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Food

경주맛집 '솔미가' 푸짐함이 넘쳤던 경주맛집

by HyggePost 2019. 10. 21.

경주에 있는 회사에 다니는 친구가 
친구들과 자기만 떨어져 있어서 외롭다면서 날도 좋은데 
놀러오면 맛있는 걸 사주겠다고 했다. 
친구 얼굴이 보고싶기도 하고 맛있는 밥을 
사준다고 하길래 지난 번 주말은 드라이브 삼아 경주에 다녀왔다.
같이 놀러갔던 보문단지쪽에 가니까 호수도 예쁘고 
여전히 경치가 좋아서 옛날에 같이 왔던 추억이 
떠오르기도 하고 절로 기분전환이 되는 거 같았다. 
그렇게 옛 생각을 하면서 한참 거닐었더니 마침 
밥때가 되어 배가 고팠는데 친구가 가까운 곳에 
한정식집을 미리 예약해뒀다고 해서 가보게 되었다. 
이번에 방문하게된 음식점은 지금까지 보던 음식점과는 달리
반찬도 정갈하게 나오고 보쌈고기랑 고등어찌개 등 
다양한 음식을 한상으로 맛볼 수 있는 곳인데다가 
멋진 한옥의 정취까지 제대로 즐길 수 있었던 곳이라 
감히 경주맛집이라 불러도 손색없겠다 생각했다!

 

 

우리가 들른 곳은 관광지로 많이 알려진 경주 
보문단지 내에 있는 한식집이었다.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관광지 안에는 식당들이 많이 생겼다가 
사라지곤 하는데 여기는 문을 연지도 꽤 되었고 
갈때마다 손님이 많아서 현지인들도 외지에서 
손님이 오면 많이 데려가는 경주맛집이라고 했다. 
우리도 경주에서 일하는 친구를 따라 가본건데 일단 
한옥느낌도 너무 근사했고 상다리가 휘청할 만큼 
거하게 나오는 한식 특유의 푸짐함을 고스란히 
즐길 수 있어서 흡족했던 곳이다.

 

 

우리를 흡족하게 했던 이곳은 보문단지 안에 있는 
물레방아 광장에서 찾아가면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물레방아 광장이란 곳이 커다랗게 물레방아가 
돌고 있는 곳이라서 아마 보문단지에 가면 한번쯤 
지나가셨을 정도로 명물인 곳이다. 여기서 5분 정도 
걸어서 도착하는 고즈넉한 산자락에 있는 한옥이 
우리가 찾은 솔미가라는 한정식집이었다. 
여러 사람들이 찾는 곳답게 주차장도 잘 갖춰져 있어서 
편하게 차를 댈 수 있었다. 주차를 마치고 계단을 
밟아 올라가니 넓은 마당과 고즈넉한 한옥이 나와서 
감탄을 했다.

 

 

고즈넉한 분위기를 한껏 풍기는 한옥이지만 허름하거나 
오래된 느낌은 아니었고 세련되고 멋스러운 분위기가 
났다. 기와지붕과 목조로 된 서까래, 처마 등은 
한옥인데 기둥마다 은은한 주황빛 조명이 달려있어서 
더욱 세련된 분위기가 나다 생각했다. 앞마당에는 흙이 
아닌 돌로 된 타일이 깔려 있어 깔끔했다. 우리가 
갔을 때 살짝 보슬비가 내리고 있었는데 타일로 되어 
있는 덕분에 신발이 많이 더럽혀지지 않았다. 
또 앞마당에는 야외테라스가 있어서 날씨 좋은 날에 
간다면 여기 앉아 산림욕을 할수도 있을 듯했다.

 

 

 

경주맛집에서 산림욕도 문제가 없겠다 생각했던 
이유가 정말 숲에 둘러싸여 있는 위치였기 때문이다. 
계단만 밟고 올라갔을 뿐인데 공기가 너무 깨끗하고 
맑아서 진짜 간만에 몸이 정화되는 기분이 들다 생각했다. 
또 한쪽 귀퉁이에 있는 야외테라스에는 여러가지 
식물을 분재한 화분이 빼곡했다! 숲아래에 집을 
지은 위치만 좋은 게 아니라 정원도 아기자기하게 
가꾼 티가 많이 나는 곳이라서 밥 먹기 전에 둘러보는 
재미가 있었다. 실제로 식사전후 많은 분들이 
비가 촉촉히 내린 정원을 구경하고 계셔서 다 같은 
마음이구나 싶다 생각했다.

