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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s

안락사보다 더 잔인했던 가족 '밀리언 달러 베이비(Million Dollar Baby,2005)'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주요부분 수상을 하기도 했던 '밀리언 달러 베이비'는 여자 복서의 이야기라기 보다, 가정에서 버림받았지만, 자신이 이루고 싶어하던 꿈을 향해 달리며 그 순간의 행복을 느낄 줄 알았던 한 여인의 짧은 인생에 대한 영화였습니다.

 




처음 영화의 전반부는 복서로 성공해가는 한 여인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자세한건 제가 위에 링크를 걸어둔 곳을 보시면 될듯합니다.) 그러나 경기도중 예기치 않은 사고로 인해 그 동안 잠재되어 있던 그 여인의 아픈 삶이 고스란히 들어나는 후반부는 눈시울을 적시는 가슴아픈 장면들입니다.

 

복서로 승승장구 하던 매기(힐러리 스웽크 분)는 돈을 모아 고향에 집을 마련합니다. 코치 프랭키(클린트 이스트우드 분)와 함께 고향을 찾았던 그녀는 자신은 허름한 작은 집에서 아직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향에 있는 자신의 어머니를 위해 집을 장만해 선물합니다. 트래이너에서 어렵게 살고 있는 어머니를 위한 그녀의 배려였습니다.

 

그런데, 그녀는 어머니로 부터 예상밖의 대답을 듣습니다.

"왜 의논도 없이 집을 사서 주냐, 집이 있으면 정부 보조금이 나오질 않는다.

왜 네 맘대로 일을 저지르냐. 그냥 돈으로 주지.

이 집을 어떻게 하냐...."

 

같이 갔던 프랭키도 할말을 잃고, 매기는 바로

"집을 팔아서 현금으로 쓰든지 하라"며 그 자리를 떠납니다.

 

그녀가 고생해서 돈을 보내는 것에, 다른 사람들에게 받는 것에 익숙해진건지

고맙다는 말 한마디 없던 그 어머니와 동생을 보니 참 어이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다시 돌아와 경기에 임합니다.

거의 이길 듯하게 된 경기에서 상대편의 반칙과 맞물인 사고로 전신 마비가 되어버립니다.

너무너무 안타까운 장면이었습니다.

틀에 박혀 보이는 듯한 성공신화도 언제나 볼때 마다 사람을 뿌듯하게 하는 면이 있는데, 그런 잠시의 기대가 한꺼번에 무너져 버리는 순간이었으니까요.

"기적적으로 살아나서 다시 복귀하는 건가?"하는 기대도 해보면서 영화를 지켜봤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다리까지 절단해야하는 상황이 되고, 점점 더 악화되어갑니다.

그런 상황에 정말 얄미운 가족들이 등장합니다. 변호사를 동행해서 말이죠. 근처에 와서 놀다가 온 듯한 복장의 가족들은 그녀의 아픔과 상관없이 그녀가 벌어놓은 돈에 관심을 갖고 얘기를 시작합니다. 아픔에 대한 물음도 없이...

프랭키가 병실에 들어와 지켜보면서 말리려하자 매기가 프랭키를 내보냅니다.

 

어머니를 포함한 가족들은 그녀에게 재산을 양도하라고 합니다. 앞으로 네가 살지 어떻게 될지 모르니 말입니다. T.T

정말 스크린 안으로 뛰어들어가서 때려주고 싶은 장면이었습니다.

손을 움직일 수 없는 매기에게 사인하라구 입에다가 펜을 넣어주는 장면에서는 너무나 잔인한 인간의 단면을 보는 것 같아 가슴이 미어지더군요.

프랭키의 도움으로 매기는 그 상황에서 벗어나지만, 자신이 살아있다는 것이 참 비참했을 것 같았습니다. 가족들이 자신의 죽음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었으니까요.

 

그리고 나서 얼마후 매기는 안락사를 요구합니다.

다시 복서가 될 수 없어서가 아니라, 가족이 미워서가 아니라, 삶의 행복을 느꼈기 때문에 그 행복을 간직한 채 세상을 떠나고 싶다고 말하면서 말입니다.  그녀의 삶과 죽음을 선택해줘야 하는 프랭키는 심히 어려운 결정을 앞에 두고 괴로워합니다. 영화  속에서는 안락사를 시켜주는 것으로 마감하죠.

 

감각이 없는 대부분의 전신마비의 사람들은 매기 처럼 안락사를 원한다는 의사 표시도 할 수가 없습니다. 죽음에 대한 결정은 주변의 누군가의 몫입니다. 종종 논란이 되는 안락사는 이 세상에서 결정하기 가장 어려운 문제 같습니다. 어제 썼던 '실비아'의 자살이야기 보다도 더 말입니다.

 

주변의 모든 이들에게 짐이 되기에, 삶의 의미가 없기 때문에 살아도 사는 것 같지 않기 때문에 안락사를 선택해야 한다는 이론과 생명을 그렇게 쉽게 저버려서는 안된다는 의견이 항상 팽팽하게 맞섭니다.

 

아무것도 해줄 수가 없는 상태의 사람이지만, 살아 있는 것 만으로도 힘이 되는 사람의 존재가 된다면 같은 하늘아래 함께 있어 줘야 합니다. 그러나 그 사람의 삶이 다른 이에게 크나큰 짐이 되어버렸다면 전신 마비상태의 사람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고 싶어할 것 같습니다.

 

아직도 기억이 나는 장면이 있습니다.

매기가 살아 있을 때 아버지와 자주 갔다는 곳에서 프랭키와 머핀(케잌이었나?)을 먹던 식당이 있었습니다.

매기는 행복해하면서

"아빠가 살아계실 때 자주 왔던 곳이에요. 정말 머핀을 맛있게 하는 곳이라서 자주 왔어요. 맛있죠?"라고 했었습니다.

그런데 매기가 죽고 나서 프랭키 혼자서 머핀을 먹고 있는 그 식당이 마지막에 나왔는데, 밖에서 그 식당은 보여주니 그냥 길에 있는 커피나 스낵을 먹는 이름도 평범한 식당이었습니다.

 

작은 것에서 행복을 느끼던 매기. 가족들에게 희생만 하다 간 매기.

가장 큰 행복을 줄 수 있을 수고, 가장 큰 불행을 던질 수도 있는 

세상에서 유일하게 존재하는 가장 가까운 가족들이 영화 속에서는 안락사 보다 정말 더 잔인한 가족으로 기억되는 영화였습니다.  




밀리언 달러 베이비 (2005)

Million Dollar Baby 
9.3
감독
클린트 이스트우드
출연
클린트 이스트우드, 힐러리 스웽크, 모건 프리먼, 제이 바루첼, 마이크 콜터
정보
드라마 | 미국 | 133 분 | 2005-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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