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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s

달콤한 기억 하나만으로... '튜브(Tube, 2003)'

휴일에 잠시 시외로 나갔었습니다.
섬이라 하기엔 너무도 큰 강화도에 갔었죠.(섬에 무슨 산이 그리도 많은지.. )
아침 일찍 조각공원에 도착했는데, 아침 공기가 서울과는 정말 다르더군요.
얼마 만에 느껴보는 상쾌함이던지.. 한적한 시골로 MT나 혹은 수련회를 가서 새벽에 일어나 약간 안개가 낀 풍경 속으로 아침 산책을 할 때의 그 느낌.
오랜만에 느껴보는 그 향기와 신선함 속에 아직도 머물러 있는 듯합니다.

이렇게 불현듯 찾아오는 과거의 기억들…
우리는 현실에 얽매여 살다가도 어떤 계기가 되면, 과거의 추억들이 순간 떠오릅니다. 강화도에서 그 아침의 상쾌함에 과거의 기억들이 떠오르듯이…
더 나아가서 그런 짧은 순간이 아니라 누군가와 오랜 시간 함께 했던 추억들로 이루어진 기억이라면 떠올리게 하는 존재가 옆에 있건 없건, 특별한 순간이 아니더라도 계속 떠오르기도 합니다.
안타깝게도 기쁨보다 아픈 기억이 더 오래 가는 것 같지만… 그런 기억 속에선 쉽게 벗어나기도 힘이 듭니다.




영화 <튜브>에 나오는 형사 장도준(김석훈)도 아픈 기억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살아갑니다.
테러범 강기택(박상민)에 의해 여자친구가 죽고, 자신의 새끼 손가락까지 잘려나갔으니 잊으려 해도 잊을 수 없는 기억이겠죠. 그래서 그은 자신의 달콤한 기억들을 송두리째 앗아간 강기택을 잡는데 혼신의 힘을 다합니다.

그는 담배를 꺼내 물때마다 기억 속에서 여자친구의 말을 떠올립니다.
'내가 불을 붙여주기 전에는 담배 피지 말아요…'
그 말을 떠올리며, 불 붙이지도 않을 담배를 종종 입에 뭅니다.
꼭 담배를 물면 여자친구가 나타나 불을 붙여줄 것 같은 막연한 기대감 때문이였을까요?

영화를 보는 동안, 반복되어 귀에 들리는 말이 있습니다.
"사는 게 별건가.. 달콤한 기억 하나면 되지…"

산다는 건 어떻게 보면, 과거의 달콤한 기억 하나만으로 현실의 힘든 모든 것을 이겨내며 살아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니면, 미래에 달콤한 삶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는 기대 속에서거나…
현실에 모든 것을 만족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면 '금상첨하'겠지만 그렇기는 쉽지 않으니까요. 만약, 지금 현실에 만족하고 계시다면 누구보다 충분히 행복하게 살고 계신 삶이란 사실!

누군가가 저에게 남기신 글처럼 '과거의 달콤함에 묻혀서 현실을 볼 수 없는 것이 현실에 활력을 줄까요?'라는 질문에 확신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현실이 너무 힘이 들면 과거의 달콤함으로 순간 순간 이겨낼 수 있는 작은 힘은 되지 않을 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 저도 작년 이맘때의 달콤했던(?!) 기억들이 힘들 때 힘이 되어 주니까요.

그런데…
살아가면서 서로에게 달콤한 기억을 주는 경우가 많이 일어나면 좋겠지만, 그 것도 맘대로 잘 안되는 것 같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달콤한 추억만을 건네는 것은 아니니까요. 서로에게 가까이 갈수록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그런 서로에게 주고, 받는 상처 때문에 사랑하면서도 헤어짐을 얘기하게 되는가 봅니다.
만나기만 하면 싸우고, 서로에게 상처만 주고, 서로를 울리게 되는…
그래서 헤어지려 하지만, 그것도 쉽지 않은…

사랑하는 주변의 사람들에게 아픔보다는 달콤함을 선사할 수 있는 한 주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힘들 때 조금이나마 힘이 될 수 있도록!  


튜브 (2003)

Tube 
8.2
감독
백운학
출연
김석훈, 배두나, 박상민, 손병호, 임현식
정보
액션 | 한국 | 118 분 | 2003-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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