 

 

 

그렇게 잠시나마 우리도 구경을 하고 나서 배가 
너무 고파 예약한 자리로 향해봤다. 이곳은 
좌식스타일로 앉을 수 있는데 마루를 올라가니 
길쭉한 한옥 방에 테이블이 여러개가 놓여 있다 생각했다. 
생각보다 더 큰 규모였는데 테이블이 놓여있는 방은 
탁 트여있는 모습이기도 하지만 날이 춥거나 할때 
문을 닫으면 오붓하고 따스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도 
있을 듯했다. 장판이 깔린 바닥이다보니 곳곳에 
깔고앉는 방석들도 즐비했다. 옛날 할머니댁에 
가면 종종 볼 수 있었던 오색방석이라서 정감이 
갔다. 또 방에 달린 전등도 대나무를 엮어만든 
느낌이라서 운치가 있는 곳이었다. 규모도 넓고 
분위기도 운치있기 때문에 정겨운 한식을 편하게 
즐길 수 있는 곳이었다. 

 

 

정겹고 따스한 분위기를 즐기면서 우리는 솔미가 
밥상이라는 한정식을 맛보기로 했다. 이곳은 
여러가지 한식을 판매하는 곳이지만 대표적으로 
많이 먹는 게 돼지고기보쌈과 고등어찌개, 된장찌개 등 
세 가지 메인메뉴를 한상에 받아보는 솔미가 정식이라 
친구가 미리 예약할 때 주문을 해두었다 생각했다. 
덕분에 예약시간에 맞춰갔더니 자리에 앉아서 
바깥구경을 하고 있으니까 금새 상이 차려지기 
시작했다. 밥공기와 앞접시, 수저, 물컵 등은 
개별적으로 주시고 차례대로 잡채, 물김치, 연근튀김, 
해초무침, 고추된장무침 등 10여가지에 달하는 
밑반찬들이 옹기종기 차려졌다. 그리고 사이사이에는 
메인으로 나오는 고등어찌개와 보쌈, 된장찌개도 
차례대로 나와서 퍼즐을 맞추었다. 특히 된장찌개는 
따끈하게 끓여먹을 수 있도록 가스버너위에 올라와서 
편의를 더했다. 찌개와 보쌈고기도 열기가 오래가는 
뚝배기에 나와서 따스하게 먹을 수 있었다.

 

 

풍성하고 센스 넘치는 상차림도 좋았지만 우리는 또 
사소한 부분에서 만족했던 것은 1회용으로 나오는 
물티슈와 물을 직접 가져다 주셨다는 점이다! 
아무래도 요즘 많은 식당에 가면 물수건을 주시는 
경우도 있는데 여러사람이 썼던거다보니까 깨끗이 
빨아서 주신다고 해도 살짝 꺼려지는 부분이 있다. 
여기는 깔끔하고 개별적으로 쓸 수 있는 거라서 
좋다 생각했다. 또 물같은 경우도 사소한거긴 하지만 
셀프이용을 하는 고도 많은데 여기는 방으로 따로 
자리가 마련되어 그런것이겠지만 직접 음식과 갖다 
주시니까 대접받는 기분도 들고 좋았다. 물 온도도 
딱 바로 먹기 알맞았다.

 

 

 

그렇게 음식을 먹기 전부터 찾아오기 쉬운 위치나 
주차장의 여부, 또 경치와 분위기, 깔끔하고 정갈한 
상차림과 셋팅 등등 만족스러운 요소가 많았다. 
먹기 전부터 여기 되게 좋은 거 같다고 
잘데리고 와준거 같다며 칭찬을 했더니 친구가 음식 
맛을 보면 더할거라고 아직 칭찬은 넣어두라고 하는 
거다. 살짝 자신감이 넘친다 싶어 당황스러우면서도 
얼른 맛을 보고 싶어지다 생각했다.

