받고 있다.
이번 공연에서 이러한 대담하고 독창적인 미국 음악을 만나볼 수 있다. 전반부에서는 작곡가 낸캐로우, 쇤필드, 앤타일, 거쉬인, 그리고 바버의 경쾌하고도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신선한 선율의 작품들을, 후반부에서는 현대 음악사 속 미국 작곡가의 작품들의 위치와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글래스의 현악 사중주와 도허티의 에드가 후버를 노래하다를 선보인다.
서울시향 단원들이 다양한 편성과 다채로운 분위기의 작품들을 통하여 클래식 마니아뿐만 아니라 공연장을 처음 찾는 이들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시간을 선사할 예정이다.
낸캐로우, 클라리넷, 바순, 피아노를 위한 삼중주 제1번
● 클라리넷, 바순, 피아노를 위해 쓰여진 낸캐로우의 삼중주 제1번은 동료 작곡가 로돌포 할프터의 제안으로 만들어진 곡이다. 1942년에 완성되었으며 1악장의 초연은 1985년 알메이다 페스티벌에서 연주되었다. 2악장과 3악장은 낸캐로우의 런던 스튜디오에서 뒤늦게 발견되어 1991년 정식 초판되었다. 리드미컬한 스타카토와 신비로운 선율이 만들어가는 묘한 대화는 청중을 단번에 매료시킨다.
거쉬인-하이페츠,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세 개의 전주곡
● 미국이 낳은 천재 작곡가인 조지 거쉬인은 그만의 확고한 재즈와 클래식이 결합된 스타일의 음악으로 유명하다. 미국의 음악적 성격을 가장 잘 나타낸다고 평가받는 그의 세 개의 전주곡은 본래 피아노 독주곡으로 쓰여졌으나 1942년 바이올리니스트 야샤 하이페츠에 의해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세 개의 전주곡으로 편곡되었다. 바이올린과 피아노가 주고받는 재치 있는 대화가 특징이며 하이페츠의 독주회에서 앵콜곡으로 자주 연주되어 인기를 끌었던 곡이다.
바버, 목관 오중주를 위한 여름음악
● 가장 아름다운 목관 오중주 곡 중 하나로 손꼽히는 바버의 목관 오중주를 위한 여름음악은 거쉰을 닮은 특유의 블루스 감성과 나른한 분위기가 특징이다. 바버의 작품 중 유일한 목관악기만을 위한 곡이기 때문에 그 의미가 남다르다. 본인의 오케스트라 곡인 ‘수평선(Horizon)’ 의 솔로 바이올린에서 차용된 멜로디로 곡을 시작하며, 부드럽지만 위트있는 분위기로 끝을 맺는다.
글래스, 현악 사중주 제 5번
● 필립 글래스의 현악 사중주 제 5번은 여타 글래스 작품과는 조금 다른 분위기와 음악적 텍스쳐로 시작된다. 다섯 개의 짧은 악장으로 구성된 이 곡은 네 현악기가 서로 부드러운 반주와 짙은 색채를 지닌 멜로디를 주고받으며, 글래스만의 반복적인 음악 패턴은 이러한 분위기를 지지하며 음악이 전개된다. 긴 호흡의 프레이즈를 중심으로 점점 고조되는 작품으로 부드러운 피치카토 처리가 깊은 여운을 남기며 곡을 마무리한다.
(티켓가격: 1~5만원)
[첨부자료] 연주자 프로필 1부.
상세 프로그램 1부.
프로그램 노트 1부. 끝.
<출연자 프로필>
■ 바이올린_임가진, Kajin Lim, violin
줄리어드 음대에서 학사, 맨하탄 음대에서 석사를 마쳤고, 졸업식에서 Henry Korteck 실내악상을 수여받았다. 1999년 귀국하여 2005년까지 부산시향 수석으로 재직하면서 부산대와 동의대를 출강하였고, 서울시향, 서울시청향, 코리안심포니, 강남심포니, 부산시향, 대구시향, 부산시향 등과 협연하였다. 한양대 겸임교수이자 서울시향 제2바이올린 수석으로 활동 중이다.
