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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

귀가 안들렸던 작곡가와 눈이 안보이는 피아니스트의 만남...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악가는 베토벤이다.

곡의 난이도나 완성도 혹은 화려함에서는 모짜르트를 따라갈 수 없지만, 유독 베토벤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의 귀가 안들림에도 훌륭한 곡들을 완성해 냈던 이유에서이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든 인간의 의지와 집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작곡하는데 귀가 안들린다는 것은 작곡가에게는 최악의 조건이다. 그런 상황에서 음악을 계속 한다는 것은 엄청난 어려움이다. 시간이 흐르고, 삶이 계속되면서 작은 어려움에도 쉽게 포기해버리는 경우를 스스로 겪으면서 그 경지에 오른 베토벤을 더욱더 존경하게 되었다고 해야할것 같다.





얼마전 손열음과 쓰지이 노부유키의 피아노 듀오 콘서트에 갔었다. 2011년 차이콥스키기념 국제콩쿠르 피아노부문 2위를 차지하며 관심을 받고 있는 손열음(85년생이다)과 그리고... 일본의 쓰지이 노부유키.

공연을 보러 가기 전, 연주회 내용을 읽으면서 쓰지이 노부유키가 시각장애인이라는 것을 읽었다.

 

(아래 영상은 공개된 손열은 쓰지이 노부유키의 연주회 실황 영상이다.)

 

 

그러면서 연주곡을 보는데, 쓰지이 노부유키가 베토벤의 소나타17번 'Tempest(폭풍)'을 연주한다고 나와있었다. 이 곡은 귀가 안들려 요양 중이던 베토벤이 자살을 준비하던(?) 시절에 완성한 곡으로 알려져있다. 그래서 정말 고뇌에 찬 그런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곡이다.

 

귀가 안들렸던 작곡가의 곡을 눈이 안보이는 쓰지이 노부유키가 연주한다고 하니 뭉클했다. 잘 들리지 않는 상황에서 어렵게 곡을 만든 작곡가와, 완성도 높은 곡을 볼 수 없는 상황에서 환상적인 고뇌를 함께 피아노에 담아내는 시각 장애인 피아니스트.

 

이들의 만남으로 시작된 연주회는 오래만에 눈과 귀 뿐만아니라 온몸으로 음악을 흡수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주요한 3악장은 영상 첨부한다.

 

 

그리고 중간 곡들은 리스트의 연습곡들과 손열음의 화려한 연주 실력과 파워플한 연주 실력을 보여주는 곡들로 이어졌다.

 

손열음의 연주곡들이 없어서 다른 연주회 영상을 첨부한다.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2번을 뉴욕 필하모닉 서울 공연에서 같이 했던 손열음 영상이다.

 

 

그리고 손열음과 쓰지이 노부유키의 듀오연주..

 

우선 두 피아니스트는 드뷔시로 부드럽고 화려하게 만난다.

손열음의 파워플하고 정갈한 피아노 연주가 쓰지이 노부유키의 연주를 받쳐주면서 곡이 완성되어 가는 느낌이었다.  

 

아래의 영상은 다른 연주 영상이나 곡의 감정은 느낄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곡...

 

사실은 마지막 곡 때문에 간거라 해도 과언이 아니였다. 모짜르트의 두대의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좋아하는 일본 드라마 '노다메칸타빌레'에서 주인공 노다메와 치아키가 호흡을 맞춰서 연주하는 장면에서 들려지는 곡이다. 완전완전 내가 좋아했던 곡이라는 거다. ㅎ

 

드라마에서 악보도 잘 못보지만 연주에 대한 열정과 천재성을 가진 노다메가 그녀의 능력을 실력이 뛰어난 선배에게 입증시키는 장면이다. 감동적이다.

 

그런 의미에서 드라마 속의 영상을 첨부한다. 보면 누구나 좋아질까? ㅎ

 

 

음... 이 영상은 대사가 나와서 사실 음악에 집중하기 어렵다.

 

그래서 다시....

 

 

오랜만에 본 연주회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노래를 부르는 것을 들으면 같은 노래여도 전달하는 성악가나 가수에 따라서 그 감동이 달라진다. 피아노 연주도 마찬가지다. 어떤 연주자가 연주하느냐에 따라 그 작곡가의 감정과 곡에 대한 해석이 다르다.

 

그 전달자가 그 전달되는 작품을 얼만큼 이해하고 있는지가 결국 그 산출물을 받은 관객 혹은 청중들에게 전달되면서 그 감동의 여부가 결정된다. 고뇌가 더 컸었다면 그만큼의 감동이 그 속에 녹아 전달되는 거다.

 

고뇌를 딛고 완성한 곡이 고뇌를 가진 사람을 통해 전달되어 뭐랄 수 없는 감동이 있던 1부와 뛰어나지만 그 뛰어남을 다른 이를 위해 받쳐줄 수 있는 능력으로 승화시켰던 손열음의 듀오 연주는 성숙미 보다는 화려함과 열정으로 무장한 짜릿한 연주회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신체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예상치 못한 전문가로 거듭나는 사람들에게 다시 한번 갈채를 보낸다.

 

ps. 신체의 어려움 없음에 감사하며 더 열심히 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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