 

 

친구 말에 자극을 받기도 했고 보문단지를 한바퀴 
휙 돌았더니 너무 배가 고파서 얼른 밑반찬부터 
하나하나 맛을 보기 시작했다. 워낙 다양한 것들이 
있어 뭐부터 맛을 봐야 하나 젓가락을 가져다 대는 
선택이 너무 힘들었다. 일단 하나하나 스캔을 해보니 
들깨로 버무린 나물과 도토리묵, 물김치 등이 눈에 
띄었다. 딱 토속적이고 향토적인 것들이라서 
그리 자극적이지도 않고 깔끔하게 맛을 보기에 
좋은 거 같다 생각했다. 그릇에 담긴 모습도 양념이 
가장자리에 묻은 거 하나없이 깔끔하게 담겨 있어서 
되게 신경을 써서 플레이팅에도 공을 들이셨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들인 플레이팅에 만족하면서 세 가지 중 가장 먼저 
들깨나물부터 맛을 봤다. 고소하고 진득한 
들깨를 이용해서 부드럽게 삶아낸 나물을 조물조물 
무쳐둔 것이다. 그냥 딱 봤을 때부터 고소함이 
남다르겠다 생각이 들었다. 종종 빨간 고추를 
썰어두어서 약간 끝에는 맵싹한 맛까지 내려고 
하는 거 같았다. 평소에 다들 자주 먹는 반찬이 
아닌데도 입에 잘맞아서 고소하다며 많이 먹었다.

 

고소한 들깨무침에 이어서 두 번째로 맛을 본 것은 
시원한 물김치이다. 고소한거 먹고 나서 입가심을 
위해서 시원하고 개운한 물김치를 맛보니까 한결 
속이 정화되는 기분이 들다 생각했다. 초록빛 열무를 
넣어서 만들어둔건데 홍고추랑 무 등도 들어가서 
한결 보기에도 먹음직스러웠다. 평소에 물김치를 
잘못 담그는 곳에 가서 먹으면 짜거나 너무 시큼해서 
손이 잘 안가는데 여기는 열무 본연의 맛이 상당해서 
너무 좋다 생각했다.

 

 

그렇게 물김치를 마시듯이 먹고 난 다음에는 도토리묵 
삼매경에 빠졌다. 산에서 나는 열매인 토도리로 
묵을 쑤어서 만드는건데 여기에 상추 등 채소를 
푸짐하게 넣고 빨간간장양념을 더해서 짭짜롬하고 
담백한 두 가지 맛을 느끼도록 해두셨다 생각했다. 
말캉말캉한 특유의 질감때문에 잘 잡히지 않았는데 
입에 넣으니까 고소하고 담백한 맛이 너무 좋아서 
열심히 젓가락질을 했던 기억이 났다.

 

 

도토리묵 옆에는 냉채도 있었다. 다양한 채소와 
함께 겨자소스를 버무려놓은 전형적인 냉채의 
모습인데 독특하게도 맨 위에는 포슬포슬한 계란 
지단을 얹어서 보기에도 좋고 맛도 그리 자극적이지 
않은 퓨전 냉채가 되었다. 자칫 냉채를 잘못 먹으면 
코가 시큰하고 눈물이 찔끔나다. 여기는 그리 
자극적이지 않고 산뜻한 정도라서 아이들을 데리고 
와서 먹어도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거 같다. 
실제로 같이 간 친구 중에 매운 걸 거의 입에 못 대는 
친구가 있는데 여기서 먹은 냉채는 괜찮았다고 많이 
먹다 생각했다. 

 

 

그래도 사람인지라 입맛이 다 다를 수 있어서 냉채가 
조금 매운 분이 계시다면 같이 나온 잡채를 드시면 
도움이 될 거 같은데. 부드럽게 잘 삶은 당면에다가 
시금치, 당근, 양파 등 국민채소들을 마구 넣어서 
잘 볶아내었다. 중간중간 약간 맵싹한 맛이 났는데 
까만 점이 있는 걸로 보아 후추가 아닌가 추측이 
되다 생각했다. 개인적으로 기름이 많이 들어가서 느끼하면 
처음에는 맛있어도 뒤로 갈수록 느끼해지는데 여기는 
딱 알맞게 기름을 쓰고 간을 해두셔서 끝까지 맛있게 
먹고 왔다.

