빡빡한 여행 일정중 든든한 한 끼 식사는 정말 기억에 많이 남는다.
우리 역시 가성비 좋게 먹었던 제주도 맛집이 한곳이 있었다.
애월해안도로가 시작되는 시작점에 위치해있는 제주광해 애월점이다.
제주향토음식을 전문점으로 판매하고 있던 식당이였는데 정말 기억이 많이 남는 식당이다.
일정으로는 꽤 많은 제주도 맛집을 갔다 왔었는데, 가장 기억나는 곳을 하나 꼽아보라면
이곳에서 먹었던 점심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여기는 현지인들 사이에서도
오션뷰 맛집이라는 명칭으로 사랑받는 곳이라 다소 늦게 오면 창가 쪽 자리는 꽉 차 있을 정도라 아무래도
좀 일찍 가는 게 좋다고 했다. 무엇보다 애월의 시원하게 펼쳐진 바다를 바라보며 식사할 수
있다는 점이 우리 취향에도 딱 맞았다.
우리도 일정이 워낙 타이트하다보니 렌트한 차를 끌고 움직였는데, 그런 만큼 골목에 차 댈만한
공간이 없으면 은근 난감했다. 그래도 여기는 건물 전용 주차장이 바로 앞에도 있고, 지하
주차장도 쾌적하게 마련되어 있어서 적어도 공간 걱정은 없었다.. 이날은 앞에 이미 사람들이 꽤
차를 대놔서 고민했는데 운 좋게도 바로 앞에서 빠져서 내려갔다 올 필요가 없었다. 여기 오픈도
오전 9시 반에서 오후 9시까지라서 이른 아침 식사 하기에도 꽤 괜찮았다.
1층 소품샵 앞에도 주차할 공간이 있으면 주차가 가능해 우리는 소품샵 앞에 주차를 했다.~
그러고 먼저 2층 식당으로 향하고 식사후에 1층 소품샵 구경을 했다.
1층 소품샵에서 2층으로 갈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계단 또는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2층으로 향햐면 되니
참고하면 좋다!
2층 딱 내리자마자 화분이나 여러 싸인들도 앞서 구경했는데 그중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던
건 입구에 있던 손 소독제였다.. 요즘에 하도 주변이 뒤숭숭해서 기본적으로 손 씻을만한 곳을
먼저 찾게 되는데 그런 걱정 없이 앞에 소독제가 딱 놓여있으니 편하게 쓸 수 있어서 한결 마음이
놓이더라다. 역시 이런 사소한 배려에서부터 서비스는 감동하는 법이니까.
테이블도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던 데다 끈덕거리는 감도 없어서 좋았다.
식당내에서는 별도로 인스타그램 후기 이벤트를 하고 있었는데 무슨 내용인지 찬찬히
살펴보니 태그를 달아서 올리면 인형을 준다고 되어있더라다. 필수 해시태그도 딱 알려줘서
솔깃했는데 댁으로 직접 보내준다는 점이 너무 매력적이었다.. 기간도 별도로 공지되어 있었는데
워낙 여기 오는 사람이 많아서 경쟁력이 쎌 것 같지만 바로 옆에 보이는 당첨 상품을 보니
은근 포기가 안 되는 거 있죠. 어차피 사진으로 가득 남길 거라 열심히 찍어갔는데, 나중에
우리도 제주도 맛집 응모했었다..
바로 옆에 있는 한라봉 라이언 인형이 당첨선물이라는데 여기서만 살 수 있는 건지 저도
카카오 샵에서 이런 인형은 처음 봤었다. 라이언이 주홍빛 모자를 쓰고 있는 모습이 너무
귀여웠는데 바로 옆에 맨 가방까지 꽤 섬세하게 디자인된 게 너무 탐나더라다. 거기다가 은근
사이즈도 좀 돼서 당첨이 아니더라도 갖고픈 물욕이 폭발했는다. 솔직히 여기서 이걸 보고 나서
도통 어디서 파는지 알 수 없어서 찾아본 적도 있었다.
