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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

사랑보다 지독한 '노서아 가비'를...

후배가 추천해준 책 '노서아 가비(지은이 김탁환)'.

이 의미는 '러시안 커피'이다. 책을 읽는 동안 잊을까봐 너무나도 자주 반복되어 설명한다. 러시안 커피라고...

 



 

주말에 책을 펼치고 읽는데,

읽기 시작하자마자 끝까지 다 읽게 되었다. 약 2시간 정도면 걸려서 읽은 책.

 

한 여인의 파란만장(!)한 얘기를 담고 있는데,

그렇게 파란만장해 보이지 않은 그런 소설이다.

그리고 소재의 하나는 고종이 커피를 좋아했다는 것에 착안한 듯.

 

사랑과 배신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하는 지, 서로 머리 싸움을 하는 주인공들의 다양항 상황은

읽자마자 바로 끝까지 소설을 다 읽어내리게하는 매력이 있는 책이다.

 

무엇보다, 커피와 함께 전개 되는 스토리전개는 커피 매니아들은 책을 보는 내내 진한 커피를 마시고 싶을 것 같다. 커피를 잘 안마시는 나도 마시고 싶어졌으니까.

 

'먼 훗날'로 시작하는 약속은 이루어지기 어렵다.

약속할 땐 두 사람 모두 진심이더라도, 세월은 둘 사이에 많은 틀을 만든다.

변하지 않는 과거를 붙잡고 살기엔 지금 이 순간의 변화가 너무 빠르고 어지럽다.

 

책의 이 구절은 우리가 살면서 느끼는 얘기다. 

수많은 약속들이 있지만, 얼만큼 지켜지고 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갖게 된다.

다른 무엇보다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 만들어지는 약속.

과연 얼만큼 세월을 넘어서 지켜지고 있을까....

 

매일 새벽, 나는 한 남자를 위해 내가 만드는 한잔의 커피

오직 이것으로부터만 자극 받았다.

이 검은 액체가 전하(고종)의 혀끝에 닿는 순간을 상상하며

내 모든 감각을 깨우고 또 깨웠다.

사랑보다 더 짙은...

어떤 '지극함'을 배우고 익히는 나날이었다.

 

사랑보다 짙은...

사랑은 변하지만 변하지 않는 무언가에 대해 얘기하는 것 같았다.

시간이 지나도, 노서아 가비의 맛은 변하지도 배신하지도 않는다는 그런 느낌의 구절이었다.


전하께서 한 모금 커피를 삼킨 뒤 내려놓으셨다.

나는 황망히 한 걸음 다가섰다.
다시 만들어 올리겠사옵니다.

주시오소서.
그러나 잔을 건네지 않으셨다.
그럴 필요 없다.

쓴 날이 있으면 단 날도 있는 법.

여태까진 가비가 과인의 입맛을 맞췄으니,

오늘 하루쯤은 과인이 가비의 맛에 맞출까 한다.

 

고종의 커피에 대한 생각, 그리고 사람에 대한 생각이 아닐까...

나에게 맞춰지는 주변의 모든 것들에 감사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는 구절.

 

그러고 보면, 우리는 나한테만 맞춰지길 바란다.

가끔은 나를 맞춰줬던 것들에 감사하게 생각하며

나를 변화시켜서 그들에 맞추는 것도 필요한데 말이다.

 

오늘 하루는,

변하는 사랑, 혹은 약속 보다

진하게 입에 남는 노서아 가비 처럼 지독한 무언가를 느끼고 싶은 날이다.

평소에 익숙치 않은 그런 낯설음으로 말이다. 




노서아 가비: 사랑보다 지독하다

저자
김탁환 지음
출판사
살림 | 2009-07-01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조선 최초의 바리스타를 둘러싼 미스터리와 사기극! 조선 최초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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