 

 

그렇게 고소한 맛이 강했던 잡채를 먹고 난 다음에는 
독특한 연근샐러드도 맛을 봤다. 상추랑 양배추 
파프리카 등이 들어간 샐러드 채소에다가 연근을 
튀겨서 올려둔게 특징이었다. 그냥 보기만 해도 
다른 샐러드랑 조금 다른 비쥬얼이라서 사진을 찍어서 
레시피를 알고 싶어지는 것이었다. 그냥 샐러드는 
조금 흔해서 식당에 가서 봤을 때 별다른 임팩트가 
남지 않는데 여기서 본 연근튀김이 너무 강렬해서 
집에서도 해먹어보고 싶다 생각했다. 아삭아삭한 채소와 
부드럽지만 바삭한 연근이 잘 어우러져서 생전처음 
먹는 조합이지만 입에 잘 맞았다. 

 

 

난생처음 보는 연근튀김샐러드도 매력있었지만 
옆에 있던 해초무침도 잊을 수 없는 반찬이다. 
꼬들꼬들한 식감과 함께 시원한 바다의 냄새가 나는 
해초를 가지고 빨간 고춧가루를 넣은 양념으로 잘 
버무려둔건데. 여기에 아삭하면서도 달달한 맛을 
내는 무까지 생채를 썰어서 두둑히 넣어두었다. 
그냥 딱 나온 모습을 보기만 해도 밥반찬으로 제격이겠다 
싶은데. 우리 모두 양식, 일식, 중식 가리지 않고 
먹지만 여러가지 반찬을 함께 먹을 수 있는 한식의 
푸짐함은 정말 최고의 매력이라 생각하다. 
특히 여기서처럼 육지와 바다의 조화로움까지 
한 상에 느낄 수 있는 게 한식먹는 재미가 아닌가 
싶다. 

 

 

맛있게 해초무침의 꼬들거림을 맛보고 있으니까 
고춧가루가 많이 들어갔지만 생각보다 맵거나 
짜지 않아서 신기했다. 그래서 또 다른 고춧가루로 
만든 음식이 뭐가 있나 하고 상을 둘러보다가 발견한 
김치다! 한식의 기본하면 바로 김치가 아닐까 싶을만큼 
한국인의 소울푸드 중 하나이다. 경주 사는 친구랑 
우리가 조금 멀리 떨어져 있긴 하지만 매일 하루에 
한 끼 정도는 꼭 김치를 곁들여 먹는 공통점이 있지 
않느냐면서 외로워하지 말라고 위로를 해줬다. 
여기서 맛본 김치는 적당히 잘 익어서 많이 시지 않고 
아삭한 게 특징이었다. 덕분에 튀지 않아서 다른 
거랑 같이 곁들여 먹어도 좋다 생각했다~

 

 

또 하나 곁들여 먹어도 좋았던 게 고추된장무침이다! 
자박자박한 스타일의 된장을 푸짐하게 넣어서 
아삭이고추를 무쳐둔건데. 흔하게 볼 수 있는 거지만 
집에서 이거 해먹으려면 고추 손질도 해야하지~ 
시중에서 파는 된장으로 하면 쓴맛이 감돌아서 
맛이 없다 생각했다. 그래서 항상 식당에 가서 입에 잘 
맞는 고추무침을 찾으면 초토화를 시키는 거 같다. 
여기도 역시 아삭아삭하게 익은 고추랑 꾸덕꾸덕하지만 
짜지 않은 된장의 만남이 참 좋았다. 양도 제법 
많이 주셔서 한 점은 작아도 여러번 자주 먹게 됐다. 
모자라면 리필도 해주시니 감사했다.

 

그렇게 여러가지 고춧가루가 들어있는 반찬들을 
먹었는데 그 중 베스트로 꼽았던 것이 바로 이 
전이다. 파전을 넣었는데 살짝 누르스름함을 
지나서 주황빛이 나다 생각했다. 살짝 고춧가루도 
들어있다. 적당한 두께로 기름을 두르고 노릇노릇 
구워낸건데 덕분에 많이 느끼하지 않고 가볍게 
먹기 딱 좋았다. 아무래도 재료가 부족하다든지 
기름을 너무 많이 썼다든지 하면 몇 점 먹고 물리는 게 
전이다. 그래서 한식먹으러 가서 전이 맛없으면 
괜히 배만 부르니까 젓가락이 잘 안가는데 여기서는 
두 번이나 리필을 부탁드렸을 정도다.

