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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음악

마자르족과 니그로 영혼을 담은 김주원의 '클래식과 블루노트'

by HyggeStory 2017. 5. 24.

김주원(Naria Kim) '클래식과 블루노트'라는 바이올린 독주회 간판을 내걸고 오는 5 26() 오후8시 예술의 전당 리사이틀홀에 선다.

 

바이올리니스트 김주원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재로 입학 3년 만에 조기졸업 후, 최고연주자과정 재학 중 미국 예일대 석사, 최고연주자과정을 졸업했다. 이어 뉴욕주립대 스토니부룩 박사과정으로 조기 졸업했다.

 

뉴욕 유학생 부부 사이에서 태어나 열살까지 살다 귀국해, 12살에 서울시향 협연자 오디션에 우승하며 국내 무대에 데뷔했다.

 

피아노 협연은 한국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입양되었으나 피아니스트로 성장한 케빈 권 룩스가 함께 한다. 국내 소외계층 청소년들에게 재능기부로 방송을 타고 알려진 그는 현재 캘리포니아 얼바인 주립대 음대 상주 아티스트로 활동 중이다.

 


프로그램으로는 1부에서 모차르트(1756-1791) 바이올린 소나타 24 F장조, K376과 바르톡(1881-1945) 소나타 1, 작품번호 21번이 연주된다.

 

이어 2부는 라벨(1875-1937)의 바이올린 소나타 2 G장조와 거쉰(1898-1937)의 포기와 베스, 야사 하이페츠 편곡이 선보인다.

 

"클래식이지만 그리 잘 연주가 되지 않아 더욱 고전적이라는 차원에서 우선 모차르트 24번은 선곡되었다."고 첫 곡을 고른 배경을 김주원이 이야기해줬다. 1781년 여름에 작곡되었는데 모차르트의 스승인 하이든의 영향이 드러나 있지만 모차르트 특유의 장난기와 생동감이 살아있는 곡이다.

 

1번 소나타의 바르톡은 불협화음에 매우 불규칙한 리듬 그리고 황금분할한 기하학이며, 대담한 화성구조로 헝가리 마자르족 민요 음계와 리듬을 창조해냈다.

 

마자르족이 알타이어를 써서 우리 어순과 같으며 매운 음식을 즐긴다는 면에서 과연 마자르족 못지 않은 코리안 김주원이 뿜어낼  맹렬하고도 급작스럽고 또한 매우 강력한 바르톡을 기대할만하다.

 

바르톡은 1922년 런던에서 직접 초연했는데 이 곡은 그가 당시 심취한 드뷔시 선법과 쇤베르크 음렬주의가 용광로에 쇠물이 끓듯하다.

 

김주원은 "이 곡의 까다로움과 변화무쌍한 소리의 색채를 날것 그대로 즐기라"고 소개했다.

 

2부에서는 1923년에 시작해 1927년에 곡을 완성한 라벨의 G장조로 시작한다. 작곡을 시작할 당시 몇 개월 지나지 않아 곡 쓰는 일을 포기하고 말았다고 전한다. 당시 라벨은 친구에게 "나는 그 어느 때보다 더 우울하다."고 썼다. 그러나 결말은 해피엔딩. 끝내 바르톡 중에서도 손꼽는 재기(才器) 넘치며 활기찬 작품으로 태어났다. 2악장 '블루스'가 눈여겨 볼만하다.

 

이어서 재즈 오페라 거쉰의 '포기와 베스'의 하이페츠(1901-1987) 편곡이다. 미국을 '백인의 나라'라 말하지 않고 '니그로(Nigro, 아프리카에 사는 검은 피부의 토착인. 또는 여타의 지역에서 사는 그들의 후예. 입술이 두툼하고 코가 편평하며 고수머리 흑인) 나라'라고 표현하는 대목이 '포기와 베스'에서 시종일관(始終一貫) 드러난다. 또한 드보르작의 신세계 교향곡과 현악4중주 아메리카에서 포장만 뜯으면 바로 담긴 니그로 정신이 그대로 살아있다. 그러므로 적어도 이 두 명의 위대한 작곡가에게 미국은 흑인의 소울이 가득한 '블루노트로 쓴 나라'. 앞서 마자르족의 영혼이 헝가리 바르톡에게서 위대한 영감을 가져다 주었듯이 말이다.

 

방송출연을 하지 않았느냐고 묻는 질문에 그는 "아직 자신은 완성되지 않았다. 완성되기에 이르다."고 대답했다. 질문에 대한 답이 의외였다. 채워야할 연주가 있고 성장해야할 이력이 남아있다는 말이다.

 

내노라하는 국제콩쿨 우승 경력에 수많은 유명 오케스트라와의 협연 뿐 아니라 명실공히 국제무대를 오간 프로페셔널 연주자에게 이런 말을 듣다니. 자기 자신을 가만히 살피고 돌이켜 성찰(省察)하는 이런 연주자의 무대가 어떨지 설레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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