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택시운전사'를 보고 바로 글을 쓰지 못했던 것은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는 얘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제야 글을 시작한다. 영화 '택시운전사'.
혁명을 위해 앞에서 목숨을 걸고 모든 것을 불태웠던 이들이 있었기도 하지만, 우리가 주목하고 기억해야하는 것은 묵묵하게 옳은 것을 지켜냈던 들어나지 않은 영웅들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것을 다시금 생각하게 한 영화가 바로 '택시운전사'다.
1980년 5월, 서울.
"광주?
돈 워리, 돈 워리!
아이 베스트 드라이버"
택시운전사 만섭(송강호 분)은 외국손님을 태우고 광주에 갔다 통금 전에 돌아오면 밀린 월세를 갚을 수 있는 거금 10만원을 준다는 말에 독일기자 피터(토마스 크레취만 분)를 태우고 영문도 모른 채 길을 나선다.
만섭은 광주로 들어가는 길에 검문을 당하지만 어떻게든 택시비를 받아야 하기에 검문을 피해 광주로 들어서게 된다. 그런데...
"모르겄어라,
우덜도 우덜한테
와 그라는지…"
광주 사람들의 억욱한 상황에 만섭은 발길을 돌리려고 하지만, 피터는 대학생 재식(류준열 분)과 황기사(유해진 분)의 도움 속에 광주사태에 대한 현장 촬영을 시작한다.
그러나 상황은 점점 심각해지고 만섭은 집에 혼자 있을 딸 걱정에 초초하지만, 광주에서 일어난 일에 가담하게 되어 위험에 처하게 된다. 그래서 몰래 혼자 피하고자 하지만 쉽게 피해지지 않는다. 결국, 촬영을 마친 피터를 데리고 광주사건을 알리기 위해 서울로 돌아가고자 한다.
그 때, 만섭은 피터와 다시 검문에 걸린다. 서울택시를 잡으라는 위에서의 명령이 있기에 만섭과 피터는 사업차 광주에 왔다가 가는 것처럼 꾸미면서 서울 택시 번호판 대신 광주 택시 번호판으로 바꾸고 트렁크에 촬영도구 등을 숨기고 검문을 피하고자 했다. 그런데, 검문하던 군인이 트렁크를 검색하다가 서울 번호판을 발견하게 된다.
아찔한 그 순간은 영화를 보는 모든 이들이 긴장하던 순간이 아닐까?
그런데, 그 군인이 말한다.
"그냥 보내"
그 순간 왜 짜릿하게 뭉클했을까...
그 군인도 알고 있었다. 군인으로 명령에 따라야 하는 상황이지만, 그 상황이 정상적이지는 않다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그 사실이 외부에 알려져야 한다고 계속 생각하고 있었을 것이고, 그렇게 중요한 그 찰라같은 순간에 보내줘야 한다는 중요한 결정을 해서 말했던 것이다.
우리는 사건이 벌어질 때 그 사건에 대한 자신의 신념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이렇게 찰라같은 선택의 순간이 닥쳤을 때 소신을 가지고 결정할 수 있게 된다. 그 순간 이 군인이 흔들려서 누군가가 같이 보게 되거나 이상하다고 생각했다면, 그런 결정은 쉽게 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
그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결국 택시를 향해 군인들이 총을 겨누게 되긴 하지만, 그것은 중요치 않았다.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결정적 순간에 정의를 위해, 혹은 대의를 위해 그 군인 같은 결정을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알게 모르게 정의를 위해, 대의를 위해 움직였던 손길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이 존재하는 것일 수도 있다.
영화 속에서는 그들을 서울로 보내기 위해 목숨을 걸고 그 뒤를 봐줬던 광주의 택시운전사들도 그 숨은 영웅들이었다.
거창하게 앞에 나가서 혁명가가 되지 않더라도, 자신의 위치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작은 일을 묵묵히 하고 있는 것이 결국은 지금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를, 우리에게 자유를 누리게 하는 힘을 만들어낸 것일 수도 있다.
거창한 시대적 문제 뿐아니라 각기 각자의 처지에서, 각자의 위치에서 누군가를 위해, 아니면 정의를 혹은 대의를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작은 선택을 하는 이들이 진정 이 세상을 이끌어가는 '숨은 영웅들'이다. 그런 사람들에 의해서 세상은 움직이는 것이다.
지금 나의 위치에서 나는 정의를 위해 혹은 대의를 위해 무엇을 선택할 수 있을까? 찰라의 선택을 해야하는 순간이 온다면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그 것으로 인해 무엇이 달라질 수 있을까? 이런 깊은 생각에 빠지게 했던 영화 '택시운전사'였다.
우리에게 숨은 영웅들이 많음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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