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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s

영화 '인타임(In time,2011)' 리뷰, 자기 죽는 줄 모르고 쫓고 쫓기는 인생

세상의 모든 것을 돈으로 사는 지금의 세상. 

만약 돈이 아니라 ‘자신의 생명 시간’을 주고 모든 것을 사고 거래하게 된다면? 이런 상상을 영상으로 만들어 놓은 영화가 ‘인타임(In Time, 2011)’이다. 

언젠가의 미래. 인간은 25살이 되면 노화를 멈추고, 팔뚝에 새겨진 ‘카운트 바디 시계’에 1년을 살 수 있는 유예 시간을 받는다. 이 시간으로 사람들은 음식을 사고, 버스를 타고, 집세를 내는 등, 삶에 필요한 모든 것을 자신이 사는 ‘수명(살아가는 시간)’으로 계산한다.

만약, 주어진 시간을 모두 소진하고 13자리 시계가 0이 되는 순간, 그 사람은 즉시 심장마비로 사망하게 된다. 그래서 부자라고 하는 이들은 긴 생명시간을 가지고 몇 세대에 걸쳐 영생을 누릴 수 있으나, 가난한 자들은 하루를 겨우 버틸 수 있는 시간을 가지고 노동으로 늘리거나, 누군가에게 빌리거나, 아니면 누군가로부터 훔쳐서 살아간다. 

돈으로 거래되는 인간의 수명! 커피 1잔은 4분, 권총 1정은 3년, 스포츠카 1대에는 59년 등등. 현실에서 비싼 것들은 수명을 그만큼 많이 지불해야 한다.

주인공 윌 살라스(저스틴 팀버레이크 분)는 매일 아침 자신의 남은 시간을 보며 충분한 양의 시간을 벌지 못하면, 더는 살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눈을 뜬다. 

그러던 어느 날, 수천 년을 살수 있는 헤밀턴이란 남자를 위험에서 구해준 윌은 그에게서 소수의 영생을 위해 다수가 죽어야 하는 현 시스템의 비밀을 듣게 되지만, 그 남자가 100년의 시간을 물려주고 시체로 발견되면서 졸지에 살인자의 누명을 쓰고 쫓기게 된다.  

사람들의 눈을 피해 부자들만이 모여 사는 곳으로 잠입한 그는 끈질긴 타임 키퍼(킬리언 머피 분)의 추적으로 체포될 위기를 맞지만, 금융사의 회장 딸인 실비아(아만다 사이프리드)를 인질로 삼아 간신히 탈출한다.  

이때부터 윌은 실비아와 함께 누명을 벗고 전세계를 통제하는 시스템의 비밀을 파헤치며 파괴하기에 이른다.

 
줄거리만 얘기하기에도 숨이 찬 이 영화는 보는 동안 굉장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현실에서 쓸 수 없는 돈이 없어서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수명이 없어서 고민하게 되기 때문이다. 시간을 받지 못하면 그냥 그 자리에서 죽어버리니까. 이런 상황에 놓인 이들을 보는 것이 엄청난 압박감, 중압감의 스트레스였다. 남을 돕는 다는 것은 자신의 수명을 전달해주는 것이고, 그렇게 돕다가 자신의 수명이 없으면 그냥 인생이 끝나버리니까.

(타임 키퍼, 거의 경찰이라고 보면된다) 

그런데, 영화 중 가장 기가 막힌 장면이 하나 있다. 영화를 보고 나서 계속 생각나는 장면이기도 하며,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는 상황 같기도 했다.  

 매일 매일 시간을 받아서 살아가는 타임 키퍼(쉽게 말해 경찰)는 정말 쉬지 않고 윌과 실비아를 쫓아 다닌다. 그래서 결국 둘을 잡기에 이른다. 

윌과 실비아 모두 이제 수명이 몇 분 안남아서 이렇게 죽는 구나 하는데, 그 순간! 타임 키퍼가 자신이 충전하는 것을 잊어버려서 그 자리에서 죽는다. ‘카운트 바디 시간’이 다되서 말이다. 

기가 막혔다. 

  
타임 키퍼는 카운트 바디 시간을 훔친 이들을 잡으러 다니다가 자신의 카운트 바디 시간은 보지도 못했다.

결국 윌과 실비아는 타임 키퍼가 받았을 충전 시간으로 다시 살게 된다. 
 
우리는 정말 그렇게 살고 있지 않나 싶었다. 나 죽는지 모르고 무언가를 쫓아 다니기도 하고, 나 죽는지 모르고 다른 곳에 정신이 나가있기도 한다. 나 죽는지 모르고 말이다. 
 

돈으로 지불하며 사는 세상이나 수명으로 지불하며 사는 세상이나, 크게 다를 것이 없다.

무언가에 쫓기며, 쫓으며 살다가 보면, 지금 어떻게 살아가고 있으며, 어떻게 죽어가고 있는지 잊어버리게 되니까 말이다. 

지금 무엇 때문에 살아가는 순간 순간을 인식하지 못하고 살고 있는지, 무엇에 쫓기며, 무엇을 쫓으며 살고 있는지 다시 생각하게 하는 영화였다. 

그리고 하나더! 영화 뒷얘기… 

수명으로 탄생한 그 시대는 지금과 큰 차이가 있다. 돈으로 지불하며 사는 세상은 모든 사람이 공평하게 죽게 되지만, 수명으로 지불하며 사는 세상은 죽음 조차 공평하지 않게 영원히 살수 있는 사람이 존재하게 된다는 차이. 
 
돈이 많은 사람들이 혹은 영화를 누리는 사람들은 생명을 연장하는 것에 혈안이 되어서 자신이 누리던 것을 더 누리기 위해 애쓰게 된다. 돈이 얼마다 더 들어도 오래 살 수 있다면 그것들을 다 소진하기도 하니까.

그런데, 수명으로 누리는 삶에 빈부의 격차는 되돌릴 수가 없다. 손에 붙어 있는 시스템을 파괴하지 않은 한 카운트 바디 시간에 매여서 살 수 밖에 없다. 지금보다 더 끔찍한 세상이 되는 것이다. 

지금의 세상이 수명에 매여서 사는 세상보다 좀더 낫다는 희망으로 하루를 살아봐야겠다. 

아직은 그래도 수명이 아닌 돈으로 무언가를 지불 할 수 있는 그나마 공평한 세상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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