 

 

특히나 안에 파도 송송 많이 들어가 있어서 진짜 
전 먹는 재미가 느껴졌다. 기름지지 않고 
고소함만 느껴지니까 어쩐지 이거만 따로 추가로 
주문해서 먹고 싶을 정도였다. 그래도 다른 먹을 게 
워낙 많이 나와서 자제를 했다. 대신에 전과 
먹으면 어울리는 술을 주문해봤다.

 

 

전이랑 먹으면 좋은 술, 그건 바로 뽀얀 막걸리라고 
까만 동동주잔에다가 뽀얀 막걸리를 졸졸졸 따라서 
한 잔 시원하게 마시는 친구들! 밥알이 떠있지 않은 
맑은 술이었는데 집 근처에서 쉽게 보지 못했던 걸로 
미루어 보아 아마 경주 지역에서 유명한 것이 아닌가 
싶다 생각했다. 처음 보는 막걸리라 살짝 그 맛이 어떨지 
긴장을 했다. 담백하고 달달한 맛이라서 너무 좋다는 친구들.
소박한 한식 맛이랑 참 잘 어울린다고 했다.노르스름하게 
익은 전이랑도 어울린다고. 경주에서 직장을 다니는 
친구는 집까지 나보고 운전하라고 하고 엄청 마셔댔다. 
술 못먹으면 맨날 운전사다. 그래도 친구들이 좋으니 좋다. 

 

 

 

막걸리를 즐기지 못하는 아쉬움을 달래주기 위해서 
얼른 메인요리로 나온 보쌈고기 맛을 보라고 추천했다. 
나 달래주는 건가? ㅎ 밑반찬이 워낙 많아서 조금 뒤늦게 
보게 되었는데 갈색으로 잘 양념이 되서 나온 
돼지고기가 진짜 먹음직스럽다 생각했다. 여기에 푹 
데쳐진 부추랑 머스타드 소스까지 한 세트로 나와줘서 
곁들여 먹을 것도 충분한데. 우리는 또 무광으로 되서 
장독 뚜껑 느낌이 나는 까만 그릇이 멋있어서 
음식의 맛을 살려주는 거 같기도 했다. 이렇게 보고 
저렇게 보고 어느 각도에서 봐도 윤기가 좔좔 
흐르는 고기랑 고급스러운 토기그릇이 잘 어울려서 
인증샷을 찍고 싶어졌다. 

 

그렇게 한참 사진을 찍고 나서 하나 둘 셋 하고 
같이 젓가락을 가져가보았다. 가까이서 본 
보쌈고기의 육즙이 장난이 아니라서 침이 그냥 
꿀꺽 넘어갔다. 촉촉하게 육즙이 배어서 나오는 
거라서 그냥 이거 그대로 고기만 먹어도 손색이 
없을 거 같았다. 갖은 재료를 넣고 잘 삶았는지 
잡내없이 부드러움이 가득한 육질이었다. 집에서 
가끔 보쌈이 생각나서 해먹으면 기름이 너무 쫙 
빠져서 퍽퍽하거나 잡내가 나던데 여기는 신기하게 
냄새는 나지 않고 육즙만 가득했다.

 

 

그냥 고기만 먹어도 냄새없이 촉촉한거라 잘 먹을 수 
있지만 그래도 같이 나온 부추랑 곁들이면 두배로 
맛이 살아나다. 부드럽게 잘 삶아진 육질에다가 
씹는 맛을 더해주는 부추의 만남이 이렇게나 잘 
어울리는지 미처 몰랐다. 그러고보면 보쌈에는 
흔히 김치 정도 싸먹는 줄 알았는데 여기는 피를 
맑게 해주는 부추를 푹 데쳐서 내기 때문에 맛을 
더해주는 거 같다 생각했다. 고기 양도 꽤 많고 같이 
나온 부추와 소스도 넉넉해서 여럿이 싸먹어도 
모자람이 없었다.

