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그룹에도 속하지 못하면 얼마나 외로울까? 영화 '그린북'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무대 위에서는 뛰어난 재능을 인정받고, 무대에서 내려오면 기본적인 대우도 받지 못했던 천재 음악가의 외로운 삶에 대한 이야기. 1962년 미국에서 흔히 있던 유색인종 차별에 대한 현실을 보여주는 영화 '그린 북(Green Book, 2018)'이다. (스포일러 포함이다. )
이 영화는 제76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뮤지컬코미디 부문 작품상, 남우조연상, 각본상의 3관왕을 차지하면서 관객들에게 호기심을 자극했다. 또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작품상을 받으며 영화에 대한 궁금증을 자극시킨 영화다.
영화의 제목인 '그린 북'이란 1962년 유색인종 차별 당시 유색인종이 머물 수 있던 호텔이나 숙소를 적었던 책자를 의미한다.
1962년 미국, 입담과 주먹만 믿고 살아가던 토니 발레롱가(비고 모텐슨)는 교양과 우아함 그 자체인
천재 피아니스트 돈 셜리(마허샬라 알리) 박사의 운전기사 면접을 보게 된다.
백악관에도 초청되는 등 미국 전역에서 콘서트 요청을 받으며 명성을 떨치고 있는 돈 셜리는 위험하기로 소문난 미국 남부 투어 공연을 떠나기로 결심하고, 투어 기간 동안 자신의 보디가드 겸 운전기사로 토니를 고용한다.
거친 인생을 살아온 토니 발레롱가와 교양과 기품을 지키며 살아온 돈 셜리 박사.
생각, 행동, 말투, 취향까지 달라도 너무 다른 두 사람은 그들을 위한 여행안내서 ‘그린북’에 의존해 특별한 남부 투어를 시작한다.
영화는 인종차별과 가족, 그리고 외로움 등의 다양한 이야기를 펼친다.
무엇보다 뛰어난 피아니스트이지만 흑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연주 투어에 초대 받아 대우를 받지만, 잠시 밥을 먹거나 화장실을 쓰는 것조차 차별을 받는 순간들을 겪게 되는 돈 셜리 박사.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어를 감행한다.
그런 그를 지켜보며 투어를 같이 가는 운전기사 백인 토니. 흑인을 싫어하던 그가 생활비를 위해 시작한 운전기사일을 통해 토니는 인종차별에 대한 편견이 없어지기 시작한다.
말투나 하는 행동이 고급스럽지 못해도 백인이라는 이유로 크게 차별받지 않는 토니와 고급스러운 말투, 뛰어난 피아노 실력, 경제적으로 가진 것이 많지만 평소의 생활에서 차별받는 돈 셜리.
굉장히 비교되는 캐릭터를 보고 있으면서 무엇보다 정이 가는 건 흑인 돈 셜리다.
고급스러운 그룹에도 속하지 못하고 또 인종차별을 당하는 낮은 계층에도 속하지 못하는 피아니스트 돈 셜리.
그런 돈 셜리에게 손을 내미는 토니... 그런 토니의 손을 잡는 돈 셜리. 마지막 장면에 토니의 집에 찾아오는 돈 셜리가 나오는 장면은, 이 영화의 가장 감동적인 순간이기도 하고, 또 외롭지 않게 살기 위해 어떻게 해야하는지 우리에게 말하는 것 같기도 했다.
외로운 것은 결국 자신이 자신의 테두리를 열지 않아서일 수도 있다는 것. 누군가 들어오게 열어주든, 아니면 자신이 찾아가든... 외로움을 이겨내는 방법은 있다는 것을 보여준 영화 '그린 북'이었다.
영화 속 장면에서 돈 셜리가 닫혀있는 자신의 틀을 벗어나는 계기가 되는 장면이다. 예정된 연주를 하지 않고 근처 바에서 연주하는 장면. 자신이 원하지만 연주하지 못했던 쇼팽의 곡을 자연스럽게 연주하는 장면은 이 영화를 한층 흥겹게 했다.
그 곡은 바로 쇼팽의 연습곡 'Chopin - Etude Op. 25 No. 11' '겨울 바람'이다. (잠시 들어보시길)
https://www.youtube.com/watch?v=gZjdAWgjLx8
Chopin - Etude Op. 25 No. 11 (Winter Wind)
토니 아내에게 편지를 대신 써주던 돈 셜리와 흑인이라는 이유로 자꾸 잡혀가는 돈 셜리를 구하는 토니는 다른 듯하지만 닮은 매력이 있는 사람들. 그래서 둘은 우정으로 서로에게 더 끌렸을 수도 있다.
투어를 하면서 쌓은 우정은 그들의 삶을 외롭지 않은 삶으로 바꾸게 된다. 보는 관객들의 삶도 같이 말이다. 영화 '그린북'은 외롭다면 보길 추천하는 영화다. 강추 영화!
하나 더! 사람을 잘만나면 표정없던 사람이 '그린북'의 주인공처럼 이렇게 웃게 된다. 그런 사람들과 만나는 인생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