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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s

영화 '카르멘(Carmen, 2004)' 유혹만큼 파멸을 부르는 여인

프랑스 작가 프로스페 메림이 1845년 발표한 소설 ‘카르멘’은 감정을 억제한 간결한 묘사로 사랑의 격렬함과 황량함을 보여준 걸작이었습니다. 얼마 전에 읽었는데, 간결하지만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문구들은 글 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탐낼만한 표현들이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관능적이고 열정적인 음악, 강렬한 색체, 개성이 뚜렷한 등장인물로 재해석되어 세계적인 오페라 걸작 중 하나로 자리잡은 오페라 <카르멘>은 일반인들에게 더 많이 알려지고 보여진 것 같습니다.

 

그런 ‘카르멘’을 영화로 봤습니다.




 

처음에 '가둘 수 없는 정열의 여인'이라는 수식어가 눈에 띄기는 했지만 이미 오페라로 많이 알려진 '카르멘'이기에 영화로는 어떻게 재해석했을까 하는 궁금증을 갖고 보게 되었습니다.

 

잘생긴 군인 호세는 담배공자에서 위병근무를 하던 중 카르멘이 공장에서 칼을 휘두르고 말썽을 일으켜 호송되는 길에 카르멘의 유혹을 받고 그녀를 풀어주게 됩니다. 그러면서 카르멘의 매력에 빠지게 됩니다. 그래서 호세 자신도 자제할 수 없을 만큼 열정적인 사랑을 시작하게 됩니다. 그리고, 한 여자에 대한 사랑으로 인해 자신의 삶도 버리게 되고, 카르멘에게 집착하게 되면서 자신의 삶을 파멸로 몰고 가게 됩니다.

 

아름다운 카르멘은 "난 당신꺼야, 당신과 있을 땐 당신 생각만 해"라고 처음 호세를 유혹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여 감정이 이끄는 대로 또 다른 남자를 유혹하고 열정적으로 사랑에 빠지는 여인으로 나옵니다. 그러면서 그녀는 한 사람에 대한 사랑의 지속적인 구속은 거부하는 여성으로 나옵니다.

 

스페인에서 카르멘은 팜므 파탈(Femme Fatale) 즉 요부의 원형이라고 하더군요. 결국 남성을 자신에게 종속 시키면서 파괴시키는 ‘치명적 유혹’을 의미하는…

 

자유롭고 충동적이고 열정적인 한 여자를 사랑했던 한 남자의 처절한 사랑이야기 '카르멘'

 

여자의 질투는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리게 한다는데, 남자의 질투는 자기 스스로를 파멸로 이끌게 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너를 지금 죽이면 내 눈물을 아낄 수 있을 텐데..."라며 자신의 사랑에 갇혀버린 호세의 말처럼

사랑에 빠져 자신을 통제하지 못하게 되면 그런 불행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될 것 같습니다.

 

영화 속 여주인공은 스페인에서 페넬로페 크루즈와 쌍벽을 이루는 배우 '파즈베가’였습니다. 그런데 영화를 보면서 비슷한 이미지로 생각난 배우는 모니카 벨루치였습니다.

 

영화 속에서는 너무 관능적인 배우의 모습에 초점이 맞춰진 것 같아서 조금 실망했습니다.

 

‘카르멘’에서 기억나는 말이 있습니다.

호세가 카르멘에게 잘못을 빕니다. “당신 때문에 그런 거야 날 용서해줘.”

그러자 카르멘은 대답합니다. "이미 다 잊었어. 기억도 안나. 당신이 뭐라고 했는지"

호세는 자신을 용서해 줘서 고맙다고 합니다.

 

그러나 카르멘이 잊었다고 한건 호세의 잘못, 혹은 말뿐 아니라 호세 자체였다는 걸 그는 알고 있었을까요?

 

"내게 당신은 이미 죽은 사람이야" 라고 카르멘이 호세에게 말할 때 이미 호세는 카르멘을 떠났어야 하는데 말이죠.

 

자신의 사랑에만 얽매이다 보면 상대방의 자신을 향한 사랑을 느끼지 못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상대방에게 자신의 사랑을 알아달라는 것보다 상대방의 사랑을 자신의 사랑과 나누는 방법을 생각해 봄이 좋을 것 같습니다.

 



카르멘 (2004)

Carmen 
8.7
감독
비센테 아란다
출연
파즈 베가, 레오나르도 스바라글리아, 안토니오 드첸트, 호안 크로사스, 제이 베네딕
정보
로맨스/멜로, 드라마 | 스페인, 영국, 이탈리아 | 118 분 | 2004-09-24
글쓴이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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