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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s

영화 '몬스터 콜(Un monstruo viene a verme, A Monster Calls, 2016)' 리뷰, 잔인한 진실보다 거짓 위로가 나을 때가 있음을 인정하기까지

인간의 감정은 자신이 원한다고 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자신도 모르게 무의식 중에 생기는 것이다. 그래서 그 감정에 의해 움직이는 인간은 항상 좋은 사람도, 항상 나쁜 사람도 없다. 그리고 그게 정확히 구분되는 것도 아니다. 더 나아가 감정은 원한다고 바뀌는 것도 아니다.

인간의 감정이란 어떤 것일까? 

영화 '몬스터 콜(Un monstruo viene a verme, A Monster Calls, 2016)'은 감정에 솔직한 어린 시절과 솔직한 감정이 좋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게 되는 어른 사이에 있는 한 소년이 자신의 감정에 대해 알아가는, 감동을 동반한 '내면의 성장' 이야기다.

이 영화, 정말 매력적인 영화다. 

병에 걸린 엄마, 부모님의 이혼, 학교 폭력 등으로 힘겨운 시간을 보내는 열세 살 소년 코너.

이렇게 복잡한 삶의 중앙에 놓여있는 코너는 밤마다 끔찍한 악몽에 시달린다. 그리고 악몽을 꾸고 깬 어느 날 밤 12시 7분, 엄마와 함께 자신이 매일 보던 큰 나무가 몬스터로 변해서 자신 앞에 나타난다.

몬스터는 코너에게 세 가지 이야기를 들려준다고 하면서, 그 뒤에 네 번째 이야기는 코너 자신이 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코너는 이야기에 대해 듣고 싶지도 말하기도 싶지 않지만, 어느 덧 몬스터의 이야기를 듣고 결국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게 된다. 

인정하기 싫겠지만,
현실을 받아들여야 해.
알겠니?

오랜만에 코너를 만나러 온 아빠가 코너에게 하는 말이다. 현실을 받아들이라고...

그러나, 코너가 마주하고 있는 현실은 소년이 감당하기 쉬운 상황은 아니다. 함께 사는 엄마가 병에 걸려 언제 나을지도 모르고, 아빠는 미국에서 다른 가족을 이루고 살고 있어 함께 살 수도 없고, 할머니는 자신과 맞지 않고, 학교에서는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 

'몬스터 콜'은 곳곳에 영화 속 명대사가 즐비하다. 두고두고 기억해두고 싶은 이유는 매번 우리를 고민에 빠지게 하는 이유의 답이 되는 말들이기 때문이다. 

몬스터를 만났을 때 소년이 두렵다고 한다. 그러나 몬스터가 하는 말이다. 

(두려워)
두려운 게 당연하지.
하지만 넌 이겨 나갈거야
네가 날 부른 이유지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을 때 누군가 곁에서 잘 견뎌 나갈 것이라고 응원해주는 말 한마디는 그 어떤 물질적인 도움보다 큰 힘을 준다. 그리고 그 어떤 말 한마디 보다 손을 잡는 것이나, 포옹하는 것이나 눈빛을 교환하는 것이 백마디 말보다 나을 때도 있다. 

오늘 말하지 않은 것을
후회할 날이 와도,
그때 화나서 말하지 않은 것이 생각 나도
화낼 필요 없어.
엄마는 이미 알고 있으니까...

어린 코너는 모든 어려운 상황들에 말을 할 수가 없다. 자신이 원하는 대로 되지 않을 것을 알고, 또한 그렇게 말해서 되지 않는다면 더 상처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데 결국 우리 삶은 말이 아니라 우리가 움직이는 대로 흘러간다. 생각보다 어떻게 행동하느냐가 모든 것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말에 앞서지 못하는 코너지만, 자신의 행동이 그의 말보다, 그의 생각보다 이미 코너의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삶은 말로 쓰는 게 아니다.
삶은 행동으로 쓰는 거다.
네가 무엇을 생각하는지
중요하지 않다.
오직 네가 무엇을 하느냐가
중요하다.