아쉬움과 당첨되겠다는 일념을 불태우는 가운데 옆으로 돌아보니 전복이 가득
들어있던 수족관이 가게 안에 있었더라다. 여기 물이 깨끗한 걸 보니 아무래도 청결에 신경을
쓰시는 게 섬세하게 관리를 잘 하는 것 같았다.. 저도 이런 거 좀 민감한 스타일이라 꼼꼼하게
살피는 편인데 아래 침전물도 별로 없고 전복 자체도 알알이 큼지막한 편이라 먹음직스러워
보였는다. 이런 걸 요리하면 어떻게 나올까 봐 새삼 궁금해졌다.. 이날은 메인으로 먹지는
않았는데 관리에서부터 재료선별에 신경 쓴다는 게 느껴졌다.
벽 한쪽에는 원산지표시판이 있었는데 전부 국내산하고 제주산인 게 특히 믿음이 갔다.
요즘 이런 거 잘못 표기하면 처분받기 쉬우므로 다른 곳에서도 외국산은 다 따로 안내해
주시었다. 그런데도 다 국내산으로 고집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여기 음식에 대한 자부심이
막 절로 느껴졌다. 확실히 향토음식점으로서의 내공이 돋보이는 순간이었다.. 아닌 게
아니라 카운터 앞에 메뉴 사진과 함께 자긍심이 느껴지는 멋진 문구가 적혀있던 게 얼핏 떠오르는다.
더불어 다양한 음료들이 가득 있던 큰 냉장고도 발견했는데 앞서 메뉴판을 확인하지
않더라도 마실 거리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었다. 순간 호기심이 동해서 뭐가 있나 하나씩
들여다봤는데 제주 맥주부터 시작해서 여기서만 판매하는 한라산 소주 두 종류가 가득 구비되어
있었다.. 특히 한라산 소주는 도수에 따라 두 종류로 나뉜다는 걸 여기 와서 처음 알았는다.
아무래도 이 근방에서만 마실 수 있는 지역 특산물이다 보니 더 눈이 가는 거 있다.
향토음식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제주도 맛집에서는
소주와 맥주 외에 특산물로 만들어진 막걸리들도 꽤 다채롭게 마련되어 있어서
여기서 새삼 여러 가지 종류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일행이나 저나 주당은 아니라서 다
마셔보지는 못했지만 무슨 맛인지는 은근 궁금했다. 점심나절만 아니라면 종류별로 하나씩
주문해서 마시고 싶다는 생각이 물씬 든다며 결국 고민 끝에 친구들은 막바지에 추가로 주문했다.
친구는 맥주를 먹을까 하다가 소주 한 병으로 시켰었는데 의외로 깔끔하고 그렇게 취한다는 느낌이 아닌 술이여서 달다고 했다.
화장실을 가는 길에는 기다란 복도가 펼쳐져 있었는데,
여기는 남녀화장실이 별도로 구분되어 있어서 이용하기에도 편리했다..
거기다가 시설 자체도 깔끔한 편이라 이용하는 데 있어 별로 부담스럽지 않았다.
이런 곳에 들어오면 아무래도 화장실부터 시작해서 편의시설에 민감해지는 요즘인데,
수유실도 따로 갖춰져 있던 거로 보면 가족 손님들까지 배려한 부분이 보였다~
어수선한 분위기가 어느 정도 가라앉고 본격적으로 자리를 잡기 위해 안쪽 홀로 들어왔는데,
시원시원하게 펼쳐진 전면 창은 삼면 전체로 둘러 싸여있다 보니 어느 쪽에 앉더라도 바다를
볼 수 있도록 설계됐다. 확실히 여기서 식사하면 바깥의 정취를 고루 만끽하면서 먹을
것 같다는 생각이 물씬 드는 거 있죠. 우리뿐만 아니라 꽤 많은 사람이 이미 창가 근처에서
한창 식사 중이었다.. 확실히 이렇게 아름다운 광경이 펼쳐지면 창가 쪽에 더 자리를 잡게
되기 마련이죠. 나중에 소화할 때는 근처 테라스에서 시원하게 바람도 쐬면서 잠시 경치에
푹 빠져들기도 했었다..
