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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s

불행의 시작은 인간의 감정에서? '이퀼리브리엄(Equilibrium,2003)'

굉장히 오랜만에 찾아 뵙네요. 시간이 이렇게 빨리 가는 줄 몰랐습니다.

너무나 많은 일들이 일어나서 지금 현실을 감당하기에 역부족이라 나를 위해 조용히 생각을 정리하며 글을 쓰는 여유가 생기질 않았습니다.

그래도 이제는 시간이 나는군요.

 

쉬는(?!) 기간 동안 감정이 없는 삶에 생각해보았습니다. 주변의 변화에도 동요하지 않으며, 어떤 충격적인 일들이 일어나도 흔들리지 않을 그런 유유자적한 모습의 삶.

심장을 꺼내서 다른 곳에 두고 머리로만 생각하며 살아간다는 것이 불가능 함에도 불구하고 그런 상상을 했습니다.

 

인간이 존재한다는 것은 어쩌면 감정이 살아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과도 통하는 것 같습니다. 자신의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순간 그 삶은 죽는 것과 같을 테니까요.

 




매트릭스를 잊어라!라는 타이틀로 등장한 영화 이퀼리브리엄(Equilibrium;안정)을 보면서 더욱더 그런 감정에 대해서 생각이 깊어졌습니다. 사실 타이틀에 영화 매트릭스를 수식어로 넣은 건 잘못한 것 같은 느낌이 너무 많이 들더군요. 영화를 보고 나면 오히려 영웅본색이 더 생각납니다. 주윤발식 쌍권총 추억을 환기 시키는 장면이 좀 있으니까요.

 

3차 대전 이후의 지구. 리브리아라는 새로운 세계를 통치하는 독재자는 인간들에게 프로지움이라는 감정억제 약물을 투약하여 인간의 감정을 통제합니다. 정부 최고의 요원 존 프레스톤(크리스찬 베일 분)은 이런 일련의 규제에 저항하는 반체제 인물제거의 임무를 맡고 있죠. 그러나 아내의 숙청, 동료의 자살 등의 사건이 발생하고 우연하게 프로지움의 투약을 중단하게 되면서 서서히 통제됐던 자신의 감정을 경험하게 됩니다. 그리고 반체제를 돕는데 한 몫을 합니다.

그가 감정을 느끼기 시작하면서 처음 듣게 되는 베토벤의 음악으로 눈물을 흘리는 장면은 영화를 보고 나서도 여운이 남는 장면입니다.

 

영화를 보면서 계속 느꼈습니다. 인간의 감정을 누군가 통제하려 한다는 사실은 불가능하다는 것을요. 약물에 의존해서라면 어느 정도 될 수도 있다고 여겨지지만.

 

그런데 영화 속 한 장면에서 뒤통수를 맞았습니다. 존 프레스톤의 아들이 아버지 존이 숨겼던 약을 건네며 좀더 조심하셔야 겠어요라고 말하는 장면. 아들은 이미 엄마가 죽기 전부터 약물을 투약하지 않고도 자신의 감정을 숨겨왔던 것이였습니다. 결국 인간의 감정은 약이 아니라 자신 스스로가 가장 정확하게 통제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게 해주 장면이였습니다.

 

근래에 본 영화 중에서 가장 좋은 영화였습니다. 살인하는 장면들은 잔혹한 느낌이 들기도 하고, 너무 어이없게 싸움에서 이기는 모습에 어이없는 웃음이 나오기도 하지만.

 

기쁨이나 슬픔, 사랑이나 증오, 구속이나 자유 등 인간의 감정을 다스릴 수만 있다면, 이 세상의 평화는 지켜질 것이다.라는 글귀가 눈에서 떠나질 않습니다.

 

다시 돌아와서 저의 감정을 없애고 싶었던 것이 부끄러웠습니다. 지금 내가 살아 있고, 기쁨이든 슬픔이든 느낄 수 있으니, 결국 살아서 그것들을 통제해야 하는 의무와 책임은 그 누구도 아닌 저에게 있는 것이니까요. 그리고 그것이 가능하다는 사실도 깨달았습니다. 



이퀼리브리엄 (2003)

Equilibrium 
8.6
감독
커트 위머
출연
크리스찬 베일, 테이 딕스, 에밀리 왓슨, 앵거스 맥페이든, 도미닉 퍼셀
정보
액션, 스릴러 | 미국 | 107 분 | 2003-10-02
글쓴이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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