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균열은 어떻게 치료되야 할까?
영화 '오리엔트 특급 살인(Murder on the Orient Express, 2017)'은 그 이야기를 시작한다.
세계적 명탐정 에르큘 포와로(케네스 브래너)는 사건 의뢰를 받고 이스탄불에서 런던으로 향하는 초호화 열차인 오리엔트 특급열차에 탑승한다. 폭설로 열차가 멈춰선 밤, 승객 한 명이 잔인하게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하게 된다.
기차 안에서 벌어진 밀실 살인, 완벽한 알리바이를 가진 13명의 용의자. 포와로는 현장에 남겨진 단서와 용의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미궁에 빠진 사건 속 진실을 찾기 위한 추리를 시작하게 되는데…
누군가 명탐정 에르큘 포와로에게 어떻게 추리를 잘하냐고 물어봤을 때 그가 이렇게 말한다.
원치적으로 돌아가는 세상만
눈에 보이는 겁니다.
원칙적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그 결함이 마치...
얼굴의 코처럼 잘 보이는 거죠.
모든 것을 명확하게 보던 명탐정 에르큘 포와로는 이성적으로 모든 것을 보고, 판단하기에 모든 추리가 쉽다는 것이다. 단편적인 그의 삶에서 그는 두개의 계란 사이즈를 매일 정확하게 재며 명확한 것에 익숙한 사람이었다. 그렇게 명확한 것을 찾던 명탐정에게 온 사건...
옳은 것과 그른 것이 있고
중간은 없습니다.
그의 단면을 보여주는 말이 바로 이것이다. 옳은 것만 존재한다고...
그러던 그에게 오리엔트 특급열차에서 일어난 사건은 명확하지 않았다. 이 사건을 풀어가면서 그는 서서히 인정한다. 세상은 그렇게 쉽게 옳은 것과 그른 것을 나눌 수 없다는 것을 말이다.
(이미 개봉이 많이 지나 스포일러를 포함하면서 리뷰를 작성하게 되서 이제야 영화 이야기를 푼다. )
과거의 사건으로 삶을 제대로 살지 못하는 13명의 용의자. 그들이 일으킨 사건, 그리고 모두 범인인 사건.
영혼의 균열을 봤다.
그들은 과거의 한 범죄사건을 목격하고 경험하면서 자신의 영혼이 부서지고 고통, 분노 같은 깊은 슬픔에 빠진채로 살아가고 있었다.
그런 그들이 준비한 자신의 영혼의 균열을 다시 바로잡기 위한 의식 같은 범죄는, 그들의 삶 스스로를 용서하기 위한 의식이었다. 범죄 앞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자신을 위한 비극적인 선택. 그러나 그것으로 인해 그들은 마음의 치유를 받는다.
인간의 이성, 정의의 저울을 재던 탐정은 이제 그 저울이 항상 맞지 않음을 깨닫게 되고, 마음의 소리를 듣기로 한다. 살인자를 처단하지 못해서 자신을 용서하지 못한 사람들... 자신의 마음이 치유가 필요한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서 말이다.
영화 '오리엔트 특급 살인'은 비극적인 사건으로 상처받은 사람들 뿐아니라 작은 사건으로도 마음의 상처를 갖고 살아가는 이들에게 보내는 메세지 같았다. 그리고 그런 치유가 필요한 사람들을 용서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들이 그런 선택을 하게 된 이유를 처절하게 설명하면서 말이다.
인간은 모두 균형잡힌 삶을 사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대부분 불균형한 삶을 살아간다. 그래서 그런 삶에서 살아남는 법을 배워야 한다. 삶에서 균형있는 순간은 많지 않다. 그걸 받아들이고 그런 균형이 없음을 인정하고, 또 그런 곳에서 오는 상처를 스스로 치유하면서 살아가야 한다.
그냥 인정하자. 삶은 언제나 상처로, 고통으로, 분노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을... 가끔 우리에게 오는 행복과 기쁨은 삶의 선물 같은 것이라고... 이런 걸 인정하고 스스로 위로하고 치유하게 되면 가끔 평안이 찾아올 수 있음을... 자신 뿐 아니라 다른 이의 마음에도...
그냥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자. 그러면 스스로 마음에 위로가 된다. 스스로를 용서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그걸 해야만 마음의 평안이 온다. 그냥 자신을 용서하자. 그 어떤 사건과 사고가 일어났더라도 말이다. 자신 뿐 아니라 영혼의 치유가 필요한 누군가도 용서하자.
영화 '오리엔트 특급 살인'은 그런 치유가 필요한 이들을 용서하고, 이해하게 만든 영화다. 치유가 필요한 모두에게 마음의 평안이 있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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