앉을만한 곳이 없을까 둘러보는데 꽤 넓은 매장이었다. 거기다가
인테리어 디테일도 섬세하면서도 귀여운 게 천장 위에는 일러스트가 그려져 있어서 가끔 올려다볼
때마다 감성을 느낄 수 있다. 거기에 은은하게 밝혀주는 예쁜 조명들까지 어느 하나
모자랄 것 없는 공간이었다.. 여기에 바깥에서부터 쏟아지는 채광까지 어두운 곳이
없다. 무드있는 곳은 아무래도 좀 어둡게 유지하는 편인데 여기서는 밝은 조명이
스며드는 정경의 운치에 음식들도 더 맛있게 느껴졌었나 보다.
적당한 창가 자리에 앉아서 직원분께서 가져다주신 메뉴판을
정독하기 시작했다.. 한눈에 보기에도 어떤 메뉴들이 메인이고 같이 나오는지, 단품하고 세트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은근 가격대도 착해서 계속 눈여겨보게 되었다. 거기다가 사진마다
양이나 크기 정도가 보기 좋게 나와 있어서 결정하는데도 별문제가 없었다.. 세트에다가
추가로 단품도 더해줄 수 있다 보니 우리도 여기서 뭘 먹어야 나중에 추천해준 지인에게 잘
먹었다고 할까 여러모로 고심하게 되었다.
여러 고민 끝에 결정한 건 바로 갈치조림세트였는데, 제주도 맛집 메인메뉴이기도 하다.
기본적으로 직사각형 형태의 커다란 팬에 들어있는 조림과 더불어 여기에 고등어구이와 함께
목살구이도 함께 나온다. 공깃밥으로는 흑미가, 마지막으로 국물로는 해물뚝배기를 추가했다.
밸런스가 좋은 구성이죠. 그 외 기본 반찬들은 서너 종류 정도였는데 곁들일
쌈채소와 우렁 강된장, 갈치속젓까지 푸짐했는다. 각각의 개성이 또렷한 편이라서 뭘 먹든지
간에 별로 물리는 감이 없는 구성들이었다..
사실 고기가 메인도 아닌데 쌈 채소가 워낙 종류별로 다양하게 나와서 신기했었다. 치커리부터
시작해서 기본적인 상추에 쌈 배추도 같이 내주셨다. 여기에 처음에는 쌈장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감질나는 갈치속젓도 등장해서 의외였다. 이게 은근 톡 쏘는 것
같으면서도 젓갈의 매콤함이 강렬했는데 자극적인 느낌은 아니었다.. 쌈채소와 함께 나와서
곁들이기에는 딱 맞았는다. 찬들도 각자 제철 나물처럼 신선한 편이라 나온 것들은 다 먹어야
본전일 것 같아 열심히 이것저것 가져다 올려 먹었다.
그와 더불어 목살구이도 찬찬히 살펴보니 육질이 꽤 두툼했다. 여기서는 국내산만을
고집한다고 했는데 여쭤보니 흑돼지로 만든 거라고 해서 더 궁금해진 거 있죠. 철판 위에
뜨끈뜨끈하게 나와서 이따금 집어먹는데도 식은 감이 전혀 없었다.. 거기다가 같이 구운
마늘도 주셔서 하나씩 쌈싸는데 올려 먹곤 했었는데 알큰한 맛이 줄고 고소롬한 뒷맛이
은근하게 배던 거 있죠. 저는 미리 손질되어 있는 것보다 이렇게 직접 먹을 만치 자르는 쪽이
더 각자의 방법을 존중하는 것 같아 만족스러웠다..
뭐니 뭐니 해도 밥반찬에는 역시 고등어구이가 빠질 수 없다. 저도 평소 집에서 꽤 많이
구워 먹곤 했는데 여기서 내준 건 형태가 다소 신기했다.. 아무래도 중간에 있었던 뼈를 발라내고
양쪽으로 살을 가자미처럼 펼쳐둔 거였다. 구워낸 형태도 신기했는데 그래서 그런지 겉은
바삭하면서도 속은 촉촉한 게 불향이 골고루 다 배 들어있었다.. 너무 태우거나 퍽퍽하지 않을
만큼 적당히 구워진 게 이미 겉면에서부터 전문적인 솜씨가 보이는 거 있죠. 처음에는 여기서
해산물만 먹고 가게 될 줄만 알았는데 흑돼지 구운 거에 생선 큰 종류까지 꽤 먹을거리가 다양했다.