 

 

부추를 가득 얹어준 다음에는 노란색 소스를 콕콕 
찍어서 맛을 보았다. 확실히 하나도 허투루 
나온 것이 없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냥 따로 
먹어도 간이 잘 되어 있어서 맛이 좋지만 같이 
나온 이유가 있으니 여러개를 얹어서 쌈싸먹으면 
풍성한 풍미를 제대로 즐길 수 있다.

 

 

같은 그릇에 나온 것들로만 조합을 해도 충분하지만 
역시 고기 먹는데는 채소에 쌈싸먹는 게 또 재미다. 
여기는 나무트레이에 깻잎과 상추도 푸짐하게 
가져다 주셨다. 같이 나온 보쌈이랑 고등어 찌개 
모두 쌈으로 싸서 먹을 수 있을 정도의 여유로운 
양이다. 특히 깻잎 크기가 너무 커서 놀랐다. 
따로 두 개씩 포개지 않아도 하나만 꺼내도 거대한 
쌈을 만들 수 있을 듯했다.

 

 

특히 바로 먹을 수 있도록 깨끗하게 씻어서 나온건데 
흠이 난 곳이나 흙이나 이물질이 묻은 게 하나도 
보이지 않다 생각했다. 아무래도 바로 입에 들어가는 거라 
위생도 따져봐야하는데 맘편히 먹어도 될 정도니 
경주맛집에서는 위생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거 같다.

 

 

 

그래서 우리는 바로 커다란 깻잎을 하나 꺼내고 
그 위에 보쌈고기를 얹어서 열심히 싸먹어주었다. 
맛있는 거 앞에 두고 오래 지체하면 먹는 흥이나 
리듬이 깨져서 많이 못 먹는다. 여기서는 먹을 게 
많고 다양하니까 흐름을 놓치지 말고 부지런히 
먹어주어야 한다. 향긋한 깻잎도 쌈으로 싸서 
먹기 좋은 채소지만 부드러움이 있는 상추 역시 
그에 못지 않는다. 취향에 맞게 번갈아 가면서 
열심히 먹었던 기억이 난다. 상추와 고기 곁들이 찬의 
삼박자가 두루 갖춰진 경주맛집이었다. 

 

 

쌈이 풍성한 맛이 나서 즐겨 먹었는데 친구들은 
대부분 쌈싸먹는 시간도 아깝다면서 보쌈에 
부추와 소스를 얹어먹는 방법을 택했다. 
그러고 보면 같은 상차림을 두고도 먹는 방법이 
다양할 수 있는 거 같다. 어떻게 먹어도 잘 삶아져 
냄새나지 않는 부드러운 보쌈이니 만족하실 듯하다.
그만큼 맛이 특출났던 경주맛집이다.

 

 

그렇게 한 점 두 점 열심히 먹게 되었던 보쌈고기도 
훌륭한 퀄리티였지만 같이 나와있던 고등어찌개도 
빼놓을 수 없는 이곳의 메인요리였다. 두툼한 
뚝배기 가득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고등어와 무, 
채소들이 큼직하게 들어 있었다. 뚝배기가 
제법 컸는데도 안에 든 내용물이 많다보니까 뚝배기 
속에 쑤욱 들어가서 숨지 못하고 밖으로 고개를 
내미는 것들이 많다 생각했다. 특히 빨간 양념하며 
칼칼한 냄새가 오감을 자극해서 배부름도 잠시 
잊게 만들었다. 얼핏 보기에는 조금 국물이 
많아서 싱겁거나 묽지 않을까 싶었는데 실제로는 
고등어 속이나 무 속까지 잘 배어있고 칼칼하고 
매콤한 중독성이 있는 양념이라 재료와 밥에 
비벼먹기 안성맞춤이었다.