그리고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의 명대사는 이 말이다.  

가끔 잔인한 진실보다
거짓의 위로가 나을 때가 있지

우리는 진실을 알고 싶어한다. 그러나 그 진실이 고통스러운 것이라면, 그 진실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기에 진실을 외면한다. 자신이 생각하는, 자신의 감정이 좋은 사람이 취하는 것이 아니라는 진실은 더 받아들이기 어렵다. 그래서 고통스러운 진실 보다 그것을 포장하고 있는 거짓의 위로를 믿고 싶어한다. 코너가 그랬듯이 말이다. 

인간의 감정이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영화 속 몬스터의 말처럼, 인간은 복잡한 짐승이니까. 

너는
거짓말을 할 수 밖에 없는
고통스러운 진실 대신,
마음을 달래 주는
거짓말을 믿은 것이다.

코너 뿐이 아니다. 어린 아이 뿐이 아니다. 나이가 든 어른들도 종종 잔인한 진실보다 거짓의 위로를 선택할 때가 있다. 특히, 누군가에게 비난 받을 수 있는 자신의 감정이 진실이라면 감추고 싶어서 거짓 포장된 감정을 표현하기도 한다. 누군가 그렇게 살아가야 한다고 가르쳐준 것도 아닌데, 그렇게 행동한다. 어느새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살아져 가고 있다. 

영화 속에서는 몬스터가 들려주는 3가지 이야기는 지금 자신의 진짜 감정을 찾게 한다. 현재의 나의 상황에서 나의 진정한 감정은 무엇일까? 고통스러워서 감추고 있는 진실은 무엇일까? 그리고 그 고통스러운 진실을 덮고 있는 더 깊은 진실은 무엇일까? 

항상 좋은 사람은 없다.
항상 나쁜 사람도 없다.
대부분 사람들은 그 사이 어딘가에 있다.

꼭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하는 건 아니다. 그렇다고 나쁜 사람이 되는 건 아니니까. 우린 그 중간 어딘가에서 항상 고민하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 같다. 

영화 '몬스터 콜'은  2002년 생으로 현재 15살인 루이스 맥더겔이 처음으로 주연을 맡아 출연했고, 할머니 역에는 시고니 위버, 엄마 역에 펄리시티 존스, 아빠 역에 토비 케벨, 그리고 사진에서 할아버지로 등장하기도 하고 몬스터 목소리 역의 리암 니슨이 영화의 완성도를 높였다. 

원작소설 '몬스터 콜스' 작가이자 각본 작업에도 참여한 패트릭 네스는 이렇게 말했다. 

“이 영화는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두가 언젠가 겪게 될 상실과 두려움, 상실 이후의 희망을 그리는 이야기다. 시련을 이겨내고 더 강해질 수 있다는 희망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우리는 사랑을 통해 더 강해졌고, 무엇보다 혼자가 아니니까”라고 말하며 "이야기가 정말 감동적이라 관객들이 감정을 완전히 몰입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모두의 일기장과 같은 영화다"

그 이유를 영화를 보고 나면 알게 된다. 나의 일기장과도 같은 영화. 

마지막으로...
개인적으로 너무 좋아서 앤딩 크레딧을 다 보고 나오게 만든 음악을 공유한다. 19번 트랙 End Credits이다. 이 곡이 흘러나오는 앤딩 크레딧은 영화 '몬스터 콜'의 감동을 배가 시켜 완전체로 만드는 영화의 피날레다.  

추가로 영화 OST Keane의 'Tear Up This Town'도 공유. 

Keane - Tear Up This Town (From "A Monster Calls" Original Motion Picture Soundtrack) https://www.youtube.com/watch?v=t1w7vMJD_24 

누구나 겪었을 감정의 성장에 대해 이렇게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보여주는 영화가 있을까? 엄청나게 세밀하고 깊은 감정을 읽고 있는 영화 '몬스터 콜'은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 그 중간 어딘가에서 살고 있는 우리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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