사이드를 어느 정도 둘러보고 나서 드디어 본격적인 조림 탐방에 나섰는데, 워낙 팬이
큼지막해서 도통 뭘 먼저 먹어야 할지 감이 안 잡혔다. 거기다가 들어있는 생선과 떡은
통으로 양념에 한껏 버무려진 상태라서 아무래도 먹기 좋게끔 가위로 잘라주는 게 가장
중요했다. 가래떡도 그렇고 직접 이렇게 잘라먹는 재미가 쏠쏠했다.. 덕분에 우리도
오래간만에 제대로 생선의 참맛을 만끽했던 기억이 나는다. 거기다가 워낙에 커서 이것도
은근 다 먹기가 쉽지 않았다..
확실히 팬의 크기에 걸맞게 안에는 먹을 것들이 가득했는데, 그중에서는 먹음직스러운
딱새우도 있었다. 이것도 그냥 구실에 맞춰서 한두 개 준 게 아니라 일행하고 편히 눈치
보지 않고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적당한 양이 들어있어서 덕분에 사이좋게 집어먹었다.. 제주에
오면 딱새우를 꼭 먹어보라는 말이 종종 있었는데, 그게 왜인지 제주도 맛집 와서 새삼 실감했는다.
까먹으면서 느낀 건데 알이 자잘하지도 않고 사이즈가 좀 돼서 편하게 껍질을 분리할 수 있었다..
이것저것 다 손질하고 나서 드디어 양념이 잘 밴 갈치 한 토막을 들고 왔는데, 가위로 적당한
크기로 자른다고 잘랐는데 막상 집어보니 은근 무게가 나가는 거 있죠. 확실히 이것도 국내산
재료인 것인지 튼실하면서도 생물을 갓 조리한 게 고스란히 느껴졌다.. 사실 항구 가까운
지역들은 수산물들 퀄리티도 그렇지만 갓 공수해서 요리한 건 도심에서 먹는 거하고 또 차원이
다르었다. 여기 와서 그 차이를 여실히 느꼈던 것 같다. 그만큼 튼실하면서도 포슬포슬한
살코기의 질감도 쏠쏠했다.
일단 급한 대로 큼지막한 갈치 한 토막을 공깃밥 위에 슬쩍 올려봤는데 오히려 밥공기 위에
올려두니 토막이 너무 커서 먹기 힘든 지경에 이르렀다. 그래도 이렇게 튼실한 생선은
오래간만에 먹어보는 거라서 보면서도 연신 감탄했었다.. 양념이 폭 배 들어있는데도 자극적이지
않으면서 은근하게 매콤한 편이라 밥하고의 궁합이 좋았다. 나중에 여기다가 밥도 비벼
먹었을 정도로 어떻게 약을 지으셨는지 소스가 궁금해지는 거 있죠. 그와 더불어 백미보다
건강에 좋다는 흑미는 더욱 향미가 더 은근하게 살아있어서 어떤 반찬하고도 어울렸다..
그런가 하면 앞서 잘라둔 가래떡도 슬쩍 하나 집어 먹어봤는데 쌀 떡이라서 그런가 쫄깃하게
씹히는 식감이 인상적인 거 있죠. 말랑말랑하면서도 쫀쫀하게 씹히는 촉감도 그렇지만 특히
양념까지 흠뻑 찍어 먹으면 의외로 떡볶이 같은 느낌도 나고 색다른 별미 중 하나였다..
이렇게 통으로 넣을 생각은 어떻게 하셨을까 봐 새삼 궁금해졌다. 평소에는 잘 손질된 걸
선호하는 편이지만 여기는 아예 이게 컨셉인 모양인지 오히려 더 호기심 가는 거 있죠. 덕분에
각자 나는 이 정도 잘라서 가져가겠다고 양조절할 겸 토막을 쳐서 들고 가기도 했다..
