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소나기'는 황순원 작가의 원작으로 안재훈 감독이 스크린으로 가져온 애니메이션 영화다. 정감어린 2D로 된 애니메이션 영화. 누구나 가지고 있을 법한 어렴풋한 첫사랑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화다.
매일같이 개울가에 나와 징검다리 한 가운데서 놀고 있는 소녀. 그리고 수줍은 소년은 소녀에게 비켜 달라 말 한마디 건네지 못한 채 그렇게 며칠을 서성인다.
갑작스러운 소나기에 함께 비를 피하다 가까워지는 두 사람, 하지만 소녀에겐 아직 전하지 못한 말이 있는데…
'소나기' 줄거리는 이미 다 알고 있을 것 같고... 황순원 소설 '소나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소년은 개울가에서
소녀를 보자
곧 윤 초시네 증손녀딸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소설의 그 잔잔한 감동. 절제되고, 간결했던 그 문장을 인용한다.
소년은 개울가에서 소녀를 보자 곧 윤 초시네 증손녀(曾孫女)딸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소녀는 개울에다 손을 잠그고 물장난을 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서는 이런 개울물을 보지 못하기나 한 듯이. 벌써 며칠째 소녀는,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물장난이었다. 그런데, 어제까지 개울 기슭에서 하더니, 오늘은 징검다리 한가운데 앉아서 하고 있다. 소년은 개울둑에 앉아 버렸다. 소녀가 비키기를 기다리자는 것이다. 요행 지나가는 사람이 있어, 소녀가 길을 비켜 주었다.
다음 날은 좀 늦게 개울가로 나왔다. 이 날은 소녀가 징검다리 한가운데 앉아 세수를 하고 있었다. 분홍 스웨터 소매를 걷어올린 목덜미가 마냥 희었다. 한참 세수를 하고 나더니, 이번에는 물 속을 빤히 들여다 본다. 얼굴이 라도 비추어 보는 것이리라. 갑자기 물을 움켜 낸다. 고기 새끼라도 지나가는 듯.
....
공개된 포스터 중에 하나에 소녀의 모습이 담겨있다. "분홍 스웨터 소매를 걷어올린 목덜미가 마냥 희었다"라는 소설의 묘사를 그대로 담아 놓은 듯한 소녀의 모습이다.
영화 '소나기'가 기대되는 이유는, 우리의 첫사랑, 소나기 처럼 그렇게 짧게 지나쳐버린 그 시절의 설레임을 줄것 같은 기대 때문이다. 아무것도 모르던, 사랑이었는지도 모르던, 소년이고 소녀였던 시절의 풋사랑 같은 첫사랑.
소년의 그 수줍음의 설레임이 오래 기억에 남는 소설인 '소나기'는 어릴 때 그 수줍음에 공감했기에 더 기억에 오래 남는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이미 많은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되었던 "정말 눈부시게 맑았던 시절"의 이야기이기에 기대되면서 영화로도 보고 싶은 것 같다.
소나기 처음 맞아봤어.
잊지 못할 것 같다.
예고도 없이 찾아왔던, 그리고 너무도 금방 지나가 버렸던 소나기 같았던 사랑을 떠오르게 하는 영화 속 소녀의 대사.
"이 바보!"
소녀가 소년에게 던지는 이 말은, 좋아하는 사람 사이에서 '바보'라는 말에 담긴 수많은 의미가 떠오르게 하는 대사다.
기억하나요?
첫사랑 그 설레임의 기억...
영화 '소나기'의 예고편이 나에게 묻는 것 같았다.
한 여름이 지나가고, 이제 선선해지려는 8월의 마지막 31일 개봉하는 영화 '소나기'는 예고없이 찾아왔다 짧고 굵은 추억을 남기고 지나간 '설레던 첫사랑의 기억'을 선물할 것 같다.
소나기가 한바탕 쏟아지려고 하네...
우리에게도 설레는 소나기가 내렸으면 좋겠다... 알고보면, 이 소설도 어린이들 보다 어른들이 봐야 할 소설이 아닐까 싶다. 다시 소설 '소나기'를 찾아서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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