■ 바이올린_주연경, Yeon Kyung Joo, violin
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사 과정에 영재로 입학하고 2004년 도미하여 라이스대학 석사과정과 맨해튼음대에서 전문 연주자과정을 취득했으며, 서울대에서 박사과정을 마쳤다. 미드 텍사스 아티스트 콩쿠르 1위, 아서 발삼 듀오 콩쿠르 3위 등을 수상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2012년 예술의전당 아티스트로 선발되었고, 하임 콰르텟 멤버, 서울시향 제1바이올린 부수석으로 활동하고 있다.
■ 바이올린_김민정, Minjung Kim, violin
줄리어드 음대에서 학사,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석사를 마쳤다. 세계일보 콩쿠르 1위, 조선일보 콩쿠르 1위를 입상한 바 있다. 서울카메라타 안티과와 화음쳄버오케스트라에서 연주하였다. 선화예중고에 출강 중이며, ‘클래시칸 앙상블’ 멤버로도 활동 중이다. 2006년부터 서울시립교향악단 제1바이올린 단원으로 활동 중이다.
■ 비올라_홍지혜, Ji Hae Hong, viola
서울대학교를 졸업하고 줄리아드에서 석사를 취득했다. 서울대학교-만하임음대 결연 독일 투어 및 카네기홀 연주 선발 단원, 서울대 음대 오케스트라, PMF 앙상블과 협연했으며, 캐슬톤 음악제, 퍼시픽 음악제 등에 수석으로 참가했다. 현재 선화예고에 출강 중이며, ‘클래시칸 앙상블’ 멤버로도 활동 중이다. 서울시향 비올라 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 첼로_김민경, Min Kyung Kim, cello
선화예중고등학교, 서울대학교를 졸업하고 베를린 국립음대 한스 아이슬러 석사과정 중 서울시립교향악단에 입단했다. 조선일보 ,한국일보, 소년한국일보, 월간음악 등에서 주최한 콩쿠르에서 입상하였다. 서울시향 첼로 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 플루트_송연화, Yun-Hwa Song, flute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석사로 졸업하고 카네기멜론 대학교 최고연주자 과정을 전액 장학생으로 졸업하고 하였다. 한국 플루트 연주자로는 최초로 베를린 필하모닉홀 초청 유럽 데뷔 독주회를, 뉴욕 카네기홀 초청 ‘떠오르는 신인’ 미국 데뷔 독주회를 가졌다. 한예종과 숭실대에 출강하며 서울시향 단원으로 활동 중이다.
■ 오보에_고관수, Kwansoo Ko, oboe
예원학교, 서울예고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에서 학사를 마쳤다. 베를린 한스 아이슬러 석사과정을 졸업하였다. 뷔에르 앙상블, 앙상블 Club M 멤버이자 서울시향 오보에 단원으로 활동 중이다.
■ 클라리넷_이창희, Chang-Hee Lee, clarinet
서울대학교 졸업 후 오스트리아 빈국립음대를 수석으로 졸업하였다. 제18회 동아콩쿠르, Zillina국립 협연 콩쿠르 등에서 입상했고 빈 슈베르트 탄생 200주년 기념연주회에 초청되어 Zillina 국립오케스트라와 협연하였다. KBS교향악단 단원과 수원시립교향악단 수석을 역임했으며 한국페스티발앙상블 및 유림앙상블 단원, 서울시향 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 바순_최종선, Jong-Sun Choi, bassoon
대전예고와 경희대학교를 졸업하였다. 독일 Saarbrücken 국립음대 Dipolm 및 Konzertreife를 취득하였다. 독일 뒤스부르크 필하모니 오케스트라 단원을 역임하였다. 연세대 강사, 영남대 겸임교수이자 서울시향 바순 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 호른_세르게이 아키모프, Sergey Akimov, horn
서울예고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하였다. 매니스 음악대학에서 석사를 취득하였다. 제4회 제주국제관악콩쿠르에서 호른 부문 1위를 수상하였고, 프라하 봄 국제 음악 경연 본선에 진출하였다. 예원 및 서울예고 강사, 안양대 겸임교수이자 서욿시향 호른 단원으로 활동 중이다.