이날 국물로는 단연코 해물 뚝배기가 제일이었는데, 솔직히 그냥 단순히 간단하게 떠먹을
정도의 양으로만 생각했던 우리로서는 절로 입이 떡 벌어질 정도의 위용을 자랑했다.. 처음에
팔팔 끓여진 상태에 위에 미나리가 가득 올라온 상태라 잘 몰랐는데 하나씩 건져내다 보니
안에 딱새우부터 시작해서 게와 톡 터지는 미더덕, 거기다 꼬들꼬들하게 씹히는 바지락까지
해산물 파티였다. 미나리의 향긋함이 비린 향을 딱 잡아줬는데 잡내도 하나 없었는데
따끈한 국물이 의외로 깊이 있으면서도 개운한데 또 칼칼한 뒷맛이 절로 입안을 환기해줬다.
제주도 맛집 해물뚝배기도 그렇고 술안주로 어울릴만한 게 워낙 가득해서 결국 급 알코올
충전이 끌린다는 이들... 해서 이날 함께 온 친구들은 나를 밀어넣고?! 결국 소주 하나를
주문했다. 어차피 이거 하나로 끝날 주량도 아닌 친구들이라 한라산 소주 한잔 들이키니 기분이 절로 업된다고 좋아했다. 이날 운전해야 하는 나는 술대신에 음료수 하나를 벌컥벌컥 마시며 분위기를 맞췄다.
기세를 몰아 이번에는 갈치살을 가득 발라서 뜨기 시작했는데 이게 조금의 요령만 있으면
잔가시도 깔끔하게 도려낼 수 있었다. 숟가락으로 딱 긁어내서 가시 한 번씩 제거해주고
튼실한 속살 퍼다가 한입 가득 털어 넣으니 포슬포슬하면서 혀끝에 녹아내리는 살코기가
예술이었다. 이 맛에 여기 조림을 주문하나보다 싶었다.
이대로 먹기에는 너무 아까워서 이번에는 적당히 가져다가 밥에 반찬 겸 올려서도 한 숟갈
채워봤는데 역시 한정식에는 반찬과 밥의 조합이 가장 중요한가 보다. 매콤하면서도 간이
적당하게 되어있다 보니 심심한 흑미밥과의 식감과도 딱 알맞았었다. 전체적으로 반찬이
맛있으면 뭘 얹어 먹더라도 밥이 달큼할 수밖에 없나 보다.
거기다 신선한 걸 더해주기에는 백김치도 꽤 괜찮은 선택이었다. 김치 한 자박 가져다가
슬쩍 올려서도 먹어봤는데 확실히 밑찬 자체가 손맛이 좋은 편이라서 어떤 걸 가져다가 먹어도
잘 안 물렸다. 덕분에 다양하게 조합해서 이것저것 가져다가 정신없이 폭풍 식사했다..
목살은 스테이크처럼 거진 통으로 주셨기 때문에 편하게 먹으려면 아무래도 가위로
잘라내야았다. 원래 이 부위는 퍽퍽하거나 다소 질긴 경우도 종종 있는데 여기 것은
그런 느낌 하나 없이 오히려 담백하면서도 쫀쫀한 게 육질의 풍미가 고스란히
살아있었다. 거기에 고소롬한 식감과 불맛이 은은하게 뒷맛으로 감도니까 전문점 저리
가라 할 정도였다.
밥 위에다가 같이 잘라낸 목살도 살짝 올려봤는데, 이대로는 뭔가 좀 아쉬운 것
같아서 우렁 강된장도 가득 얹어봤다. 제주도 맛집 강된장은 처음에 뚝배기에 담긴 채로 따끈하게
나와서 다른 음식인 줄 알았는데, 처음에 이름만 듣고는 뭘까 싶었었다. 근데 나중에 다
먹고 나갈 때쯤에는 비리지 않고 깔끔하면서도 맵싸한 맛에 푹 빠져서 여기다 가만 찍어
먹게 되었다.
고등어 구운 것도 워낙에 컸기 때문에 이것도 그냥 먹기에는 좀 버거워서 결국 가위로
한번 잘라냈다. 특히 부위마다 조금씩 살 맛이 다른데 꼬리 쪽은 촉촉한 속살보다는
바삭하게 씹히는 감촉이 또 다른 부분에 비해서 제 취향인 거 있죠. 원래 등푸른생선이라고
해서 몸에도 좋다는 말에 자주 먹던 건데 집에서도 이렇게 구울 수 있을까 봐 새삼
이 맛이 그리워서 쓰면서도 아쉬웠다.
