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지도 모르는데 왜 그렇게 해? 나라를 위해서!
‘친구’의 곽경택감독이 만든 영화 ‘태풍’이 개봉하고 나서 개봉 전에 몰아치던 그 명성을 잇지 못하고 있습니다. 제작비가 자그마치 150억원이 투입된 영화 임에도 불구하고, 국내 영화 ‘작업의 정석’ ‘왕의 남자’ 등에 밀리고 있습니다. 개봉 첫 주에는 박스오피스 1위를 선점하기도 했는데요. 개봉 후에 점점 힘이 빠지고 있는 모습입니다. 왜 그럴까요?
이 시점에서 ‘태풍’에 대한 무적스팸을 하나 날려볼까 합니다.
20년 전 남북한 모두에게 버림받았던 탈북자 출신 동남아의 해적 씬(장동건 분)은 가족을 모두 빼앗아간 남한을 향한 분노로 테러를 계획합니다. 남한뿐 아니라 세상을 향한 분노로 가득 찬 그를 막기 위해 남한의 해군대위 강세종(이정재 분)이 파견됩니다.
강세종을 작전에 투입하면서 상사는 그에게 설명합니다.
“이 작전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하면, 연금도 주고,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도록 직장도 얻어주고, 부모님 앞으로 돈도 주겠다. 그리고…”(정확히 표현이 기억이 안 나네요...) 이렇듯 돈이나 직장얘기들로 작전에 들어가기 전 다른 것들로 강세종을 설득하려던 상사에게 강세종이 말합니다.
“다음부터 다른 군인들을 작전에 투입하기 전에 돈이나 직장얘기는 마시고, 이 일이 나라를 위해 얼마나 중요한지만 말씀해주십시오”라고.
영화 보면서 대의를 위한 마음에 처음 뜨끔(!) 하면서도, ‘오~ 나라를 위해 중요하기만 하면 자신을 희생하겠다고? 너무 멋 부린 거 아냐?.’라고 반박의 생각을 했습니다.
영화는 계속 전개됩니다.
작전에 투입된 강세종이 씬과의 협상을 위해 씬의 유일한 혈육인 누나(이미연 분)를 찾아냅니다. 그리고, 그녀를 데려다 놓고, 그 곳으로 씬을 유인합니다.
역시나, 누나를 만나러 찾아온 씬이 강세종에게 말합니다. “나를 잡다가 죽을 지도 모르는데, 목숨 걸고 나를 잡아가면 당신에게 어떤 이익이 있지? ” 그러자, 강세종이 말합니다. “누나가 미끼인 걸 알면서, 여기 오면 당신이 죽을 지도 모르는데, 왜 여기에 왔지?” 차 안에서 둘의 대화였는데요.
“죽을 지도 모르는데, 왜 그렇게 하지? 당신에게 무슨 이익이 있지?” 답은 간단합니다. ‘나라를 위해서’ 혹은 ‘가족이 보고 싶어서’ 라는…
그런데 이런 답에 우린 익숙하지 않습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살아가는 사람이 많아질 수록 더욱더 위의 답들은 멀어져 갈 수 밖에 없는 답변입니다. 그리고 우리와는 동떨어진 얘기 같이 들립니다.
그래도 아직은 가족을 위해서 희생하는 사람들은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정작 나라를 위해서 무언가를, 아니면, 정의를 위해서 자신의 목숨이나 자신의 것을 희생하는 것은 이제 우리 주변에서 찾아보기 힘듭니다.
영화 ‘태풍’이 거대한 대작임에도 불구하고, 대스타(동건이 오빠~ ^^)를 쓰고도 빛을 오래 갖고 가지 못하는 부분이 바로 그 것 때문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너무 거대한 목표를 두고 움직였던 탓이었겠죠. 다른 이들이 다칠까 자신들의 목숨을 내놓는 공군들의 마지막 모습은 더욱더 영화를 현실감에서 떨어지게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그렇게 어이없이 생각할 수도 있는, 한껏 멋을 부린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과거 우리의 실제 역사 속에는 존재했다는 사실입니다. 전쟁을 수도 없이 치렀던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대한민국이라는 이 나라가 존재하는 것은 선조들이 피 흘렸던 역사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태풍’이라는 영화는 역시, 한껏 멋을 부렸어도, 마지막 폭파된 선박 속에서 강세종이 살아남았다는 기적과 같은 부분이 보이더라도 우리가 잊고 살아서는 안 되는 역사를 보여주는 것 같은 영화 ‘태풍’은 대작으로 남아야 합니다.
흥행에 크게 성공 못했던 ‘공공의 적2’에서도 너무나 우직하게 정의를 외치던 검사의 모습이 다시 한번 더 떠오르게 되기도 합니다. “내가 검사직을 내놓더라도 너는 꼭 잡는다”라며 악을 향해 외쳤던 그 울분의 말.
지금도 어디선가 정의를 위해, 나라를 위해 희생되고 있음을 생각하면서 이만 줄입니다.
자신의 이익을 생각하며 살아가던 것에 조금은 희생할 수 있는 미덕을 꿈꿔봅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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