 

 

양념도 중독적이었지만 우리는 또 푸짐하게 들어있는 
양에도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생각했다. 아무래도 
여러개의 메인메뉴가 나오는 상차림에 포함이 된거라 
조금 부실하게 나와도 할말은 없겠다 싶었다. 
그런데 정말 단품 추가를 시킨거라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푸짐하고 양껏 나온 모습이라서 다들 
흡족했다. 무도 큼직했고 안에 든 고등어도 살이 
굵직굵직했다. 역시 모든 요리가 그렇겠지만 
한식은 여럿이 나눠먹기도 하고 갖가지 재료가 
한데 모여서 맛을 내는건데 재료가 풍성하게 
들어가 있으면 먹는 재미도 있고 양도 든든해서 
먹는 즐거움이 나는 듯했다.

 

양이 꽤 많다보니까 토막 하나씩을 건져서 친구들 
앞접시로 가져다주는 순간도 부담스럽지 않았다. 
사실 토막난 것들을 하나씩 나누다 보면 누구는 
큼직한 게 가고 누구는 자잘한 게 가서 나눠주는 
입장에서 살짝 혼란이 오다~ 이거는 그냥 
따로 개인의 몫을 가져가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나는 자잘한 걸 들고 왔는데 옆에 친구는 큼직한 걸 
고르면 바꿔먹자 할 수도 없고 나중에는 부실하다는 
인상을 알게모르게 받게 되는 거 같은데. 여기는 
고등어 토막하며 무하며 모든게 큼직하고 실해서 
그런 걱정이 전혀 없었다.

 

 

특히 안쪽에 든 채소라든가 무같은 경우도 잘 익어서 
양념이 고루 배어 있으니까 채소나 무는 싫어하는 
분들이 가도 잘 먹을 수 있을 거 같다 생각했다. 
실제로 친구 중 한 명이 이런 찌개가 나오면 
생선살은 발라먹어도 야채라든가 무같은 것은 
부실하게 나오는 편이 많다고 생각했다. 
여기서 나온 거는 고등어랑 채소가 모두 알이 실하고 
먹을 게 많다고 만족하는 눈치였다. 워낙 잘 먹길래 
입에 잘 맞냐고 물으니까 대답없이 젓가락만 
부지런히 움직이길래 경주맛집에 온거답게 
진짜 맛있나 보다 했다.

 

 

그러다보니까 고기면 고기, 생선이면 생선 메인재료만 
쏙쏙 골라먹는 친구인데 어느 순간 안에 들어있는 
대파라든가 무같은 것들도 왕창 가져가서 먹는 
모습을 여럿 발견하게 됐다. 드디어 편식하는 
버릇을 고친거냐고 묻게 됐는데 양념이 너무 맛있어 
안에 든 재료랑 다 잘어울리는거 같다면서 맛에 대한 
평가를 후하게 내리는 모습에 놀랐다. 
그러고 보면 살이 두툼해서 고등어를 먹다보면 
안쪽에는 하얀 살만 나오는 경우도 있었다. 
이때 앞접시에 가져와서 빨간 국물을 쪼르르 부어서 
적셔주니까 양념이 배어서 나온 것처럼 맛 자체가 
업그레이드되길래 매콤달콤한 양념 맛을 인정하게 
되었다. 뚝배기에 있는 모든 것이 잘 어우러지니 
하나씩 골라먹지 않고 버무려 먹게 되었던 매력있는 
고등어찌개였다.

 

그렇게 얼마간 말없이 양념에 적셔서 고등어 살을 
발라먹고 있는데 도통 줄어들 생각을 하지 않고 
계속 뚝배기 양이 그대로인 거 같아서 우리 모두 
당황하게 되었다. 양이 상당히 많은 편이라서 
밑반찬을 건너뛰고 메인 메뉴를 먹으면 미처 못 먹고 
나오는 밑반찬들이 생길 것 같은데. 이 부분을 
고려해서 가능한 조금씩이라도 곁들이찬들을 
하나하나 맛을 보고 메인요리를 드시는 게 좋을 거 
같다. 흔히 식당에 가면 밑반찬이랑 메인메뉴 
둘 중 하나의 퀄리티가 아쉬운 곳도 많은데 여기는 
모든 상차림 음식이 보통 이상이라 배를 비우고 
든든하게 맛을 보며 드시는게 좋겠다.

