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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s

1등 보다 멋진 2등 '여우계단'

프랑스에 갔을 때 알아듣지도 못하는 불어로 된 방송을 며칠 동안 봤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것은 '프랑스 한바퀴 돌기(투르 드 프랑스)'라는 타이틀 정도의 프랑스도로일주사이클대회.
 
당시에 들었던 이름 중 기억나는 건 암스트롱이고, 사촌오빠가 얘기해준 것들 중에, 1년에 한번씩 열리는 경기고, 세계각지에서 선수들이 오고, 팀웍이 중요하고, 체력도 중요하다고한 기억이 나는군요. 선수들의 허벅지가 엄청 두꺼웠던 것도 기억나네요. 당시 누가 우승했는지는 기억조차 나지 않고. (오래돼서 그런가? ^^)

그런데, 얼마전 신문을 보다가 '프랑스 한바퀴 돌기'에서 암스트롱이 우승했다는 기사를 봤습니다. 익숙한 이름이기도 하고 해서 자세히 기사를 읽는데, '암스트롱이 선두로 가다가 관중의 가방에 핸들이 걸려 넘어졌으나, 라이벌인 울리히와 다른 선수들이 속도를 늦춰서 암스트롱이 우승할 수 있도록 했다'는 내용이였습니다.

이 대회의 상금이 얼마나 되는지, 그리고 그 명예가 어느 정도 되는지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경기에 참여하기 위해, 세계 곳곳에서 몰려온 선수들이 우승을 놓고 벌이는 경기인 만큼 대단한 대회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우승보다 더 중요한 것을 잊지 않고 있었습니다. 작년 대회 때 울리히가 넘어졌을 때 암스트롱도 그가 일어나서 달릴 때 까지 속도를 늦춰줬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가슴 속에 뭔가 찡하게 울리더군요. 사람들이 이렇게 멋질 수가 있습니까…
 
아둥바둥 살아가는 삶 속에서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이야기는 삶을 되돌아 보게 했습니다.
 
누구에게도 지고 싶지 않아서 자신을 따라오는 다른 사람을 방해하며 살아가는 사람도 있는데, 다른 사람이 일어설 때까지 기다려주는 이런 이야기는 정말 잊어지지 않더군요.



 
이 이야기를 읽던 날 봤던 영화, '여우계단'.
예술고등학교에서 발레를 전공하는 단짝 친구 진성(송지효)과 소희(박한별). 진성은 발레의 천부적인 소질이 있는 친구 소희 대신 발레대회에 나가고 싶어서 오디션에서 소희의 토슈즈에 유리조각을 넣기도 하고, 친구 대신 나가게 해달라고 여우계단에 소원을 빌기도 합니다. (공포영화이기에 더 이상의 영화이야기는 접어두도록 하죠. )
 
비교되는 삶의 모습이였습니다.
누군가를 밟고 올라가려는 사람과 자신의 앞서 가는 사람이 제대로 앞으로 나갈 수 있도록 지켜봐주는 모습.
 
다행이라 생각된 것은 조작되어 만들어진 영화가 아니라 현실에서 일어나는 일이 더 가슴 따뜻한 일이라 위로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더 많을 지도 모른다는 약간의 허황된 상상을 하기도 했습니다.
 
지금 나는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누군가 나보다 한걸음 더 나아가 있을 때 계속 잘 갈 수 있도록 지켜봐주는 배려를 한 적이 있나...
 
사랑에 있어서도...
사랑하는 사람을 나보다 더 좋은 사람에게 보낸다? 이것이 배려에서 나오는 것일까요? 그건, 자신감이 없어서 그런 것이 아닐까 합니다.
그런데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보다 다른 사람을 더 사랑하는 것을 알았다면, 그래서 지금 힘들어 하고 있다면, 떠나보내는 것도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배려하는 것이겠죠.
 
지금 듣고 계신 음악은 잿빛바다님이 신청해주신 빅마마의 '체념'입니다.
체념이라고 하기 보다는 배려가 되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떠나보내는 것은 쉬운일이 아니니까...


여고괴담 세 번째 이야기 : 여우계단 (2003)

Whispering Corridors 3 : Wishing Stairs 
7.2
감독
윤재연
출연
송지효, 박한별, 조안, 박지연, 이세연
정보
공포 | 한국 | 97 분 | 2003-08-01
글쓴이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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