■ 피아노_한상일, Sangil Han, piano
한상일은 2005년 에피날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1위 없는 2위에 올랐고 2011년 부조니 국제 피아노 콩쿠르 결선에 진출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사 졸업 후 독일 뉘른베르크 음대 최고연주자과정에 바로 진학했으며 이후 한국예술종합학교 전문연주자과정에 진학했다. 이화여대 음대 초빙교수로 재직 중이다.
<상세 프로그램>
실내악 시리즈5: 아메리카의 혁신가들
CHAMBER SERIES 5: THE AMERICAN INNOVATOR
2017년 7월 15일(토) 오후 5시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
프로그램
낸캐로우, 클라리넷, 바순, 피아노를 위한 삼중주 제1번(1942) (5‘)
Nancarrow, Trio No. 1 for clarinet, bassoon, and piano (1942)
쇤필드,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누가 간밤에 고양이를 놓아 주었는가’ (3‘30’‘)
Schoenfield, Who Let the Cat Out Last Night for violin and piano
앤타일,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제2번 (8‘30’‘)
Antheil, Sonata for violin, piano No.2
거쉬인-하이페츠,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세 개의 전주곡 (6‘30’‘)
Gershwin (arr. by Heifetz), Three Preludes for violin and piano
I. Allegro ben ritmato e deciso
II. Andante con moto e poco rubato
III. Allegro be ritmato e deciso
바버, 목관 오중주를 위한 여름음악 (13‘)
Barber, Summer Music for woodwind quintet
- 휴식 (intermission) -
글래스, 현악 사중주 5번 (25‘)
Glass, String Quartet No.5
도허티, 에드가 후버를 노래하다 (11‘)
Daugherty, Sing Sing J.Edgar Hoover
<프로그램 노트>
실내악 시리즈5: 아메리카의 혁신가들
글 : 송주호 (음악칼럼니스트)
■ 아메리카의 혁신가들
19세기 미국의 클래식 음악은 유럽의 모방에 가까웠지만, 20세기에는 미국만의 개성을 찾으려는 노력이 커졌으며, 또한 다양한 장르의 대중음악과 결합하는 시도도 나타났다. 이 노력과 시도는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고, 미국적인 혁신으로 받아들여졌다.
콜론 낸캐로우 (1912-1997) 클라리넷과 바순, 피아노를 위한 삼중주 1번 (1942)
<연주시간: 5분>
“베베른과 아이브즈 이후 가장 위대한 발견!” 1980년대 낸캐로우의 음악을 접한 리게티는 그를 이렇게 칭송했다. 낸캐로우는 보스턴에서 로저 세션스, 월터 피스톤, 니콜라스 슬로님스키 등 내로라는 거장들에게서 배운 엘리트였다. 하지만 공산당에 가입하고 스페인 내전에 참가하여 프랑코 정권에 항거하는 등 행동파 사상가인 탓에 미국에서 정치적으로 입지가 곤란하게 되어 1940년에 멕시코로 영구 이주했다. 그 후 그의 음악 활동은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가 1969년에 음반이 발매되고 1970년대 후반에 악보가 출판되면서 음악계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그의 음악이 주목받게 된 이유는 2:1부터 e:π(2.71828...:3.14159...)에 이르기까지 당혹스러운 비율의 리듬을 병치시키고 두 손이 닿지 않은 범위의 음들을 서로 다른 속도로 연주하는 피아노 연습곡 때문이었다. 이 곡들은 구조적으로 완벽하지만 사람이 연주할 수 없기 때문에, 천공 두루마리의 신호를 읽어 자동으로 연주하는 ‘플레이어 피아노’로 재생되었다. 물론 그의 곡들이 모두 사람이 연주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오늘 연주되는 클라리넷과 바순, 피아노를 위한 ‘삼중주 1번’이 완성된 때는 낸캐로우가 멕시코로 이주한지 2년 후, 아직 피아노 연습곡을 작곡하기 전이었다. 3분이 채 걸리지 않는 짧은 곡이지만, 바로크 시대의 모방 기법을 연상케 하는 대위적인 흐름에는 리듬을 병치시키는 초기의 고민이 담겨있다.