 

보통 이상의 내공을 가지고 있는 밑반찬들이지만 
그래도 최고의 밥도둑은 메인으로 나오는 이 고등어 
찌개다 생각했다. 적당하게 살을 바른 고등어에다가 
잘 어울리는 매콤한 양념을 촉촉하게 적셔서 밥 위에 
두둑히 올려보았다. 따끈하게 갓 지은 밥에 
살짝 어우러지는 매콤함이 너무 근사한 풍미였다. 
밥 한 공기로는 살짝 모자라겠다 싶었는데 실제로 
고등어찌개 양념이 너무 아까워서 밥 한 공기를 
추가해서 양념만 비벼 먹기도 했다. 부드럽고 
담백한 고등어살은 두 말하면 입 아플 정도로 
맛있어서 집에 와서도 계속 생각이 나다 생각했다. 
직원분께 찌개가 너무 맛있다고 어떻게 만드는지 
비결을 알려달라고 묻고 싶었지만 며느리도 모르는 
비밀일 거 같아서 미처 묻지 못했다. 지금 와서 
생각하니 용기내서 물어보고 올걸 싶다.

 

 

이렇게 입에 착착 감기는 찌개는 그냥 고등어살만 
뜯어서 먹는 것보다 같이 들어간 무라든가 양파를 
같이 푹 국물에 적셔서 먹는 게 더 좋다 생각했다~ 
메말라있던 밥알이 촉촉하게 적셔지면서 양념이 
한가득 배어드니까 더 감칠맛이 느껴지는 듯하다. 
야무지게 쓱쓱 비벼서 먹다보니 테이블이 너무 
조용해서 친구들을 살폈는데 하나같이 밥공기에 
코를 박고 열심히 입만 오물거리고 있어서 웃음이 
터졌다. 맛있는 것 앞에서는 오랜만에 만난 
친구의 반가움도 잠시 뒷전인 거 같았다.

 

 

그렇게 친구들 사이에 말수도 줄어들게 했던 
고등어찌개를 맛본 다음에는 밥 한 공기를 더시켜서 
남은 찌개 양념과 함께 된장찌개도 공략을 했다. 
가스버너 위에 올려서 팔팔 끓여낸지라 오래 두어도 
식지 않으니까 더 맛이 좋았다. 매끈한 밥에다가 
두부랑 양파 등 갖은 재료가 풍성하게 들어간 된장을 
슥슥 비벼준 다음에 한 입 크게 넣으니까 그야말로 
집에 가기 싫어지는 맛이었다. 친구에게 이 말을 
해줬더니 자기가 반가워서 그런것인지 아니면 
이 집이 맛있어서 그런것인지 물어보다 생각했다. 
평소라면 당연히 친구때문이라고 빈말이라도 했을텐데 
하나하나 먹는것마다 입에 잘 맞는 취향저격인 
곳이었기 때문에 대답하기 어려웠다. 
흔한 된장인데 집된장을 쓰시는건지 구수함과 진함이 
남달라서 밥공기를 싹싹 긁어먹었기 때문이다.

 

 

 

추가로 시킨 밥에다가 된장찌개를 말아서 한 톨의 
쌀도 남기지 않고 싹싹 긁어먹었던 경주맛집이었다. 
사실 경주에서 혼자 지내는 친구가 외롭다고 해서 
오랜만에 얼굴을 볼 겸 찾아간 경주였는데 이날을 
통틀어서 가장 임팩트 있었던 곳은 이 식당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오래 기억에 남다 생각했다. 한옥 경치도 
멋스러웠지만 푸짐하게 차려진 상차림 하나하나가 
너무 맛깔스러워서 집에서도 해먹어보고 싶어지는 
것들이었다. 특히 냄새없이 깔끔했던 보쌈이나 
중독성 있던 고등어찌개와 된장찌개같은 것들은 
흔하게 먹을 수 있는거지만 그 맛은 전혀 흔하지 
않았기 때문인 듯하다. 이번에는 친구가 멀리까지 
와줘서 고맙다며 계산을 다해줬지만 다음에 친구랑 
얼마남지 않은 이번년도의 망년회를 할 때는 이곳으로 
다시 와도 좋겠다며 앞선 기대를 하게 됐던 곳이다.

 

물레방아광장

경상북도 경주시 신평동 417-6

상세보기

 

<솔미가>
경북 경주시 천북남로 29-5
054-748-8087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