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을 청하려다 일기장을 뽑으려 책꽂이를 보는데, 이런 타이틀이 눈에 들어왔다.
'일상, 그 매혹적인 예술(에릭 부스 지음)'...
언제 받아둔 책인지 기억이 가물하다.
근데, 책 제목이 참 매력적이었다. 아니 매혹(!)적이었다.
제목을 보면 우리가 평범하게 살아가는 그 일상이 예술이 된다는 얘기일테니까
바로 책을 뽑아들고 읽기 시작했다.
'예술가에게 배우는 창조적 삶의 기술'이라는 부제 처럼 정말 삶을 접하는 새로운 방법들을 얘기하고 있었다.
제목을 보고 바로 마지막 4장인 일상, 그 위대한 예술... 로 책장을 넘겼다.
이런 글이 있었다.
새로운 분야에서 시작을 하고 싶을 때 과거에 완성한 세상을 잊어야 한다.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라는 말은 통하지 않는다.
"진정성이 우리를 갈라놓을 떄까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매혹적인 새로운 열정이 우리를 사로잡을 때까지"라는 관계만이 성립한다.
아이들은 한가지 책을 반복해서 읽어달라고 한다. 정말 책이 너덜너덜해질때까지.
그 이유는 책의 내용을 반복해서 들으면서 자신만의 무엇인가의 세계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라고 한다.
브루노베텔하임과 마리 프란츠는 아이들이 이야기를 나름대로 탐구하면서
내면의 세계를 전략적이고 효과적으로 짜 맞춘다고 말했다.
하나의 책이 주는 이야기로 열망이 채워지고 하나의 세계가 완성되면
아이들은 곧바로 다음 단계의 발전을 향해, 즉 새로운 책을 읽어달라고 한다고.
하나의 이야기를 자신의 세계에 완벽하게 만들어 놓게 된다는 것이다.
반복되는 일상이 계속되고 있다면
아직 하나의 세상을 만드는 과정이 아닐까 한다.
만약 그 반복되는 세상이 완성된다면
그 순간에 분명 다른 일상을 시작하려고 하고 있을 테니까 말이다.
이렇게 하나의 세상을 벗어나 새로운 세상에 뛰어드는 것은
비단 지금 하던 일과 전혀 다른 일을 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반복되고 있지만, 보는 시각이 다르고, 느끼는 감정이 다르고, 남는 여운이 다른...
그런 새로운 일상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영국의 화가이자 시인인 윌리엄 블레이크는..
모래 한 알에서 세상을 보고
야생화에서 하늘을 보며
작은 손바닥에 무한을 담고
한 시간에 영겁을 쥐기 위하여...
라고 했다.
이것은 숙련된 눈으로 세상을 인식하는 사람들은 일상에서 상징을 찾아내고,
특수한 것에서 보편적인 것을 보고 느끼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얘기하고 있다.
평범한 하루 속에서도 새로운 세상을 읽는 순간들이 생길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목록의 소제목들이 주는 감동은 굉장했다.
책의 제목도
'일상, 그 매혹적인 예술'이라고 해서 시선을 끌었는데
내부의 제목들도 큰(!) 멋짐을 갖고 있다.
예술, 그 마르지 않는 풍요로움
건설적인 낭비
성공의 반대는 실패가 아니라 정체다
감정, 그 위대한 통찰
철저하게 분비된 즉흥 연주
모든 순간은 기회다.
사실이면서 허구인 진실 ...
위의 제목만 읽어도 이 책에서 말하는 그 새로운 열정이 생길것 같은 기분이다.
얼마전 왜 블로그를 하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지나간 영화 이야기, 음악 이야기 등등 그 순간의 삶의 이야기들을 담아두고 추억하고 싶어서라고 했었는데,
이 책에서 다시 한번 지금 순간을 적어둬야 하는 이유를 깨달았다.
"나는 옛날에 쓴 일기와 기록을 다시 읽을 때마다
당시 내가 이해하려고 애썼던 것들을 새롭게 이해할 수 있었다." -에릭 부스
이 글을 쓰면서 지금 이 순간 예전에 썼던 블로그 글들을 읽어봤다. 무적스팸 검색해서 나온 글이라. ^^;;
위의 글을 읽으면서 그 당시 나의 상태(!)에 대해 이해가 갔다.
그리고 그 당시의 나를 다시금 이해하게 됐다.
그리고 그 당시와는 또 다른 세계에 이미 난 살고 있다는 느낌이 들게 되었다.
현재의 삶을 기록하는 거... 소중하다.
매혹적인 새로운 열정이 우리를 사로잡을 때까지,
우리의 반복되는 일상은 기록되고 재구성되고 이해되어져야 할 것 같다...
(다시 일기장을 꺼내서 뭔가 더 적어야 할 것 같다.^^;)
ps. 에릭부스가 줄리어드 음대 예술교육학 교수라 그런지 예술적 표현이 많았다.
읽고나서 기분이 좋아지게 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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