폴 쇤필드 (1947-)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누가 간밤에 고양이를 놓아주었나?’ (1984)
<연주시간: 3분30초>
쇤필드는 거슈윈 이후 미국의 대중음악을 고전음악에 가장 성공적으로 접목시킨 작곡가 중 한 사람이다. 그는 팝음악과 포크송에 관심이 많았으며, 재즈와 유대 풍의 클레즈머(소편성 밴드로 연주하는 동유럽 유대인의 민속음악)가 들리기도 한다. ‘세 개의 컨트리 피들 소품’ 중 첫 번째 곡인 ‘누가 간밤에 고양이를 놓아주었나?’는 피들을 모방한 컨트리 풍의 음악으로, 매우 기교적이며 말을 타고 초원을 달리듯 정신없이 질주한다. 중간에 휴식처럼 블루스도 잠시 등장한다. 그리고 마지막에서 피아노가 상승한 후 강한 화음으로 마치는 것은 짐짓 프랑크의 ‘바이올린 소나타’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본래 전자 바이올린과 타악기(드럼세트), 전자적으로 증폭한 피아노를 위한 곡이지만, 오늘처럼 어쿠스틱 바이올린과 피아노로도 많이 연주된다.
조지 앤타일 (1900-1959) 피아노와 드럼 반주가 있는 바이올린을 위한 소나타 제2번 (1923)
<연주시간: 8분30초>
음악사에서 괴짜를 꼽는다면 앤타일은 수위를 차지할 것이 분명하다. 심지어 자서전 제목을 ‘음악의 악동’(Bad Boy of Music)이라고 지었으니 말이다. 그는 파리에서 제임스 조이스, 헤밍웨이, 장 콕토, 사티, 스트라빈스, 피카소 등 예술계의 명사들과 가까이 지내고 자서전에 뒷얘기를 썼으며, 탐정 소설을 출판하고, 잡지에 연애를 비롯한 다양한 주제로 칼럼을 쓰기도 했다. 또한 유명 여배우인 헤디 라마(‘삼손과 데릴라’의 여주인공)와 함께 무선 조종 어뢰를 개발하여 특허를 냈다. 이 기술은 미국 국방부로부터 공개를 금지 당했지만, 1990년대 후반 디지털 휴대전화의 통신 방식인 CDMA의 기초가 되었다. 이쯤 되면 이 작곡가의 음악이 보통이 아닐 것이라고 짐작되지 않는가? 그는 ‘기계적인 발레’라는 곡에 프로펠러, 사이렌, 전기 종, 알람시계, 플레이어 피아노, 피아노 등의 해괴한 편성을 했으며, 1926년에 초연과 동시에 대표적인 미래주의 작곡가로 낙인 되었다. 이 곡에 앞서 작곡된 ‘바이올린 소나타 2번’은 ‘기계적인 발레’에 비하면 얌전하지만, 충분히 독특한 작품이다. 스트라빈스키로부터 영향을 받은 야만적인 리듬과 거친 불협화음이 난무한다. 여기에 래그타임과 재즈가 입혀지고, 맥락 없이 장면이 전환되는 등 어수선하다.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남다른 과감함에 관객을 강하게 집중시키는 매력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에 피아니스트는 북으로 페르시아 풍의 리듬을 연주한다. 서양 음악의 근원이 여기에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 것일지도.