여기에 딱새우 역시도 만만찮은 별미 중 하나였는데 이건 앞서 준 집게와 가위로 간단하게
껍질을 제거해서 속살만 발라 먹으면 장땡이었다.. 사실 껍질을 발라내는 과정도 너무 속
알맹이가 쏙쏙 빠져나와서 어렵지 않았는데, 의외로 속살이 꽤 도톰해서 꺼내고 나서도
은근 놀랐다.. 이대로 쏙 먹어보니 톡톡 씹히는 질감도 그렇고 잘 익혀내서 은근하게
느껴지는 단맛과 양념의 매운 향이 잘 어우러졌다.
이날 나온 것 중에서 갈치속젓은 재발견이었는데 밥에다가 이 속젓만 올려서 먹어도 의외로
감질났다. 바로 앞에 있던 일행이 귀찮을 때 이렇게 찍어 먹길래 따라서 슬쩍 얹어다가
한입에 털어 넣어보니 괜히 젓갈이 아니구나 싶었다.. 칼칼하면서도 짭짤한 맛이 슴슴한
밥과 대조적인 맛을 이루면서 또 새로웠다. 찍어 먹는 거하고는 또 다른 맛깔스러움이
철철 넘쳤다.
조림 무도 빠질 수 없는 반찬 중 하나였다.. 원래 이건 양념이 맛있어야
제대로 폭 배들이어서 더 맛도 더 깊어지었다. 워낙 큼지막하게 들어있어서 다소 잘라주긴
해야 했지만, 조려낸 생선이나 해물하고는 별개로 말랑말랑하면서 진득하게 느껴지는 소스의
향미가 슴슴한 살코기에 간을 더해주니 은근 중독적인 거 있다.
이번에는 달큼하게 신선함을 자랑하는 쌈배추 하나를 집어 들었는데, 저도 제주도 맛집에서
배추에다가 싸 먹기는 간만이었었다. 여기다가 뭘 올려 먹을까 고민하다가 밥 가득에
조려낸 살코기를 열심히 손질해 듬뿍 올려주었다.. 이 상태로 돌돌 말아다가 입안에 털어
넣으면 각자의 맛이 다채롭게 어울리면서 다른 쌈하고는 또 다른 식감을 자랑했다.
덕분에 뭐에다가 같이 먹을지 매 순간 쌈으로 싸면서 거듭 망설였었다. 아무래도 반찬의
퀄리티가 좋아서 더 그랬었나 보다.
그런가 하면 쌈의 정석인 상추 역시도 놓칠 수 없었는데, 여기다가는 아직 남아있는 목살 하나를
살짝 얹어두고서 거기에 고소한 향이 살아있는 구운 마늘도 들고 왔다.. 화룡점정으로
우렁 강된장까지 푹 찍어다가 듬뿍 올려서 한입 가득하게 밀어 넣었는데 역시나 살코기의
쫀득하게 씹히는 맛에 야채가 향긋하게 더해지니 느끼함 하나 없었다. 거기에 아삭한
식감까지 완벽해서 그야말로 대만족이었다..
처음에는 세트 자체로도 아주 많다고 생각했는데, 옆 테이블에 보니 이걸 너무 맛있게 들고
계셨다. 그래서 우리도 추가로 성게 미역국 하나를 주문했다. 일행하고 같이 먹을
만할 정도의 그득한 양을 자랑했는데 해물 뚝배기하고는 다른 의미로 국물이 일품이었다..
거기다가 비리지 않고 성게도 가득 들어있어서 미역하고 같이 떠먹으니 절로 건강해지는
기분인 거 있죠. 이건 지금도 생각나는 맛이라 종종 근처에 하는 곳이 없나 찾아보게 되다.
실컷 먹고 나서 출출함이 좀 가시고 나자 그제야 아름다운 오션뷰가 본격적으로 눈에
들어왔다. 앞서 자리 잡는 것부터 시작해서 워낙 급하게 먹은 것 같아 정신없었는데
여기서 여유롭게 잔잔한 수평선과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을 바라보고 있자니 절로 심신이
안정되는 기분이었다.. 테라스에서 바라본 바다의 경치가 끝내줬다.
