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좋아하는 동화에 등장하는 백설공주는 마녀의 독사과를 먹고 잠이들었다가 왕자의 키스를 받고 깨어나, 왕자와 행복하게 살았다는 것이 이야기의 줄거리다. 그런 백설공주를 기대하고 보면 안되는 영화가 바로 타셈 싱 감독의 '백설공주(Mirror Mirror,2012)'다. 이 영화는 백설공주가 아닌 계모인 마녀의 입장이 중심이 되는 영화랄까?
춤추며, 즐겁게, 축제의 분위기로 살아가는 평화로운 왕국. 그곳에는 아름다운 공주(릴리 콜린스 역)와 공주가 태어날 때 부인을 잃은 왕이 산다. 공주의 성장과 교육을 위해 새로운 왕비를 맞이하겠다는 왕은 아름다움에 반해 왕비(줄리아 로버츠 역)를 맞이한다. 그리고 나서 왕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결국 왕비는 자신의 치장과 미모에만 투자하여 왕국을 파산 위기에 몰아넣고, 백성들은 굶주림에 허덕이게 만든다. 그런데, 왕비의 관심은 파산보다 자신의 미모보다 뛰어난 공주다. 그래서 백설공주를 시기하여, 백설공주를 성에 가두고 밖의 세상과 차단한다.
그러던 어느 날, 발렌시아 왕국의 앤드류 왕자(아미 해머 역)가 숲속에서 일곱 난쟁이들에게 굴욕을 당하고, 왕비를 찾아와 도움을 청한다. 파산 위기에 처한 왕비는 부유한 경제력에 젊은 외모를 지닌 왕자와의 결혼을 추진하기 위하여 음모를 꾸민다. 왕자에게 잘보이기 위하여 정말 다양한 방법으로 미모를 가꾸는 왕비. 그럼에도 불구하고 왕자는 백설공주에게 반하고, 그것에 분노한 왕비는 공주를 업애라고 지시한다.
깊은 숲 속에서 목숨을 잃을 뻔한 공주는 일곱 난쟁이들의 도움으로 숲에서 지내게 된다. 백성들을 위해 마녀의 횡포를 막고자 하는 백설공주는 난쟁이들의 도움으로 자신감과 무술을 배운다. 그러던 중 앤드류 왕자가 주술로 왕비를 사랑하게 되어 결혼식을 준비하자, 백설공주는 그것을 막기 위해 최후의 작전을 펼치기 시작한다.
결과적으로 동화처럼 결국 백설공주에게 행복이 돌아가는 것으로 끝맺는다. 어린 시절의 이 동화는 이쁘고 착하게 지내면 멋진 왕자가 와서 구해줘서 행복하게 결혼하며 끝나는 이야기가 전부였는데, 이번 영화에서는 백설공주가 직접 자신의 삶을 위해 적극적으로 부딪치고 노력하는 이야기를 담아 냈다. 적극적으로 자신을 믿고 개척하는 사람만이 자신이 원하는 삶을 얻을 수 있다는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교훈도 전달해주는 동화였다.
그러나 무엇보다 기억나는 것은 왕비.
왕이 왕비를 얻는 이유는 남자인 왕이 할 수 없는 여자인 공주에게 더 많은 것을 가르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왕비는 자신의 미모로 왕을 얻고, 그리고 나선 미모를 위해 왕국을 파산시키고, 파산된 왕국을 살리기 위해 아니 자신의 미모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 또 돈 많은 다른 배우자(?)를 찾아 노력하고.
왕비가 나이가 듬에도 미모를 갖기 위해 수많은 투자를 했던 것은 미모로 인해 자신이 왕비가 되었다는 생각 때문이었을까?
백설공주를 보면서 예전에 못느꼈던 부분이 바로 이 질문이다.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니?"
세상에서 제일 예쁜 것이 얼마나 의미있는 일일까? 세상에서 제일 예뻐서 뭘할까? 왕비가 거울을 보면서 외치던 말은 자신이 외모에 모든 것을 걸고 있는 걸 증명해준다.
음... 그러고 보면, 어린 시절 백설공주 이야기도 예뻐서 왕자가 자는 걸 보고 반하게 되는 거였는데, 왜 예뻐서가 아니라 착해서라고 생각했을까?
미모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변하게 되어 있다. 아무리 성형을 하고 아무리 과학의 힘을 빌어 애를 써도, 얼굴에 주름이 지고 나이듬의 티가 나는 건 막을 수 없다. 어느 정도는 느리게 할 수는 있겠지만 말이다.
나이듬의 미학.
외모를 가꾸기 위해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나이듬에 어울리는 지성과 인성을 갖추기 위해 투자하는 것이 더 미래지향적인 것이 아닐까 한다. 그리고, 젊게 보이는 것이 단지 예쁜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나이듬의 미학'을 알아볼 수 있는 사람들과 어울려 살 수 있길 바래본다.
ps. 영화 '백설공주', 조금 어색하지만 재미있게 볼 수 있다. 참, 타셈 싱 감독이 인도사람이라서 마지막에 역시 출연진들의 군무가 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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