조지 거쉬인 (1898-1937)/야샤 하이페츠 (1901-1987)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세 개의 전주곡 (1926)
<연주시간: 6분30초>
거슈윈은 재즈 아티스트면서 대중음악 작곡으로 스타가 되었고, 브로드웨이 뮤지컬로 큰 성공을 얻었다. 그럼에도 나디아 불랑제와 모리스 라벨을 찾아가 제자로 받아달라고 할 정도로 클래식에 대한 열망이 있었다. 하지만 불랑제는 이미 완성되어있는 거슈윈의 재즈 스타일이 자신의 가르침으로 파괴될 것을 우려하여 그의 부탁을 거절했으며, 라벨은 “당신은 이미 거슈윈으로서 일류인데 왜 라벨의 이류가 되려고 하는가?”라고 편지를 썼다. 결국 그들의 도움(?)으로 재즈와 클래식의 위대한 만남 ‘랩소디 인 블루’가 탄생할 수 있었다. 피아노곡 ‘세 개의 전주곡’ 역시 재즈와 클래식의 절묘한 결합의 결과물이다. 20대의 거슈윈은 쇼팽처럼 24곡의 전주곡을 쓰려고 했으며, 1925년부터 1927년 사이에 일곱 곡의 전주곡을 작곡했다. 하지만 그는 단지 세 곡만을 출판했다. ‘1번 내림나장조’는 다섯 음으로 구성된 블루스 주제로 시작한다. 브라질 음악을 상기시키는 당김음 리듬 반주는 주의를 끌며, 블루스 주제를 발전시키는 즉흥적인 멜로디는 매우 기교적이며 환상적이다. ‘2번 올림다단조’는 반복되는 반음계적인 네 음 위에 재즈 풍의 여유로운 선율이 연주된다. 중간 부분은 마치 꿈속에 빠진 듯 환영과 같이 떠오르지만, 다시 첫 주제로 돌아온다. 거슈윈은 이 곡을 “블루스 풍의 자장가의 한 종류”라고 말했다. ‘3번 내림마단조’는 격렬한 저음 리듬에 질문과 대답으로 구성된 새침한 선율이 매혹적이다. 그리고 중간 부분은 멜랑콜릭한 감정을 순간적으로 쏟아놓는다. 거슈윈은 내림마단조를 스페인 풍이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이 곡에서 격정적인 열정이 느껴지는 것은 이에 관계가 없지 않을 것이다. 오늘은 20세기의 전설적인 바이올리니스트이자 거슈윈의 친구였던 야샤 하이페츠의 바이올린 편곡으로 듣는다.
새뮤얼 바버 (1910-1981) 목관오중주를 위한 ‘여름 음악’, Op. 31 (1955)
<연주시간: 13분>
바버는 이번 연주회의 다른 작곡가들과는 달리, 유럽의 후기 낭만주의에 가까운 작곡가였다. 그는 오페라 ‘바네사’를 작곡하던 중, 디트로이트 실내악협회의 위촉을 받고 ‘여름 음악’을 썼다. 바버는 이 곡의 초연자로 예정된 뉴욕 목관오중주의 리허설과 연주에 참석하여 그들의 사운드와 연주능력을 파악했으며, 그들이 최고의 실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그들의 특징을 작품에 반영했다. 이러한 노력이 있었기에 ‘여름 음악’은 20세기 전반의 가장 아름다운 목관오중주곡으로 손꼽히면서도, 또한 음향과 기술의 측면에서 상당히 까다로운 작품에 속한다. 바버는 이 곡이 “여름을 떠올리게 한다.”고 말하면서 “모기를 죽이느라 성가신 여름이 아니라 나른한 여름”이라고 부연한다. 하지만 음악은 나른하지만은 않으며 다양한 극적인 장면들이 펼쳐진다. 각 장면에 여름에 대한 개인적인 이미지를 떠올려보자.