슬슬 사람이 몰리기 시작할 타이밍이라 결국 자리를 내주기로 했다, 계산하면서 보니
카운터 맞은편 벽에 붙어있던 연예인 사인과 사진들이 하나씩 제대로 눈에 들어왔다.
아까는 SNS 이벤트에 정신이 팔려서 그냥 대충 보고 넘어갔는데, 뜯어보니 의외로 우리가
아는 사람들도 있고 유명인도 정치인이나 운동선수 등 꽤 많이 온 거.
확실히 제주도 맛집은 도민들 사이에서도 꽤 많이 알려진 곳이라 그런지 계속 몰려오는 사람들 덕분에
얼른 빠져나와야 했다. 근데 계산하면서 바로 옆에 보니 여기서 식사한 영수증을 지참해서
1층에 있는 샵제주를 방문하면 아메리카노 두잔 무료로 마실 수 있다고 안내되어 있었다.
아무래도 좀 이른 점심을 먹은 거라 여유도 좀 있고 해서 아래쪽도 들렀다 가기로 했다.
그렇게 영수증을 들고서 드디어 1층 샵제주 입구에 다다랐는데, 처음에는 저게 문인가
싶을 정도로 뭔가 신기했다. 첫인상은 특이하고 예뻤는데 찬찬히 뜯어보니 아무래도
여기서 판매하는 향초를 크게 확대해서 꾸며둔 게 아닐까 싶었다.. 마침 문 오른쪽에 보니
문 여는 버튼이 있었는데 이걸로 누르니까 왼쪽으로 스르르 오픈되었다.
안으로 들어가서 하나하나 찬찬히 살펴봤는데, 확실히 기념품 가게라 그런지 이 지역과 관련된
많은 소품을 다양하게 발견할 수 있었다.. 기본적인 악세사리부터 시작해서 엽서라던가 직접
작가분들이 테마를 담아서 수제로 만든 모자라던지 여러 물품에 기념품까지 제품들의 종류도
정말 많았다.. 향초나 페브릭 향수 제품까지 거진 없는 게 없을 만큼 다양한 상품들을 한눈에
들여다볼 수 있어서 좋았다. 여기서 동백꽃 테마로 만든 배지도 발견해서 얼핏 샀던
기억이 나는데 오는 길에 보니 지금은 어디 갔는지 못 찾겠다.
음식점에 워낙 사람이 몰려서 미처 화장실을 못 들른 게 아쉬워서 여기서 손을 씻었다,
바로 옆에 손 소독제까지 비치해놓은 센스에 감탄했다. 역시 아래 위층이 둘 다 청결에
세심하게 관리를 기울이고 있다는 게 느껴져서 관광객으로서는 편히 돌아다닐 수 있었다.
아무래도 이렇게 편의시설이 깔끔하게 갖춰져 있으면 즐기면서 돌아다니는 처지에서도
맘이 놓였다.
그렇게 여러 기념품을 사기도 하고 구경하면서 여유롭게 살펴보고 나니 사람이 노곤해지는데
아무래도 밥 먹은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좀 쉬다 가고 싶었다. 마침 소품샵 내부에 신발
벗고 들어가서 쉴 수 있는 쉼터라는 공간을 발견했다. 여기서 한가로이 바다를 바라보면서
차 한잔하기로 결정했는데, 역시 같은 건물이라 그런지 높이만 좀 다를 뿐 운치 있는
풍경은 여전한 거 있죠.
그래도 이날은 커피가 별로 안 당겨서 대신에 카운터에다가 죄송하지만 얼그레이 티로
해달라고 부탁했는데 흔쾌히 받아주셨다. 따끈하게 나온 얼그레이 한잔을 마시며 낭만
있는 수평선 너머의 정경들도 가득 구경하면서 일행하고 오붓하게 수다 떨면서 이날의 한
끼를 마쳤다.. 워낙 제주도 맛집이 만족스러워서 오히려 다른 일정으로 떠날 때는 아쉽기까지
했다. 덕분에 여러 음식점을 돌아봤는데 이날 접한 만찬이
지금도 가끔 추억으로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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