필립 글래스 (*1937) 현악사중주 5번 (1991)
<연주시간: 25분>
20세기 후반 미국을 뒤흔든 음악 사조는 단연 미니멀리즘이었다. 미니멀리즘 음악은 음악을 구성하는 최소 요소로 모티브를 만들고, 이 모티브를 반복과 변화에 집중된 형태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글래스는 특히 자신의 음악에 대해 ‘반복구조의 음악’이라는 표현을 선호했다. 이러한 스타일은 특히 무대음악과 영화음악에 큰 효과를 얻었다. 그럼에도 고전음악교육의 거장 나디아 불랑제로부터 수학한 글래스는 꾸준히 교향곡, 협주곡 등 고전작품을 작곡해왔다. 현악사중주도 그 중 하나로, 현재 일곱 곡의 정규 현악사중주곡을 완성했다. 크로노스 사중주단의 위촉으로 작곡된 ‘현악사중주 5번’은 다섯 악장을 가지고 있어 그의 사중주곡 중에서도 규모가 큰 곡에 속하며, 각 악장이 대조적이면서도 통일성을 갖추고 있다. 1악장은 수심에 잠긴 듯 우울한 분위기로 시작한다. 2악장은 반복되는 저음 리듬 위에 활력 있는 선율이 연주된다. 그러다 갑자기 조용히 사그라진 후 몰아치는 3악장으로 연결된다. 여기서는 상기된 듯 떠있는 제스쳐, 저음의 소심한 제스쳐, 완만한 제스처, 분주한 제스쳐, 날카로운 제스쳐 등 다양한 표정들이 경쟁하듯 빠르게 반복된다. 4악장은 애도하듯 차분하게 시작한다. 중간 부분에서 리듬과 템포가 빨라지면서 감정을 고조시키지만 차분하게 마무리한다. 마지막 5악장은 비장한 분위기로 빠르게 돌진한다. 한계에 부딪힌 듯 1악장의 선율이 다시 등장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새로운 돌파구를 찾는다. 점차 희망의 빛으로 나아가며 극복하는 듯하지만, 결국 1악장 주제로 돌아와 조용히 마무리한다.
마이클 도허티 (*1954) 현악사중주와 미리 녹음된 소리를 위한 ‘노래하라 노래하라: J. 에드가 후버’ (1992)
<연주시간: 11분>
‘미국적’이라는 말의 의미를 대중문화에서 찾는다면, 마이클 도허티는 가장 미국적인 작곡가 중 한 사람임이 분명하다. 그는 만화 주인공인 슈퍼맨을 비롯하여 미국의 정치인과 연예인 등의 유명인사, 그리고 미국의 특정 지역까지 거침없이 음악의 소재로 삼고 대담한 필치로 리드미컬하고 화려하게 그렸다. 그리고 존 에드가 후버도 도허티의 대상이 되었다. 후버는 1924년부터 1972년에 세상을 떠날 때까지 무려 48년 동안 미국 법무부 수사국에 이어 초대 FBI 국장을 지냈던 인물이다. 그는 과학수사를 정착시켜 범죄수사 발전에 이바지했다고 평가받았지만, 세상을 떠난 후 마틴 루터 킹, 찰리 채플린, 아인슈타인, 케네디 등 수많은 저명인사들을 사찰해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후버는 그들을 공산주의자로 몰거나 약점을 잡고 협박도 서슴지 않았다. 크로노스 사중주단의 위촉으로 작곡된 이 곡은 미리 편집해 둔 1941년부터 1972년까지 그의 여덟 개의 연설이 재생되면서 시작한다. “나는 이 발표로 여러분들이 여러분의 FBI에 대한 더욱 올바른 정보와 깊은 이해를 얻을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그리고 ‘FBI’가 반복되고 전화벨 소리가 울리면서 현악사중주가 등장한다. 전화벨소리는 이어지는 후버의 모토 “FBI는 당신의 가장 가까운 전화만큼 당신과 가까이 있습니다.”와 관계되어있다. 후버는 전화 도청으로 정보를 얻고 비밀 파일을 만들었다. 현악사중주는 계속되는 후버의 말과 권총 소리, 시계 소리 등을 따라 사이렌 소리를 내거나 미국 국가를 연주하는 등 음향효과를 만든다. 공산주의의 위협에 대한 다섯 번째 연설에서는 생상스의 ‘동물의 사육제’ 중 ‘긴 귀를 가진 인물’을 연주한다. 이 곡은 생상스가 자신에 비판적인 평론가를 노새 소리에 빗대어 비꼰 것인데, 도허티가 후버의 연설에 이 곡을 인용한 것은 이와 비슷한 의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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